어린 왕자는 스승과 답이 없이 묻기만 하는 대화를 이어갈수록 끝없는 질문과 끝없는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린 왕자는 스승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스승님, 남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 것입니까?”

 

스승이 대답했습니다.

 

“하하하, 왕자님, 제가 어찌 그것을 압니까? 사람들에게 물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어린 왕자는 스승에게 살짝 장난을 쳤습니다.

 

“스승님이 아는 게 없으면 어찌 스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스승이 대답했습니다.

 

“하하하, 왕자님, 저는 왕자님을 스승으로 생각합니다.”

 

왕자는 함박웃음을 웃으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으로 나온 어린 왕자는 처음으로 만난 젊은 연인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

 

남녀는 동시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린 왕자는 다시 물었습니다.

 

“언제 진정으로 사랑받는다고 느끼지?”

 

여자가 대답했습니다.

 

“남자가 저에게 선물을 사줄 때 사랑받는다고 느낍니다. 왕자님”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여자가 저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때 진심으로 사랑받는다고 느낍니다. 왕자님”

 

어린 왕자가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희생할 때 서로 사랑한다고 느끼는구나?”

 

 

 

 

남녀는 동시에 대답했습니다.

 

“네, 그런 거 같아요”

 

 

어린 왕자는 길을 가다가 정말 못생긴 여자와 잘생긴 남자가 연인처럼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린 왕자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너희는 서로 연인이니?”

 

남녀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린 왕자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여자가 말했습니다.

 

“왕자님, 제가 못생겼는데, 이렇게 멋진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 쳐다보시는 거죠?”

 

어린 왕자는 차마 자신의 입으로 물어보지 못한 말을 하는 여자의 용기에 살짝 놀랐지만, 말했습니다.

 

“으응, 그래, 네가 먼저 말해 주니까 고맙다. 하지만,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떻게 너희는 서로 연인이 되었니?”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제가 먼저 사귀자고 했습니다.”

 

여자가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저를 못생겼다고 이야기했지만, 이 사람은 늘 저를 따뜻하게 사랑해 주었어요.”

 

어린 왕자는 용기를 내서 또 물었습니다.

 

“음,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꼭 필요해서 그런 것이니, 대답해줘, 여자가 못생겼다는 생각을 안 해봤니?”

 

여자가 깔깔거리며 웃더니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왕자님 괜찮아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런 말은 수도 없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 사람은 제가 예쁘대요. 그렇지?”

 

여자의 질문에 남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럼,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지.”

 

어린 왕자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어디가 예쁜데?”

 

남자는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눈도, 코도, 모든 것이 다 예뻐요”

 

어린 왕자는 여자를 다시 쳐다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여자에게서 예쁜 구석을 어느 것 하나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자가 정신이 이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어린 왕자가 그들과 헤어지고 한참을 걷고 있는데, 장님 남자와 예쁜 여자가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들도 연인으로 보였습니다.

 

어린 왕자는 이번에도 호기심이 발동을 하였습니다.

 

“너희는 서로 사귀는 사이니?”

 

왕자의 물음에 연인은 예를 갖추고 대답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왕자님”

 

왕자는 물었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눈이 보이지 않는데, 이렇게 사귀게 되었어?”

 

남자가 말했습니다.

 

“저는 원래 눈이 먼 것이 아니라, 1년 전에 갑자기 눈에 병이 와서 앞을 못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자에게 떠나라고 했지만, 여자는 이렇게 제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왕자가 여자를 쳐다보자 여자가 대답했습니다.

 

“왕자님, 저는 이 남자를 사랑한 것이지 이 남자의 눈을 사랑한 것이 아니잖아요. 눈이 없어도, 이 남자는 변함없이 제 사랑이에요.”

 

어린 왕자의 애처로운 눈빛을 짐작이라도 한 것처럼 남자가 말했습니다.

 

“왕자님,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제가 눈이 보일 때보다 더 행복합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왕자는 궁금해졌습니다.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고? 그게 뭔데?”

 

어린 왕자의 호기심에 찬 물음에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눈이 보일 때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마음이 보입니다. 눈이 보일 때는 여자의 좋지 않은 점 들이 보였는데, 지금은 그냥 사랑스럽기만 하고, 그 마음이 너무 아름다워 보입니다.”

 

 

어린 왕자가 말했습니다.

 

“그건 여자가 네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남자가 말했습니다.

 

“그렇죠, 여자가 그 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앞이 보였을 때는 여자의 마음이 보이지 않았죠. 서로 티격태격 다투기 일쑤였거든요.”

 

어린 왕자는 여자를 보고 말했습니다.

 

“너는 어떻게 남자를 떠나지 않고 곁에 있게 되었어?”

 

여자가 대답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참 막막했어요. 하지만, 살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은 몸은 멀쩡하지만, 마음이 병든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앞이 안 보이는 것쯤은 별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어요.”

 

어린 왕자는 여자에게 물었습니다.

 

“너도 남자의 마음이 보이니?”

 

여자가 대답했습니다.

 

“꼭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으니, 보인다고 하는 게 맞겠죠?”

 

어린 왕자는 여자를 보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네가 언젠가는 남자를 떠날 수도 있잖아?”

 

여자가 말했습니다.

 

“왕자님, 왕자님도 언젠가는 죽겠죠?”

 

어린 왕자는 조금 당황해하며 대답했습니다.

 

“그렇지, 누구나 죽으니까.”

 

여자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진 않잖아요?”

 

어린 왕자는 여자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내가 만난 여자 중에 가장 지혜롭다. 네가 남자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오늘 네가 준 지혜를 마음에 간직할게.”

 

어린 왕자는 스승에게 돌아와 거리에서 만난 세상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스승은 어린 왕자에게 물었습니다.

 

“왕자님, 그래서 남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배우셨습니까?”

 

어린 왕자는 대답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보고, 그것에 말을 걸고, 그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것을 희생하는 것이 진정으로 남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스승은 다시 어린 왕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왕자님, 상대방의 마음을 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린 왕자는 스승의 질문에 갸우뚱거리며 말했습니다.

 

“그건, 그냥 자세히 보면 보이지 않나요?”

 

스승은 미소를 지으며 어린 왕자를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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