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에서 산책을 하던 어린왕자는 시녀와 그녀의 10살 난 아이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아이에게 사탕을 하나 주려고 다가가다가, 어린왕자처럼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그 아이의 어린 동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린왕자는 혹시라도 그 아이의 동생이 질투하는 마음에, 화난 표정이나 우는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그 아이의 얼굴을 살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얼굴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자신의 오빠와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린왕자는 그 꼬마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꼬마야."

꼬마는 깜짝 놀라 예를 갖추고 어린왕자에게 대답했습니다.

"네, 왕자님."

"너는 너의 오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니?"

꼬마가 귀엽게 대답했습니다.

"네, 행복해요."

"이상하구나, 행복한 것은 너의 엄마와 오빠인데, 너는 단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구나, 왜 그럴까?"

꼬마 아이는 대답했습니다.

"그냥, 행복해요. 어떤 때는 화가 날 때도 있는데, 오늘은 그냥 엄마랑 오빠가 행복해하는 모습에 저도 행복해요."

어린왕자는 꼬마 아이에게 사탕 하나를 건네주고,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사랑은 보이지 않지만 주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길을 걷다가 어린왕자는 연못 옆에 자신이 서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연못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연못 옆의 개구리 한 마리가 연못 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퐁당' 소리와 함께 개구리가 뛰어든 연못 자리는 파장이 일었습니다.

파장은 개구리가 뛰어든 연못의 한 점에서 시작해 점점 가장자리로 번져 갔습니다.

연못 위에 떠있던 소금쟁이도 파장에 의해 울렁거리며 움직였고, 물 위에 떠 잎던 잎사귀도 따라서 춤을 췄습니다.

어린왕자는 그 모양을 물끄러미 보고 말했습니다.

"사랑이 파장을 일으킨 건가?"

어린왕자는 궁으로 돌아왔습니다. 궁에서는 왕과 왕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어린왕자가 들어오자 왕비는 어린왕자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어린왕자가 왕비의 품에 안겨서 행복한 표정으로 왕을 바라보았습니다. 왕은 흐믓한 표정으로 왕비와 어린왕자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린왕자는 왕에게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아바마마, 제가 엄마의 품에 안겨 있을 때 아바마마도 행복했나요?"

"그럼, 당연하지."

왕이 대답했습니다.

"안겨서 행복한 건 전데, 왜 아바마마가 행복하셨을까요?"

"글쎄, 그건 내가 두 사람을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니까 나도 행복한 것 아니겠니?"

어린왕자는 미소를 띄우며 말했습니다.

"그렇군요, 아바마마, 사랑한다는 것은 파장을 일으키는 거네요. 엄마와 저의 사랑이 파장을 일으켜서 아바마마까지 행복하게 하는 거에요. 제 생각이 맞아요, 그렇죠?"

​왕은 깊이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어린왕자의 기특한 생각에 맞장구를 쳐주었습니다.

"그래, 영특한 우리 왕자가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구나."

어린왕자는 또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바마마, 만약에 동생이 이 모습을 보고 화가 난다면, 그건 왜 그럴까요? 사랑이 파장이 있는 것이라면, 사랑의 파장이 동생에게도 갔을 텐데 왜 동생은 행복하지 않고, 화가 날까요?"

왕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말했습니다.

"글쎄다, 그럼 사랑은 파장이 아닌가?"

어린왕자가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파장을 느끼는 걸 보면 사랑에는 분명한 파장이 있어요."

왕이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못 느끼거나, 오히려 사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질투가 생기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사랑에 파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느끼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

어린왕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사랑의 파장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것을 사랑으로 혹은 질투로 느낄 수 있을까요?"

왕비가 끼어들며 말했습니다.

"음, 내 생각에도 사랑의 파장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마음이 있잖아?

그 마음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어린왕자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난 듯 말했습니다.

"맞아요, 그런 거 같아요. 마음은 마음을 정하지 않으면, 자기 마음대로 해버려요. 그래서, 어떤 때는 사랑의 파장을 느끼고 행복하게 할 수도 있고, 어 떤 때는 질투로 바꿔서 화가 나게도 하지요."

​​왕비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습니다.

"그래, 그런 거 같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마음이 사랑의 파장을 완전히 무시해서 없애버리고, 스스로 화를 입고, 마음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자신을 가두는 거구나?"

어린왕자와 왕비가 맞장구를 치며, 기뻐하는 모습에 왕도 흐믓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바마마 말씀을 듣고 나니까, 사랑은 파장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네요. 그리고 그 파장도 우리 마음대로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바꿀 수 있다는 거네요. 마음은 정말 신기한 거 같아요."

 

 

 

어린왕자의 말에 왕비는 어린왕자를 꼭 안으며 여느 때처럼 말했습니다.

"왕자야, 사랑해."

어린왕자의 가슴에는 사랑의 파장이 울려 퍼졌습니다.

어린왕자는 엄마를 살짝 밀어내며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엄마가 방금 저에게 '사랑해'라고 말할 때, 생각한 게 있어요. 모든 것을 사랑으로 바꾸는 주문을 알아냈어요. 이 주문은 저도 사랑의 파장으로 감싸 줄 수 있고, 저에게 오는 모든 것들을 사랑의 파장으로 바꿔 주는 주문이에요."

왕비는 신기한 듯 물었습니다.

"우리 왕자가 또 신기한 것을 만들어냈구나, 그게 뭐니?"

어린왕자는 처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사랑해'를 늘 마음속으로 외치는 거에요. 그리고 상상하는 거죠. '사랑해'가 온몸으로 퍼져간다고, 마치 물에서 파장이 이는 것처럼 말이에요."

 

 

 

왕비는 다시 어린왕자를 안으며 말했습니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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