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는 스승과 대화를 하다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스승님, 그런데 왜 사람은 사랑을 하나요?”

스승은 이야기 했습니다.

“글쎄요, 그게 가장 자연스러워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어린왕자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말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물어볼래요.”

어린왕자는 시장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연인을 만난 어린왕자는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두 사람은 왜 서로 사랑하는가?”

여자가 이야기했습니다.

“사랑하면 행복하니까요.”

왕자가 물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불행해?”

여자가 다시 대답했습니다.

“네, 외롭고 불행하지요.”

어린왕자는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왜 사랑하지?”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여자가 행복해하니까 사랑합니다.”

어린왕자는 다시 물었습니다.

“여자가 행복하면 뭐가 좋은데?”

“저도 행복해요.”

“그럼, 사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사랑하지 않으면, 여자가 슬퍼하고, 저도 외롭고 슬퍼요.”

어린왕자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왜 외롭지?”

“그야 혼자니까 외롭죠.”

“왜 혼자면 외로운거지?”

“사람은 혼자 있으면 외로워요.”

“그래, 그렇지,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다 외로울지도 몰라, 그래서 사랑을 하는건가?”

어린왕자는 더욱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왜 신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으면 외롭게 만들어 놓았을까?”

남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린왕자는 시장에서 달걀을 파는 가게 주인을 만났습니다.

“당신은 왜 신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으면 외롭게 만들어 놓았는지 알아?”

“저 같은 장사꾼이 그런 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단지, 아는 것은 닭들이 사랑하지 않으면 저는 달걀을 얻을 수 없지요.”

어린 왕자는 주인장의 이야기에 뭔가를 깨우친 듯 빛나는 눈빛으로 질문했습니다.

“닭들이 서로 사랑한다고? 그래서 달걀을 얻는다고?”

주인이 말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뭘 알겠습니까? 다만, 사람도 서로 사랑하면, 새 생명이 나오는 것처럼, 닭들도 서로 사랑하니까 달걀을 낳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왕자님께 답변을 드린 거지요.”

어린왕자는 달걀가게 주인의 말을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는 외로워서이고, 외로운 이유는 사랑하라고 외로운건가?’

‘그럼 사랑하는 이유는 또 뭔가? 그건 외로워서지.’

‘외로운 이유는 사랑하라고.’

‘사랑하면 생명이 생기고.’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들은 계속해서 반복해 갔고, 어린왕자는 점점 미로에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깊은 생각에 잠겨 시장을 걷고 있을 때, 어린왕자는 갓난 아이를 보고 있는 부부를 만났습니다.

“여보, 당신을 꼭 닮았어.”

“아니야, 눈은 당신을 닮았는걸.”

부부의 행복한 대화에 어린왕자가 끼어 들었습니다.

“너희는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겠지? 아이는 너희에게 무슨 의미지?”

남편이 말했습니다.

“예, 저의 분신이죠.”

어린왕자가 말했습니다.

“분신? 분신이 뭐지?”

“분신은 저와 동일한 다른 몸을 말하죠.”

“너와 같다고?”

“그럼요, 저랑 꼭 닮았잖아요.”

어린왕자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습니다.

“너랑 꼭 닮은 누군가가 세상에 생겼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이 아이가 크면 제가 저랑 꼭 닮은 저에게 말을 걸게 될 거에요, 얼마나 신기해요?”

어린왕자가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크면, 너는 작은 너와 말을 하게 되는 거구나?”

“그런 셈이죠.”

“하지만, 아이들은 말을 잘 안 듣고 너를 귀찮게 할텐데, 그래도 행복할까?”

“왕자님의 부모님은 어떠세요?”

“우리 부모님은 행복해하시지… 그러고보니, 정말 힘들텐데 행복해 하시는구나… 그런데 아이들이 말을 안 듣고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이잖아?”

여자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왕자님, 그래서 어른들이 "너하고 똑같은 아이 낳아서 키워봐라" 그런 말씀을 하시는 가봐요.”

어린왕자가 말했습니다.

“그래, 그거구나, 똑같은 아이를 낳아서 그와 이야기하고, 자신을 키우는 거구나…….

그러니까 외로워서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면 새 생명을 낳게 되는데, 그 새 생명은 ‘어린 나’, 그러니까 어리석은 ‘나’와 이야기하며, 그에게 지금까지 내가 배운 지혜를 알려주고, 그리고 나서 늙어서 사라지는 거구나, 새로운 나를 세상에 남겨두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하는 거였어…..

어린왕자는 약간의 슬픔과 깊은 깨달음을 간직한 채 그들과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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