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의 이해 3

사진 픽사베이

“게임을 많이 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요. 매사에 너무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어요.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고, 우울해서 축 늘어져만 있네요.”

“우리 아이는 충동조절이 너무 안 되는 것 같아요. 게임을 하면서 더 심해진 것 같아요. 맨날 폭력적인 게임에 접하니깐... 요새는 게임을 해도 좋으니깐 밖에 나가서 사고만 치지 말았으면 싶어요.”

외래에 와서 이런 말을 하는 보호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보호자들의 말처럼 게임중독은 이와 동반되는 공존증상들이 많다. 이런 공존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고, 치료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게임중독 환자들이 겪는 공존질환은 두 가지 경우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먼저, 기존의 정신질환으로 인해 힘들어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게임을 하다가 게임중독까지 발생하는 경우이다. 기존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적응력이 저하되고 생활에서 장애가 초래되어, 유일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게임일 수 있다. 기존의 정신질환으로부터 눈을 돌리기 위해 게임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보니 게임중독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행동문제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게임중독은 기존의 정신질환의 새로운 증상표현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게임중독의 치료 이전에 정신질환 치료가 우선 되어야만 게임중독 문제도 같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경우는 게임중독증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가 다른 공존질환까지 발병하는 경우이다. 게임에 과도하게 집착하다보면 사회생활 및 대인관계의 단절, 가족들과의 갈등 등의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 정신과적 공존질환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게임중독과 공존질환은 이런 상호작용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동반되는 공존질환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이상 특정한 공존질환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오히려 그보다는 게임중독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정신과적 공존증상을 알고 있는 것이 더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게임중독에 흔하게 발생되는 공존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게임중독 환자들 중에 우울증상이 발생되는 경우가 높다. 게임중독과 우울증상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비중독군과 비교했을 때 게임중독 환자들에게서 우울증에서 보이는 여러 증상들이 많이 관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우울증상이 게임중독의 선행요인인지, 아니면 게임중독의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많다. 우울증상이 심한 사람에게서 게임중독이 잘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게임중독의 결과로 현실생활에서의 대인관계가 위축되고, 사회적 고립이 증가하여 이것이 우울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게임중독과 우울증상이 서로 간의 상승효과가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우울증 환자가 우울감이나 현실세계에서의 불만감을 보상받기 위해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게 되면서 게임공간에서의 피상적, 가상적 관계가 현실세계의 실제관계를 대체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학업, 직업, 사회적 기능의 장애를 초래함으로써 현실에서의 어려움이 더욱 심해지게 된다. 이로 인해 결국 불만족감과 우울감이 더욱 증가되고, 이런 증상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두 번째로 게임중독 환자들에게서 충동성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충동성은 욕구를 억제하고 만족을 지연시키는데 실패하는 특성을 말한다.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를 보면 게임중독을 충동 조절의 문제로 보는 견해가 많다. 게임의 특성상 즉각적인 만족을 얻는 것이 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충동적인 사람이 게임에 더 집착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대로 게임에 과도하게 집착하다보면 현실에서도 게임공간에서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면서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경향을 보이게 되고, 만족할만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 시에 여러 충동조절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세 번째로 게임중독 환자들에게서 여러 가지 불안증상이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연구에서는 불안증상을 게임중독의 가장 큰 영향요인으로 꼽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사회생활, 대인관계, 학업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불안감이 큰 사람들이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게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울증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게임중독과 불안증상도 서로 간의 상승효과가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불안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생활 및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키면서 불안증상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

게임중독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공존증상으로 우울, 충동성, 불안에 대해 설명하였다. 물론 이외에도 게임중독과 관련된 여러 가지 공존증상들이 있고, 이와 관련된 공존질환들이 있다. 하지만 우울, 충동성, 불안, 이 세 가지 증상은 여러 정신과 질환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증상이 동반되는지 체크해 보는 것만으로도 게임중독의 인식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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