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의 이해 2

사진 픽사베이

 

"우리 아이가 왜 저렇게 게임에만 집착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혼내고, 잔소리를 해도 고쳐지지가 않네요. 게임 하는걸 한 번씩 보면 정말 미친 거 같아요."

우리 주변을 보면 저런 말을 하면서 푸념하는 학부모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심지어는 학부모 회의에서 '자녀들 게임시간 줄이기'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그만큼 게임중독 문제가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문제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대상을 성인으로 확대해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게임에 집착하는 대학생, PC방에서 하루종일 살고 있는 30대 청년 등 우리 주변에서 게임중독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처럼 게임중독 문제는 일부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문제로 커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게임'이라는 것이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이렇게 깊숙히 자리잡게 된 것일까? 외국의 경우를 보면 게임이 만들어진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 게임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닌텐도 등의 일본게임업체들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게임이 대중문화로 들어오게 되었다. 90년대에 컴퓨터가 점차 보급되면서 여러가지 다양한 게임들도 대중적으로 보급되게 되었다. 그리고 90년대 후반부터 PC방이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스타크래프트'를 필두로 한 여러 가지 온라인게임들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점차 게임을 하는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PC 등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다양해졌다. 이런 사회적인 변화들은 게임의 대중화를 촉진시켰고, 이런 상황 속에서 게임중독 문제도 점점 심각해졌다고 볼 수 있다.

 

"게임중독이 무슨 병이에요. 술이나 담배처럼 끊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냥 독하게 마음먹고 끊으면 되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술, 담배, 마약 등의 물질중독 등과 달리 게임중독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전 기사에서 설명했듯 게임중독은 행위중독으로 물질중독만큼 심각한 문제이다.(게임중독의 이해 1 기사 참고)

이렇듯 게임중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게임중독문제에 빠진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게임중독자들을 이해하기보다는 "무조건 게임을 끊으라"는 식의 강압적인 잔소리만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잔소리만으로 게임중독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우리는 게임중독의 다양한 원인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게임중독은 다른 물질중독과 마찬가지로 신경생리학적 원인이 분명하다. 행위중독에서 보이는 주된 병리적 행동은 특정 행위를 하려고 하는 강렬한 동기가 발생한다는 것과 그것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뇌의 영역을 살펴보면, 중독은 주로 보상, 동기, 기억과 인지 조절을 담당하는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런 작용은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도파민은 동기부여, 보상에 대해 주목하는 역할 및 우리가 내린 판단결정으로 유발된 긍정적 강화와 부정적 강화를 통해 학습을 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어떤 행위가 반복되어 개인에게 습관화가 되어지면서, 관련된 뇌의 영역에서의 도파민 분비가 강화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도파민 회로의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다보면 관련 뇌의 영역에도 변형이 일어나서 일반적인 보상에 대해서 흥미를 덜 느끼게 되고, 결국 특정 행위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까지의 연구의 결과를 보면, 게임 중독도 다른 중독에서 보이는 신경생리학적 변화와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둘째, 게임중독의 원인을 개인의 성격적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게임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그동안 다양한 인격 구조 검사 방법을 이용한 게임 중독자들의 성격적 특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왔다. 연구결과에서 밝혀진 게임 중독과 관련된 성격적 특징을 살펴보면, 회피적인 성격, 고독하고 내성적인 성격, 공격성과 적대성, 자극 추구형, 자기 조절 상실 및 자기애적 성격, 낮은 자존감, 불안한 상태와 기질, 낮은 감성 지수, 낮은 친화성 등의 성격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종합해보면 다소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떨어지며, 이로 인한 심리적 부적절감을 충동적으로 해결을 하려는 성격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게임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심리적 원인분석을 통해서도 게임중독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심리적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게임을 하는 이유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평가한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게임 중독자들은 1) 현실에서 받은 부정적인 감정,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2) 현실에서 얻지 못하는 대인관계를 사이버 공간을 통해 얻을 수 있어서, 3) 단순한 쾌락과 오락적 목적을 위해서, 4) 현실에서 받지 못하는 전지전능감, 조절감, 완성감 등을 느낄 수 있어서 등의 이유로 게임을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결과를 미루어보면 사회에서의 부적응, 사회화와 대인관계의 어려움,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쾌락과 만족을 느끼는 활동의 부재 등이 게임에 의존을 하게 되는 위험인자로 볼 수 있다.

 

위에 소개한 원인들 이외에도 게임중독의 원인은 다양한 방면에서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원인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게임중독을 단순히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이 겪는 문제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게임중독도 분명한 원인이 있는 하나의 병이다.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병의 원인을 알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모두가 게임중독을 하나의 병으로 인식하고, 원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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