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그 정도가 심하다면 ‘게임 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을까?

몇 년 전에는 한 국회의원이 제출한 이른바 ‘게임 중독법’이라 불리는 법제정과 관련해, 찬반양론으로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면서 국내에서 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의학계에서도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행위에 대해 중독 개념을 적용시키는 문제에 대해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개정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5)을 살펴보면 ‘게임중독’이 정식진단으로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추후 진단명으로 고려해야 할 파트에 ‘Internet game addiction' 이라는 진단명을 포함시켰고, 이에 대한 진단기준을 제시하였다. 이는 게임중독이 의학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논의 과정을 거쳐 추후에 정식진단으로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걱정이에요. 다른 아이들도 다 한다고 하니까 아예 못하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두자니 너무 걱정이 되네요.”

“우리 남편은 집에 오면 방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해요. 집안일도 좀 도와주고, 아이들하고 놀아주면 좋을텐데... 남편한테 말하면 집에서까지 잔소리를 들어야겠냐면서 화만 내요.”

“제 여자친구는 게임중독자 같아요. 게임하고 있을 때는 정신이 팔려서 아예 연락두절이에요. 게임 좀 그만하라고 하면 내 취미생활까지 간섭하냐며 짜증을 내네요.”

이런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게임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병이고, 치료 받아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서 나라에서도 적극적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반면에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엄마는 내가 게임하는 걸 이해를 못 해줘요. 주변 친구들도 다 게임을 하는데 어떻게 저만 혼자 안 하냐고요.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것도 아닌데, 엄마는 게임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하지 말라고만 해요.”

“게임 하는 건 일종의 취미생활이에요. 다른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한테는 아무 말 안하면서 왜 게임하는 것에 대해서만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게임은 일종의 스포츠에요. 야구, 농구 같은 것에 열광하고 빠지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근데 왜 게임에 빠져 있으면 이상하게 보는 거죠?”

게임의 나쁜 점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맞서서 위의 말처럼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나름 일리가 있고 설득력 있는 말이다. 그럼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KBS 화면 캡처

 

게임중독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중독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중독은 ‘물질 중독’을 의미한다.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물질 복용 후의 짧은 순간의 보상 때문에 조절능력 상실이 되는 것이 중독의 핵심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물질에는 알코올, 마약, 카페인, 니코틴 등의 여러 가지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물질중독 이외에, 특정한 행동에 대해서도 물질중독과 유사하게 조절 능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것들을 통틀어서 ‘행위 중독’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도박을 비롯하여 쇼핑, 식사, 게임, 성행위, 일 등의 다양한 행동영역을 포함된다. 이런 특정 행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이 행위를 습관적으로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 및 부작용이 문제가 되고 있고, 그러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행위 중독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게임중독의 문제도 이슈화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대체 게임을 어느 정도 해야 게임중독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신의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그러다보니 아직 정식 진단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제시한 ‘Internet game addiction'의 진단기준을 살펴보면 우리가 게임중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게임 중독 진단기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사용하며, 다른 사용자와 같이 하기도 한다. 12개월간 다음 9가지의 기준 중 5가지 이상의 행동을 보이며, 임상적으로 저명한 장해와 고통을 가져다준다.

1.  인터넷 게임에 몰두 (개인은 이전의 게임에 대해서 반추하고, 다음에 할 게임에 대해서 계획을 짠다. 일상생활에서 게임으로 지배가 된다.)

Note : 인터넷 도박은 제외

2.  게임을 하지 못할 때의 금단증상 (보통, 짜증감, 불안감, 슬픔을 보이며, 약물 금단 증상에서 보이는 신체적 증상은 보이지 않는다.)

3.  내성–인터넷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을 증가에 필요성을 느낌

4.  인터넷 게임을 조절하는 것에 실패

5.  인터넷 게임을 제외한, 예전에 가지고 있는 취미나 오락생활에 대한 흥미가 줄어듬

6.  인터넷 게임으로 인한 심리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지나친 시간을 소비

7.  가족, 치료자에게 인터넷 게임하는 시간을 속인다.

8.  부정적 감정 (무기력감, 죄책감, 불안감)으로 벗어나기 위해서 인터넷 게임을 사용

9.  인터넷 게임 때문에 대인관계, 직장, 교육과정에서 위험에 빠지거나, 상실된 적이 있다.

 

비-도박 인터넷 게임만 속한다. 사업이나 전문적인 용도의 인터넷 사용, 오락 또는 사회적 목적 의 인터넷 사용도 속하지 않음. 또한 음란 사이트 사용도 제외된다.

증상에 따라서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세분화 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게임중독 척도가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척도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개발한 ‘게임행동 종합진단 척도’, 이형초 (2001)의 ‘인터넷 게임중독 진단 척도’와 김유정(2002)의 ‘청소년 인터넷 게임중독 척도’ 등이 있다. 이런 척도들은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게임중독 문제에 접근하려면 중독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행위중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이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 하는 식의 본질이 흐려진 흑백논리의 싸움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옛말에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너무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이 말은 게임에도 적용될 수 있다. 게임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게임 자체는 우리 생활에 여러 가지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콘텐츠이다. 그러나 이 행위가 지나치게 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게임 중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게임의 순기능을 살리고, 지나칠 경우에는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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