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맞고, 너도 맞다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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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최근 누군가와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으신가요? 말다툼한 상대는 누구였고, 무엇 때문에 다투었나요? 말다툼한 후에 화해는 잘 이루어졌나요? 우리는 누군가와 의견이나 이해가 대립될 때 자기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서로의 옳고 그름을 따지며 치열한 설전을 벌이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다툼을 벌이는 주제란 것이 사실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서로의 입장이나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언쟁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가벼운 말다툼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되고, 그럴수록 서로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는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다툼이 잦아질수록 감정의 골도 깊어지기 때문에, 가벼운 말다툼이라고 해서 가볍게 넘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텐데요, 어떻게 하면 끝나지 않는 이 지긋지긋한 말다툼을 멈출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말다툼을 하게 되는 주된 원인이나 사고의 바탕에는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이 존재하고, 개인의 가치관이나 견해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누군가와 의견이 대립되거나 입장이 상반되는 순간이 오면,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돌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내 생각이나 기준은 진리이니, 상대가 잘못된 생각을 바꿔 내 의견에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기는 것이죠. 즉, ‘내 생각은 맞고, 당신의 생각은 틀렸다.’거나 ‘내 기준은 옳지만, 당신의 기준은 잘못됐다.’는 암묵적인 가정을 각자가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럴 때 한 발짝 물러서서 자기중심적이고 편협한 사고방식과 관점에서 벗어나, ‘내 생각도 맞지만, 당신 생각도 맞다.’ 혹은 ‘내 생각이 틀리고, 당신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는 열린 사고방식을 견지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두 사람의 말다툼이 날선 말로 이어지거나 감정이 격해지기 이전에 타임아웃(time-out)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타임아웃 시간을 가지는 것은 물론, 얼마간의 시간을 가질지, 잠시 언쟁을 벌이던 공간을 벗어나 머리를 식히고 와도 될지 등등 서로 협의하에 진행하도록 하며, 만약 오늘 이야기를 이어 가는 것이 비생산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다음 날이나 가까운 시일 내에 서로 생각을 정리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가벼운 주제는 가볍게, 무거운 문제는 무겁게 다루어 주는 것입니다. 간혹 보면 이와는 반대로 가벼운 주제는 무겁고 심각하게 취급하는 반면, 정작 중요한 문제는 계속 미루거나 아예 제쳐 두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보다는 상대와 언쟁하는 주제의 중요도나 비중에 따라서 적절한 시간과 에너지를 분배하는 연습을 한다면, 가벼운 논쟁거리로 불필요한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는 수고를 덜 수 있죠.

네 번째는 ‘지금-여기’에서 일어난 현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말다툼 도중에 지금 논쟁 중인 주제와 조금의 연관성만 떠올라도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들까지 일일이 소환해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물론 지금의 주제와 굉장히 밀접하다거나 비교적 아주 최근에 비슷한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했다면 현재의 문제와 관련지어 이해하거나 문제를 풀어 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핵심은 ‘지금-여기’에서 일어난 문제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섯 번째는 나와 상대의 육체적 및 정신적 컨디션을 체크해서 피로도나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 공복인 상태, 감정적으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는 말다툼을 벌이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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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말다툼은 대부분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되는데, 이것이 단순히 누가 옳고 누가 그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잘못된 표현 방식으로 인해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감정이 상하게 되는 감정의 문제일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너무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거나 무리하게 상대를 설득하려는 마음에 상대의 자존심을 다치게 한다면, 평소 충분히 수용 및 용인 가능한 일에도 상대는 거부감부터 느낄 것입니다. 

따라서 두 사람이 주장하는 내용 모두 일리가 있고, 상황적으로 좀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은 없었는지, 또 다른 제삼의 관점이나 접근법, 해결책은 없는지 등등 서로 대립하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서 다차원적인 사고로 접근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누구 하나 상처받는 이 없고, 승패를 가르지 않고도 말다툼을 가볍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상대와의 언쟁 과정에서 말실수나 인신공격을 해서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만이 더 큰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입니다. 영화 ‘킹스맨’에 나오는 유명 문구처럼, ‘매너가 사람은 물론, 관계까지 만든다.’는 사실, 만약 여러분이 말다툼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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