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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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성공과 명성이 우연에 의해 이뤄졌으며 자신이 가면을 쓰고 남들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스로 달성한 성과가 자신의 능력보다 더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소속감을 느끼거나 업무를 수행할 충분한 자격이 없다고 느껴 본 적 있으신가요?

영화 <레옹(Leon)>에 출연해 큰 인기를 모았던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은 세계 최고 대학인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했는데요, 6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그녀는 자신이 사람들의 기대만큼 머리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 항상 남들을 의식해 왔다고 고백했습니다. 

영화 <피고인>으로 1989년에 오스카상을 수상한 배우 조디 포스터도 수상 이후 끔찍한 불안에 시달렸다고 이야기했지요. 수상자가 잘못 발표되었다는 부적절함과 동료 배우가 수상해야 할 몫을 가로챘다는 죄책감을 느껴 오랫동안 고통받았다고 합니다.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은 어떤 성취를 이뤄 냈을 때 충분한 자격과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고, 언젠가는 이 가면이 벗겨질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는 증상을 말합니다. 업무에서 달성한 성과와 관련하여 자신을 의심하는 것입니다.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므로 자신이 사기꾼처럼 생각되거나, 자신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도록 동료들을 속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배우나 경영자와 같이 큰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신입사원, 학생, 연구원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가면증후군을 경험하고 있으며,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이 주어질수록 더 높은 강도의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타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겪을 충격을 사전에 완화하기 위한 방어기제로도 설명되고 있지요. 

1978년 미국 조지아 주립 대학교의 폴린 클랜스(Pauline R. Clance) 박사와 수잔 임스(Suzanne A. Imes) 박사는 성공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똑똑하지 않다고 여기며 사람들이 자신을 과대평가한다고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그들의 책 <높은 성과를 달성한 여성들의 가면증후군(The Impostor Phenomenon in High-Achieving Women)>에는 전문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성공한 여성 150명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많은 여성이 자신의 성공이 운 때문이거나 성과가 과장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가면증후군에 시달리는 것 같다면, 가면증후군의 특징을 함께 살펴보세요. 

첫 번째,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며,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두 번째, 자신의 성공이 운이나 타인의 도움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달성되었다고 느낀다.

세 번째,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의 성공과 반대되는 선택을 한다. 

네 번째, 주변인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꺼려해 고립감을 느낀다. 

다섯 번째, 불가능에 가까운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과하게 열심히 일하며 번아웃을 경험한다. 

여섯 번째, 실패에 대해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며 새로운 도전을 힘들게 느낀다.

일곱 번째, 자존감이 낮아져 있고, 잘 해낼 거라는 자신감이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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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몇 개의 특징에 해당되시나요? 가면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성취에 대한 압박으로 과로하게 되면서 번아웃을 경험합니다. 알려진 것만큼 유능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알려질 것 같아 강렬한 불안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지난 몇 년간 언택트 시대를 겪으면서, 전 세계 지식 근로자의 47%가 가면 증후군 감정이 증가했다고 답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분산된 환경에서 근무할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감을 느끼는 현상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원격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타인과의 연결감이 약해지면서 누군가와 연결되고 성공을 축하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가면 증후군이 심화된 것이지요. 

자신이 큰 성취를 이뤄 낸 것이 자신이 보유한 스킬과 능력이 아니라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느끼며, 타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보다 완벽주의자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이 가면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방법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가장 비판적으로 평가한 자기 내면의 모습을 가장 잘 포장된 타인의 모습과 비교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노력에 대한 칭찬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특성이 있음에 대해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 애쓰고 실수하고 애쓴 과정들에 대해서도 조금 더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는 것을 권합니다. 여러분들의 성취를 가면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믿어 보세요. 너무 많이 애쓰고 있는 모습을 내가 먼저 다독여 주고, 스스로를 믿어 주세요. 

타인에게 실수를 드러내고, 부족한 모습을 개방하는 것은 더 많이 이해받고,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열쇠가 되어 줄 것입니다. 솔직한 모습을 드러낼 때의 여러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분명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며, 실패한다 해도 경험과 지혜를 얻으며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존재임을 항상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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