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뇌부자들 [22화 Part 1] 에피소드

 

[정신의학신문 : 윤희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J씨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두 아이를 둔 40대 초반의 주부입니다.

저는 30대 중반부터 생리 전 3~5일 사이에 항상 불안한 마음이 들고 친정 식구나 아이들과, 또는 남편과 다툼이 생기거나 관계가 불편해 집니다. 그 시기가 되면 친정 식구들에 대한 부담감이나 걱정이 생기거나, 아이들 육아에 대한 지치고 피곤한 마음이 들거나, 시댁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 같은 감정이 들고 조절이 잘 되지 않습니다. 남편과도 꼭 그쯤 되면 다투게 되고요. 그러다 생리가 끝나면 그 때의 자책감은 남아 있지만 그래도 다시 평범한 감정으로 일상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제가 딱 생리 전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뒤로, 스스로 조절을 해 보려고 애를 쓰거나 사람들과 마찰을 없애려고 아예 연락이나 만남을 자제하기도 하고, 남편과도 길게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곤 합니다. 그러다가 마침 시댁에 일이 생기거나 불편한 일이 있으면 감정이 조절되지 않고 분노와 독설을 하게 됩니다. 가장 힘든 건 그 순간 그 감정을 전달받는 남편이고요, 또한 스스로가 자책을 하는 것,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풀어내기가 힘듭니다. 생리 전 3~5일만 내가 잘 조절해 보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많이 시간이 흘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불편을 주고 말았네요.

평소에도 걱정이 좀 많은 편이기는 해요. 항상 짐이 된다고 느껴지는 친정 가족들과, 시댁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고, 스스로가 너무 잘 하려는 성격, 남을 많이 신경 쓰는 성격 때문에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이겨내고 생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만 되면 참지 못하고 표출하는 것 때문에 남편과의 사이도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고, 더 걱정만 늘어나네요.

이런 패턴이 오래 되면서 산부인과에 가서 두 달치 호르몬 약도 처방 받아서 먹어보았지만 크게 효과가 없었어요. 정말 이 부분을 고치고 싶은데,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려고 해도 과연 치료가 될까 의구심이 들면서 망설여집니다.

어떻게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뇌부자들의 답장

J님 안녕하세요, 뇌부자들입니다.

매번 생리 전 3~5일쯤만 되면 불안감, 감정 기복이 생기고, 그것 때문에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과 갈등이 생기고, 끝나고 나서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이 드는 것 때문에 정말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이럴 때 남편이나 다른 가족을 원망하는 마음을 표현하시는 분들을 많이 뵈었는데, J님은 스스로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가임기 여성의 생리 주기와 연관되어서 생리 전 일정 기간 동안 시작되고 생리가 끝나면 사라지는 여러가지 임상 증상들 – 기분 변화, 불안, 초조, 불면 등 정신적인 증상과 신체 통증, 몸살, 피로 등 신체적인 증상 – 을 보이는 현상을 생리 전 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 이라고 합니다. 이 현상에 대해서는 1980년대부터 자세히 논의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여러 연구나 문헌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이야기 하고 있어서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논란이 아직 남아 있기도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진단 기준에서는 월경 전 불쾌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라는 진단을 사용을 하고 있는데 J님이 경험하고 있는 매번 생리 전 3~5일 사이에 기분 변화와 짜증이 발생하면서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인관계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증상들은 월경 전 불쾌 장애가 맞을 것 같아요.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분 변화를 일기로 적어 보면서 정말로 생리 전 1주일 이내에 시작이 되고 생리가 끝이 나면 증상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생리 주기에 따른 여성 호르몬, 그 중에서도 에스트로겐(estrogen)과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의 농도가 변하는 것이 이런 증상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생리 주기에 따라 혈중 농도가 변하는데 생리 전 1주일 동안에는 이 두가지 호르몬의 혈중 농도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서 뇌에서도 이 두 가지 호르몬의 농도가 감소합니다. 에스트로겐은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그리고 프로게스테론은 GABA라는 신경 전달 물질과 비슷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농도가 줄어들면 세로토닌과 GABA의 농도가 줄어든 것과 비슷한 증상–불안, 초조, 수면 장애, 짜증, 우울, 감정 기복 등–이 일어납니다.

 

사진_픽사베이

 

이렇게 생물학적인 이야기를 길게 드리는 이유는 월경 전 불쾌장애에 동반되는 여러 증상들을 혼자서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구에 따라서는 90%에 가까운 비율로 조사가 된 적도 있습니다) 생리 전에 짜증이 늘어나는 등 기분 변동을 경험하다 보니, 웬만큼 기분이 안 좋아도 ‘다들 그러니까 내가 참자’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J님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매번 이 시기가 되면 남편, 가족과 갈등이 생기고 스스로 자책하는 마음이 심해지는 것처럼 일상적인 사회 활동이나 대인 관계에 문제가 일어나는 수준이라면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J님이 받으신 호르몬 치료는 혈중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 농도의 변화를 줄여서 증상을 막는 것인데, 분명히 효과가 있는 방법이지만 그 효과가 오래 지속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약을 복용하는 동안만 생리 주기를 뒤로 늦추면서 효과를 보는 방법이에요. 아마 큰 효과를 못 봤다고 느끼신 것은 약을 중단하고 나서는 다시 생리 전 증후군 증상이 발생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이 되고요. 그리고 월경 전 불쾌 장애의 치료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는 약이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약은 정상 생리 주기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생리 전 1주일 정도 시기에만 약을 복용하면 여러 가지 기분 증상들을 조절해 줍니다.

거기에 더해서 생리 전 증후군에 동반되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들, 특히 스스로에 대해서 자책하는 마음이나 일상적인 활동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줄이는 데에는 인지행동치료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도움을 받은 분들이 정말 많이 있고요, J님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으시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 보시기를 권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지금까지 겪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부담감이나 원망, 스스로에 대한 자책들을 줄여 나갈 수 있기를, 그리고 멀어진 부부 사이도 다시 가까워 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뇌부자들 드림.

 

윤희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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