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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괴로운, 그러나 알고 싶은 남자친구의 지나간 연인들
윤희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1.31 07:26

P씨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연애를 할 때마다 남자친구의 과거를 궁금해 하는 버릇이 있어서 고민이 됩니다. 그것도 그냥 궁금해 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고, SNS를 찾아가 보거나 직접 물어보면서 그 사람의 과거를 알아내려고 애를 씁니다. 그리고 전 여자친구의 현재 삶까지도 궁금해 하면서 찾아보는 데 집착을 하고, 막상 알고 나서는 괴로워하는 타입입니다.

 

지금은 결혼한 지 1년이 되어 갑니다. 지금의 남편(그 때는 남자친구)과 연애 초반에 페이스북 친구를 맺자 마자 가장 먼저 남자친구가 전 여자친구와 주고 받은 댓글들과 메시지를 찾아봤고요, 이런 것들이 눈에 띄는 대로 저는 이런 것에 예민하다며 다 지워 달라고 요청을 했죠. 그래서 남자친구가 글을 지우고 끝이 날 줄 알았는데, 문제는 제가 요청한 것을 지워도 또 다른 댓글이나, 다른 사람이 쓴 글에 달린 댓글 같은 여러 곳에 연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거예요. 그런 것을 보면 제 머리 속에는 여러 생각들이 자꾸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그 여자 페이스북도 들어가보고, 얼굴 사진도 보고, 상상도 하고요. ‘남자친구가 정말 그 사람을 사랑했구나, 많이 행복했구나. 나보다 어린 시절에 만나서 풋풋한 추억도 많겠구나.’ 이런 생각을 잊으려고 해도, 몇 년 전 일인데도 자꾸만 신경이 쓰입니다.

 

이런 생각들이 자꾸 들면서 남자친구와 반복해서 다투곤 했습니다. 연애한지 조금 오래 지났을 때 남자친구 핸드폰으로 몰래 옛날 SNS의 사진들을 봤는데, 전 여자친구랑 찍은 사진은 없었지만 기분 나쁜 찝찝한 사진들이 있더라고요. 여사친이랑 찍은 사진이나, 데이트 장소의 사진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일종의 강박증처럼 “이건 누구야? 여기는 어디야? 이건 뭐야?” 이러면서 물어봤고, 남자친구가 잘 이야기는 해 줬지만 많이 기분 나빠 하더라고요. 그 때 심하게 싸우고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까지 했었는데 제가 사과해서 화해하기는 했지만 그 뒤로도 남자친구는 스트레스 받아 했습니다.

 

문제는 그러고도 생각이 떠오르는 게 멈추지 않아서 자꾸만 또 찾아본다는 겁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중에 남편의 인터넷 비밀번호를 알게 되었고,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다니던 중 싸이월드에 들어갈 수가 있었어요. 거기에도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들의 사진은 없었지만 그 사람들이 찍어준 자기 사진을 가지고 있던 게 좀 있더라고요. 그게 한 사람이 아니고 어릴 때부터 쭉 남이 찍어준 거를 자기 사진이니까 안 지우고 보관했던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결혼 전에 제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심하게 싸우기도 했어요. 남편은 그 때 많이 답답해 하면서도 “다 지나간 일이고, 현재가 중요한 것 아니냐”라며 저를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만난 이후로는 싸이월드는 하지도 않기도 했고, 그런 사진들도 전부 몇 년이 지난 것들이었으니까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저는 남편과 결혼을 했는데, 결혼해서도 한 번씩 비슷한 일로 남편에게 비아냥거리고 질투를 해서 크게 여러 번 싸웠습니다. 남편 말로는 제가 한가할 때 꼭 이런다고 합니다.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생각이 한 번 떠오르면 멈추기가 어려워요. 남편의 전 여자친구 SNS 도 자꾸만 들어가 보게 되고, 남편한테 한 번씩 물어 보기도 하고요. “가끔 누구 생각나는 사람 없어? 크리스마스 되면 무슨 생각 나?” 이런 식으로 말하다 보니 싸움을 거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남편이 스트레스 받을 거 알기는 하는데, 그런데도 자꾸만 생각이 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어서 고민입니다. 제가 지금은 임신을 한 상태라서 치료를 받을 생각을 못 하고 있지만, 아이를 낳고 나면 정신과 치료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고요.

 

남편은 저에게 헌신적으로 잘 해 줍니다. 연애할 때보다도 더 챙겨주고, 도와주고 있어요. 그렇게 잘 해주고 있는데도 제 머리 속의 끊임없는 의심은 멈추지 않네요. 어떻게 해야 이 고질적인 병을 고치고 남편하고 원만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요? 도움을 부탁 드립니다.

 

사진_픽셀

 

뇌부자들의 답장

 

안녕하세요, 뇌부자들입니다.

자꾸만 떠오르는 남편의 옛 연인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정말 고민이 되시는 것 같네요.

사실 주위에서도 이런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는 분들을 종종 뵈었던 것 같아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연애 상대방의 과거 연애 상대에 대한 생각이 한 번 떠오르면 멈추기 어려운 경험, 그래서 이렇게 찾아보거나 물어보는 경험을 많이들 하시는 것 같아요.

 

우선 자꾸만 남편의 과거가 상상이 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하는 마음의 과정이 혹시나 남편이 바람을 피울지 의심이 되는 것은 아닌지, 또는 내가 미처 살펴보지 못한 것들이 있거나 기억이 명확하지 않아서 확인해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를 여쭤보고 싶어요. 아마도 P님은 이런 두 가지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남편을 의심하는 생각 또는 강박 사고는 아닌지를 확인해 보고 싶거든요. 만약 의심이나 강박이라면 뇌의 생물학적인 원인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약물 치료가 가장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가능성은 낮으나 확인은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연인 관계나 부부 사이에서 상대방의 옛 연인에 대한 생각이 반복되는 것은 어쩌면 상대방이 나를 떠나지 않을 까 하는, 내가 상대방에게 있어서 첫 번째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일종의 불안한 마음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나 남편의 옛 연인들과의 관계와 지금 나와의 관계를 비교해보면서 힘들었다고 이야기하시기도 했고요. 지금 나와 하는 연애는 가벼운 관계 같다거나 질투심이 드는 건 어쩌면 남편에게 있어서 예전의 연애가 지금 나와 하는 연애보다 깊었을 것 같고, 예전 연인을 지금의 나보다 더 사랑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묻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혹시나 나를 떠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불안한 마음이 증폭되는 거죠. 그래서 지금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를 떠나지는 않을 것인지를 반복해서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결국 ‘불안정한 애착’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불안한 마음이 들 만한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예전부터 반복되고 있는 패턴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불안정 애착의 유형에는 회피적 애착, 양가적 애착, 혼란된 애착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데 P님의 경우는 그 중에서도 양가적 애착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양가적 애착은 상대가 나를 떠나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그로 인한 집착의 형태로 표현이 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자존감과도 연결이 되고요.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충분히 사랑 받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거죠. 그 결과로 무의식 속에 ‘나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라는 생각이 각인이 되고,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이 되면서 P님처럼 지금 헌신적인 남편의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불안한 감정이 들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불안감을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믿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경험입니다. P님의 이야기에서 긍정적으로 생각되는 것은 어쨌든 자꾸만 의심되는 생각도 들고, 과거의 연인들에 대한 상상 때문에 불편하고 때로는 다투기도 했지만 결국 지금의 남편분과 결혼을 했고, 상당히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잖아요? 때로는 다투기는 하더라도 계속 안정적으로 내 옆을 지켜주는 사람, 내 가치를 인정해주고 나를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 경험이 오래 되면 될수록 점차 불안한 마음은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아무래도 부부 사이는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고, 또한 안정된 애착을 확인하는 동안 너무 많은 갈등이 생기면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꾸만 같은 문제로 다툼이 반복된다면 면담 치료를 받아보시는 것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정신분석적 면담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치료자와 꾸준한 만남을 가지고 깊은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스스로에 대해서도 돌아보고, 이전에 경험했던 인간관계와는 또 다른 일관되고 안정적인 치료자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대인관계 패턴을 경험할 수가 있습니다. 느리고 점진적인 변화이지만, 나의 성격이나 대인관계 패턴을 바꾸고 근원적인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면담 치료를 P님께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Podcast: https://itun.es/kr/XJaKib.c

팟빵: http://www.podbbang.com/ch/13552

팟티: http://m.podty.me/pod/SC1758/

 

 

*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시 보험가입 불이익에 대한 청원이 진행중입니다. 정신의학신문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 드립니다.

청원 참여하기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11671

 

 

윤희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brainrich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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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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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동 2018-04-30 13:03:38

    저런 상황의 여자는 만나면 엄청 고생해요 저는 여자인데 과거 남자친구가 저랬었어요 뜬금없이 묻고 싸우고, 좋은 분위기에 갑자기 과거 질문에 또 싸우고, 하루에 최소 3번은 저 일로 싸웠었어요 처음엔 내가 하나하나 다 답해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차츰 괜찮아지겠지 했던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였어요 그렇다고 둘다 과거에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없던 것도 아니였구요 그러면서 남자친구가 정신의학과도 다녔는데 노답이에요 결혼했다는 기사에 참 많이 안됐네요. 그거 남편분을 피 말려 죽이는 거에요 상황이악화되었음 악화되었지 좋아지진않겠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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