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면 다 나을 텐데, 그거 꾀병 아니야?"

 여러분은 아마도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을 것입니다. 아프게, 억울하게 느껴지는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입대해서 낯선 사람들과 24시간 내내 부대끼며 지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직적인 계급 구조와 딱딱한 명령 체계는 사회에서의 자유로운 생활과 전혀 다릅니다. 여러분은 군 복무에 적응이라는 것을 해 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있는 곳은 실수하면 언제든 지적과 뒷담화가 돌아오는 아주 작은 세계입니다. 위축되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더 많은 지적이 돌아오는 악순환을 겪었을 것입니다. 일 년 365일, 하루 종일 똑같은 사람들과 붙어서 지내야 하는 환경에서, 잘못 형성된 이미지는 치명적입니다. 은근한 따돌림과 무시 속에서 여러분은 막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군 장병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지원 사업을 알리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필요성,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훌륭한 내용의 글들은 이미 있으니 같은 내용을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그에 더해, 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현실적으로 치료를 통해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정신과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진료를 희망하고, 이에 대한 지원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에는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500kg을 등에 지고서 버티기는 어렵겠지요. 이처럼 사람의 정신이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에도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군 환경은 앞서 기술한 것처럼 다양한 방면에서의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제한된 생활 환경에서 행동의 자유도 줄어든 상태입니다. 대인 관계는 사회에서보다 훨씬 더 밀집되어 있어 난이도가 높습니다. 여러분은 사회에서보다 더 많은 무게를 견뎌야 하는 것입니다.

 복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과적 어려움 – 불안, 우울, 자살 사고 – 을 호소하는 여러분이 이러한 상태에 있습니다. 입대는 갑자기 더 많은 무게를 얹게 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관절 어느 부분이 아프기 시작한 것이지요.

 낫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게를 내려놓고 쉬어야 합니다. 군 생활이 끝나면 상당 부분은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이 글의 제목과 같은 오해가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군 생활이 끝나면 증상이 좋아진다고 해서 이것이 곧 병역 기피 또는 복무 의지의 문제와 같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무거운 무게를 지고 있어서 관절에 통증이 생겼으니, 무게를 내리고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군 생활은 원한다고 해서 곧바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무게를 계속해서 지고 있어야만 한다면, 그 다음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로는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똑같이 무게를 지고 있더라도, 진통 소염제를 복용하면 관절 통증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두 번째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올바르게,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무게를 드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첫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 정신과적 약물 치료이고 두 번째 방법이 상담입니다. 여러분은 정신과 진료를 통해 이렇게 두 방향에서의 도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허황된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겠습니다. 무게를 내리지 않는 한 증상이 단기간에 극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어렵습니다. 문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치료는 분명 증상을 줄이고 상황에 적응해 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자세를 교정하고 약물을 복용하며 견디는 과정에서 근력이 늘어나기도 할 것입니다.

 혹시 군 생활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회에서는 문제가 호전되어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군 생활을 끝까지 마친 사람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완주한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부디 건강하게 군 생활을 마치기를 기원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성

 

'우리히어로' 트라우마 치유 지원사업 홈페이지 가기>> click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으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전문의 홈 가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선생님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 덕분에 제 마음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