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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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면 꼭 한 번쯤은 지나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어두컴컴한 터널입니다. 이동 거리가 늘어날수록 만나게 되는 터널의 수도 많아집니다. 어떤 터널은 비교적 짧아서 빨리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곳은 1km 이상 길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곳을 지날 때면 이 터널이 언제쯤 끝나나 싶기도 하고, 끝없는 어둠이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칫하면 주의력을 잃어 사고가 나기 쉽기에 호루라기 소리나 불빛 같은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안전장치의 도움과 함께 무사히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마침내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갑자기 들어온 햇빛에 적응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요.

고속도로에서 만나게 되는 터널들처럼 우리 인생에서도 터널과 같은 시기들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시기가 입시를 겪을 때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고 나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는 군 생활을 하는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라고 느끼는 분이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주변 사람들과 떨어져 낯선 곳에 나 혼자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 처음 입대했을 때 많이 느끼셨던 감정일 것입니다. 모두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곳에서 이전에 경험해 본 적 없던 상명하복의 명확한 계급과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군대에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입대 전부터 우울이나 불안을 비롯해 다양한 마음의 어려움을 경험하셨던 분들이라면 군 생활이 더욱 힘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의지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환경적 변화, 이동반경이나 행동에 제약이 있는 생활이 너무 막막하고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지요. 또, 군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은 좌절감이나 불안감, 현재나 미래의 삶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무기력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어디에 속 시원하게 나눌 곳이 없어 혼자 고민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입대 전에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았던 분들이라고 해도 입대 후 달라진 환경에서 오는 적응상의 어려움, 진로나 이성 문제, 가족관계에서의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우울감이나 좌절감, 혼자된 느낌, 희망이 없는 것 같은 느낌, 내가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느낌,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는 느낌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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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나 앞으로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대신 지금 여기서 삶을 끝내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더 자주, 강한 빈도로 찾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생각에 그쳤던 것이 점차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를 구상하는 자살계획, 자살 시도로 이어집니다. 

특히 이전에 자살 계획이나 시도가 있었던 분이라면 군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살에 더욱 취약해지기 쉽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터널을 빠져나갈 유일한 탈출구는 바로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고, 나를 도와줄 수도 없다는 고립감과 무망감이 클수록 자살에 대한 위험성 역시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 때 여러분을 도와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군 생활 중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을 지원해 드리는 ‘우리히어로 트라우마 치유 지원사업’을 이용하시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자살사고, 자살 충동, 자살 계획 및 시도는 언제든 우리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협적이며, 반드시 즉각적이고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삶이 끝났으면 좋겠다.’, 혹은 ‘내일 아침에 눈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도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방식으로 죽음에 관한 생각이 시작되었더라도, 적절한 관리와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점점 악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지금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혼자 헤매고 있는 것은 느낌이 드신다면, 그리고 죽음이 가깝게 느껴지신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나 혼자 남겨진 채 끝이 없을 것 같던 터널 안에도 사실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안전장치와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안전장치와 도움의 손길들과 함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새로운 빛을 맞이할 그날을 기대하고 꿈꾸실 수 있기를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우리히어로' 트라우마 치유 지원사업 홈페이지 가기>> click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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