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현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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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단어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줄여서 ADHD라고 불리는 이 질환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의 세 가지 특징을 주 증상으로 보입니다. ADHD는 소아정신과 외래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아동·청소년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입니다. 요즘에는 여러 매체에서의 정보 전달, 부모님들의 교육 수준 향상 그리고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좋아짐에 따라 ADHD 문제로 진료실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일단 자녀에 대한 고민으로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 체계적인 면담과 행동 관찰, 심리학적 검사 및 인지기능 평가, 주의력검사, 자기보고식 설문지 등을 바탕으로 정신과 전문의가 진단을 내리게 되고, 필요할 경우 약물처방과 행동치료, 심리치료를 병행하게 됩니다. ADHD는 아동이 단순히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를 넘어서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기능 저하와 분명한 연관이 있기에 단기간에 치료될 수 있는 질환은 아닙니다. 따라서 ADHD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질환의 치료에 있어 조급함을 갖기보다는 긴 여정의 레이스를 생각하며 중간중간 숨을 고르는 심리적 여유를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진료실에서 ADHD 아동을 만나다 보면 유독 지쳐 있는 듯한 부모님들의 표정을 보기 쉽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돌보기에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친다는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물론 ADHD 하위 유형 중, 조용한 ADHD라고 해서 뚜렷한 충동성이나 과잉행동보다는 부주의와 관련된 문제를 보일 때 진단 내리는 ‘주의력 결핍 우세형’에 해당하는 아동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외에, ‘과잉행동/충동성 우세형’,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충동성이 함께 나타나는 ‘혼합형’으로 진단되는 비율 또한 높기에 일상에서 끊임없이 손발을 움직이며 매사 성급하게 행동하는 ADHD 자녀를 지도하는 것은 실로 많은 인내를 요하며 힘든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해서, 이번 글에서는 ADHD 자녀를 교육할 때 부모님들께 도움이 될 만한 행동수정 원리와 적용방법에 대해 쉽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행동수정이란, 행동심리학에 기반을 두고 여러 원리를 적용하여 부적응적인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둡니다. 보통 행동치료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에는 강화(reinforcement)처벌(punishment)이 있습니다.   

  강화란 무엇일까요? 자녀가 A라는 특정 행동을 한 뒤에 B라는 어떤 결과가 뒤따르는 경험을 하였다고 생각해 봅시다. 자녀는 이후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 결과(보상)를 얻기 위해 같은 행동을 더욱 잘하게 됩니다. 즉,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그때 주어졌던 결과는 강화물(보상)이라고 합니다. 행동수정 관점에서 부모는 자녀의 잘못된 행동은 제거하고 바람직한 행동은 강화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강화에는 크게 1) 정적강화와 2) 부적강화가 있습니다. 

  정적강화(positive reinforcement)란, 자녀의 바람직한 행동이 나타난 경우 그런 행동이 추후 더 자주, 그리고 강하게 나타나도록 강화물을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숙제를 다 끝내면, 피자를 사 줄게.”, “엄마가 슈퍼 다녀오는 동안 동생이랑 잘 지내면, 주말에 게임할 수 있도록 해 줄게.”와 같은 상황입니다. 부적강화(negative reinforcement)란, 자녀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뒤이어 부정적인 자극을 제거해 줌으로써 바람직한 행동이 추후 더 자주, 그리고 강하게 나타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학교 숙제를 열심히 했으니, 오늘은 문제집 복습을 안 해도 돼.”, “장난감 정리를 잘했으니, 방 정리는 하지 않아도 좋아.”와 같은 상황입니다.  

  

  자, 이번에는 처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적처벌(positive punishment)이란, 자녀가 부적절한 행동을 보일 경우, 추후 그 행동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행동 직후 불쾌하거나 고통스러운 자극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동생을 때리면, 10분 동안 방안에서 조용히 혼자 반성하고 와야 해.”, “게임 이용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영어 단어를 30번 써야 해.”와 같은 상황입니다. 부적처벌(negative punishment)이란, 자녀가 부적절한 행동을 보일 경우, 추후 그 행동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행동 직후 유쾌하거나 긍정적인 자극을 제거해버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동생을 또 때리면, 이번 주는 용돈을 주지 않을 거야.”, “밤새도록 게임을 하면, 아예 버릴 거야.”와 같은 상황입니다.  

 

  정리해 보면, 강화가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라면, 처벌은 궁극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게 됩니다. 즉, 강화의 목적은 행동의 증가이고, 처벌의 목적은 행동의 감소입니다. 그리고 정적(positive)과 부적(negative)의 차이는 +와 -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정적은 아이에게 기분이 좋을 만한 것을 주는 것(+), 부적은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제거해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처벌은 잘못 사용했을 경우 부작용이 매우 크기에 사용 시 주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당장은 효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일시적일 뿐이고 바람직한 행동(대안)을 가르쳐 주지도 않습니다. 특히 아동이 벌을 주는 부모에게 화, 분노, 증오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과적으로 부모-자녀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게 됩니다. 때문에 자녀에게 올바른 행동수정을 하기 위해서는 처벌, 특히 체벌은 지양하고 바람직한 행동은 강화하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 부모님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 같습니다. 강화와 처벌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아이에게 적용해 볼 생각을 갖고 계신 부모님도 있으시겠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다 시행해 보았음에도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계신 부모님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분들에게는 제가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한 수능 만점자의 인터뷰 내용이 기사로 올라왔었습니다. 어떻게 공부를 했냐고 기자의 질문에 대하여 수능 만점자는 “교과목 수업시간에 집중을 열심히 하였고,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였다.” 라고 답하였습니다. 좋은 글이였지만, 해당 기사의 댓글에는 분노와 어이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당연한 걸 왜 기사로 올리느냐.”, “누가 그걸 몰라서 공부를 못하냐.”

 

맞습니다. 그 기사의 수능 만점자가 한 이야기는 지극히 당연하고, 누구나 다 아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틀린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저대로 하면 성적은 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해야 하고, 제대로 해야겠지요. 아이 양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방법은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두 번 해본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대충 해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아이 양육은 평생 동안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해야 하는 양육의 과정 속에서 지치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날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잘 시행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주변의 전문가를 찾아주세요. 병원은 단순하게 약만 처방하는 곳이 아닌, 이러한 고민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고 부모님들이 아이 양육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럼, 오늘도 우리 자녀들을 위해 열심히 육아하고 계신 부모님들을 응원하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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