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지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사진_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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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기 이전, 유아기 아이들의 경우에도, 너무 산만하고 부산스럽다고 병원을 찾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개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선생님 말을 듣지 않아 자꾸 혼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 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너무 어린 유아인데, 이렇게 어린아이들에게도 ADHD라는 진단을 할 수 있을까요? 

ADHD 진단 기준에 맞게 또래보다 주의산만하고,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있어 가정이나 기관과 같은 두 가지 이상의 환경에서 일상생활에 장애가 생길 정도로 상기 증상이 심하다면 어린 나이에도 ADHD로 진단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유아기에는 누구나 산만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게 일반적이므로 또래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개 오래 착석해야 하거나, 학습하거나,  여러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하는 환경에 처하지 않기 때문에 산만하고 충동적이라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일 때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ADHD 진단이 학령기 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여러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하는 환경도 아닌데, 친구들이랑 하는 즐거운 놀이나, 선생님들과 하는 재미있는 활동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짧은 구연동화나 인형극에도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잠시도 착석을 못하거나 참여하지 않고 혼자 일탈하고 돌발행동을 한다면,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아이들도 아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집중을 잘할 것이고, 특히 영상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할 때는 누구보다도 집중을 잘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관심사가 뚜렷할 뿐 아니라, 이것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그것에만 몰두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고 재밌어하는 것들에는 흥미가 굉장히 떨어져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거나 소통하는 것이 어렵고, 선생님의 간단한 지시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 아이의 사회성에 결함이 있는 게 아닌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성의 결함이 있는 것이 뚜렷하다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의심될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ADHD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둘 다 같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ADHD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동시 이환된 경우에, 아이의 산만한 특성으로 인해 ADHD로만 먼저 진단받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린 나이부터 아이가 유별나게 산만하다면, 언어나 인지, 사회성 발달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발달에 대한 평가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받아 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지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순쳔향대 부천병원 조교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학술위원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위원
대한자폐스펙트럼연구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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