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학생 분들이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친구와의 관계에 관한 것인데요, 오늘은 학생 분들이나 청소년 시기에 있는 자녀들이 흔히 할 수 있는 고민으로,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갑자기 자신을 멀리하거나 외면할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또 만약 그런 고민에 빠진 자녀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주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특별히 한 사연을 보내 주신 사연자 분의 사례를 보며 이야기를 풀어 보도록 하지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저와 다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어요.

1학년 생활을 외롭게 보내던 중 저와 성향도 너무 똑같고 생각도 비슷한 친구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 친구와 정말 얘기도 많이 하고 놀기도 잘 놀았어요.

그런데 2학년이 된 현재 그 친구가 저를 피하는 게 느껴져요.

저의 안식처가 되고 행복을 주는 친구는 정말 처음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변해버리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더 이상 그 친구에게 기대하지 않고

저 혼자서도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이 사연을 보내 주신 분이 만약에 성인이었다면 제 답변의 방향이 굉장히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친구가 했던 얘기 중에 제가 가장 진지하게 생각한 부분이 그 친구가 안식처로 느껴졌다는 부분이에요. 만약에 이 친구가 성인이었다면 다른 사람을 안식처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얘기를 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을 안식처로 생각한다는 건 본인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편한 일일 수는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그게 부담으로 느껴질 여지가 충분해요. 그렇기 때문에 타인이 안식처가 되는 건 일시적으로는 가능해요. 내가 너무 힘든 상황에서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안식처가 될 수는 있지만 그건 일시적이어야 하지 결국에는 혼자 본인이 바로 서야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사연이 어렵다고 한 이유는 이 친구가 아직 성인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늘 안식처를 찾아 헤매게 됩니다. 우리가 연예인을 보고 환호하던 시기도 미성년자인 시기잖아요. 일시적으로 그 사람이 나의 우상이 되고, 내가 기댈 수 있게 되고, 내가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되고, 이런 것들이 사춘기 때는 가능해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늘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내 안식처였던 친구가 이제 1학년 때는 이 친구였다가 2학년 때는 이 친구였다가 3학년 때는 한 명이 아니라 그룹으로 바뀌는 경우들도 꽤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사연을 보내 주신 분이 다른 누군가를 안식처로 삼는 것, 이건 지금 사춘기이기 때문에 이렇게 친구를 안식처로 삼는 모습도 충분히 건강한 모습일 수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그런데 복잡하다고 하는 이유는, 이 친구가 안식처로 여기는 친구 역시 미성년이기 때문이에요. 왜냐하면 그 친구도 안식처를 찾아 헤매게 됩니다. 1학년 때는 서로가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 줄 수는 있어요. 그런데 학년이 바뀌면서 새로운 안식처를 이 친구가 찾았다면, 이 친구가 내 안식처 역할은 더는 못하게 될 것이고, 나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지금 제가 이 사연을 보내드린 분에게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일단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그 친구에게 얘기를 해서 확인을 해야 돼요. 이 친구가 과연 사연을 보내 주신 분을 정말 미워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저는 있습니다. 그분이 안식처로 느끼는 또는 내가 어울리고 싶은 무리가 새로 생긴 것과 사연을 보내 주신 분을 미워하게 됐다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거든요. 그래서 그분에게 다시 연락하셔서 직접 본다면 더 좋죠. 어떤 이유 때문에 내가 지금 좀 거리감을 느끼는데, 그게 어떤 이유 때문인지 한번 물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정도의 얘기를 덧붙이시면 훨씬 편하실 겁니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다 실제로 이게 맞는 얘기거든요. 내가 미움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면 그걸 고치는 게 좋은 사람이 되는 거고, 내가 미움을 받는 부분이 아니라 이 친구가 다른 안식처가 생겼기 때문이라면 내가 굳이 나를 변화시키지 않고 나 역시 새로운 안식처를 찾고 그 친구를 잘 보내 줄 수 있게 되는 거죠.

다른 것 하나는 사연을 보내 주신 분도 새로운 안식처를 찾는 겁니다. 당분간은 잠깐 혼자 지내실 수는 있겠죠. 혼자 지내면서 내가 집중해야 될 것들이 있잖아요. 학업이 될 수도 있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연애가 될 수도 있겠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시다 보면 결국에는 안식처로 여기실 수 있는 새로운 대상이 나타나게 돼요. 아마 1학년 동안 어울리셨던 그분과는 또 다른 존재가 될 겁니다.

경험은 사람을 다르게 만들고, 다른 사람이 되면 다른 안식처가 필요하게 돼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을 집중을 하시면서 지내시다 보면 새로운 안식처가 될 수 있는 친구 또는 그룹이 만들어지게 될 거고, 그곳에서 또 생활하시다가 아마 또 다른 안식처를 찾게 되실 겁니다.

 

그래서 지금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끼실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들을 잘 질문해 주신 것 같아요. 그런 경우에는 억지로 친구를 만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게 더 낫다고 보거든요. 왜냐하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안 하게 되면 그 사람의 세계관이 저는 확장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세계관이 확장되지 않으면 자신의 세계관과 겹치는 사람을 찾을 가능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것, 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겠죠. 아니면 의무적으로 해야 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런 것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무언가 겹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과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저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것을 피하시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재옥 원장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전문의 홈 가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재옥쌤 짱!"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