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릴 때 눈을 먼저 떠올립니다. 이는 대화를 할 때 눈을 맞추거나, 미간, 눈썹, 앞머리에 시선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 다음은 입, 코의 순서가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감정을 전달하고 인상을 좌우하는 주요 부위 중 하나가 '눈썹'이라는 걸 아시나요? 눈썹은 인상을 결정짓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눈썹은 분노, 두려움, 행복, 놀람 등 몇 가지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눈썹을 올리는 것은 목소리의 높낮이를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질문의 신호를 나타냅니다. 이처럼 눈썹의 움직임은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식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강조할 수 있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점은 나르시시스트(narcissist)가 가진 특징 중 하나가 눈썹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대 나르시시스트들은 인정과 존경 받기를 강하게 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알아차리고, 기억하는 능력을 촉진시키기 위해 뚜렷한 눈썹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뚜렷한 눈썹과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다음 몇 가지 연구를 통해 나르시시스트가 가지는 눈썹의 특징이 어떠한지 참고해볼 수 있습니다.  

freepik
freepik

MacEwan 대학에서 39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자기애성격검사(NPI, Narcissistic Personality Inventory)를 통해, 얼굴 사진을 찍어 몇 가지 부위별로 나누었습니다.
1. 얼굴 전체
2. 180°도 돌려놓은 얼굴 전체
3. 얼굴의 상반부(코 위)
4. 얼굴의 하반부(코를 포함한 하관)
5. 눈과 눈썹
6. 눈과 눈썹이 가려진 얼굴 전체
7. 눈이 가려진 얼굴 전체
8. 눈썹이 가려진 얼굴 전체 

9. 눈
10. 눈썹


열 가지 부위별 사진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고 나르시시스트 점수를 내보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얼굴 하반부보다는 상반부가 나르시시스트 점수와 상관관계가 높았습니다. 상반부, 특히 눈 영역을 통해 나르시시스트 점수가 높은 사람을 더 잘 맞힌 것입니다. 얼굴 전체에서 눈썹을 가렸을 때는 그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이 실험은 눈썹이 상대의 자기애 인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암시했습니다.


두 번째 연구 또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첫 번째 연구와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얼굴 전체가 아닌 왼쪽 오른쪽, 거울상 등의 눈썹 사진만을 사용했습니다.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사람들은 눈썹 하나만으로도 얼굴 특징에서 나르시시즘을 정확하게 식별했습니다. 손질 여부보다는 눈썹의 밀도, 굵기, 결 등의 형태가 나르시시스트를 알아보는 데 더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르시시스트가 공통적으로 갖는 눈썹의 특징이 있을까요? 과도한 나르시시즘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 눈썹의 밀도가 높고 더 빽빽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는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을 알아보고자 한 흥미로운 연구 중 하나에 불과하고,  *행동관찰이 아닌 척도를 사용했다는 점, 연구 참여자가 모든 사람을 대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인과관계를 역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눈썹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함부로 나르시시스트로 단정지어서는 안 되겠지요. 

*행동 관찰이 아닌 척도 사용: 자기보고와 타인의 평가가 설문지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실제 자기애적 행동이나 태도를 취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음.

적절한 자기애는 자신감 획득에 도움이 되며,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나르시시즘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줍니다. 언제나 자신만을 중심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타인을 고려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타인에게 수치심을 주기도 합니다.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를 마치 혼자서만 이룬 것처럼 떠벌리는 행동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태도로 인해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입니다. 과도한 나르시시스트는 상대를 초라하고 무기력한 기분이 들게 만들며,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지게 합니다.


과도한 나르시시스트는 다른 사람을 ‘존재’가 아닌 ‘대상’으로 보며 가치가 없어지면 쉽게 관계를 끊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동호회에서, 학교에서 누군가의 지나친 나르시시즘으로 괴로운 상황이라면, 효과적으로 대화하고 경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전문의 홈 가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