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NS를 둘러보다 보면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가 이토록 많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과장이나 왜곡의 가능성을 따져 보는 대신, 자연스레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거나 내 계정의 게시물을 점검하게 되죠. 끊임없는 ‘일상 공유’와 ‘자기 과시’의 문화는 나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게 합니다. 그러다 문득, 외모에 더욱 많은 시간과 돈, 감정적 에너지를 쏟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생존에 유리하도록 진화되어 왔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인간에게 ‘아름다운 것’은 종족 번식에 유리한 조건들의 조합인 것이지요. 이러한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아름다움은 인간의 생존이나 번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그렇기에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본능적으로 식별해 낼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1:1.618’의 황금비율처럼,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있습니다. 실제로 황금비율에 가까운 얼굴일수록 사람들에게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의 심리학과 연구진이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아름다움의 보편성이 나타났습니다. 참여자의 약 79%가 같은 아름다움에 동의한 것이죠. 문화의 차이와 상관없이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점을 일정 부분 입증한 것입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은 본인 얼굴의 매력도를 측정할 때 남들의 평가보다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근소한 차이로 남성에게서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실제로 브라질의 한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남성의 외모를 타인에게 보여 줬을 때, 이에 동의한 사람은 100명 중 24명에 불과했습니다.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의 외모를 보여 줬을 땐 동의한 사람이 전체 100명에서 25명으로, 1명 더 많았다고 합니다. 딱 한 명의 차이이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의 외모에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어떻게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걸까요? 뇌는 얼굴의 매력을 판단할 때 다음의 세 가지 모듈을 사용합니다.

 

① 식별용(외측후두회 inferior occipital gyri): 손이나 상체, 혹은 모자가 아니라 단순히 ‘얼굴’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② 해석용(측두엽고랑 superior temporal sulcus): 시선이나 입술의 움직임 등으로 얼굴의 표정과 움직임을 해석하는 것입니다.

③ 가치용(안와전두피질 orbitofrontal cortex): 아름다움을 판단할 뿐만 아니라 도파민이나 기타 신경전달물질 등 신경학적 보상을 생성해내는 것입니다. 실제로 무언가 아름답다고 인식할 때 ‘측좌핵’의 꼬리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측좌핵은 동기나 보상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보상체계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인간이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조합할 때 뇌의 내측 전전두엽피질이 활성화되지만, 다른 사람의 정보를 조합할 때는 이 부분의 활동이 감지되지 않습니다. 내측 전전두엽피질은 부분적인 단서들을 조합해 기억 전체를 떠올리는 복원 과정, 즉 ‘패턴 완성’을 만들 때 활성화됩니다. 이는 다시 말해, 나의 아름다움을 판단할 때와 타인의 아름다움을 평가할 때 뇌에서 다른 기능을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나만 아는, 나의 내면 속 정보들을 사용한 ‘내면의 아름다움’인 것입니다.

 

흔히 겉으로 보이는 외모보다 성품이 좋은 사람을 가리켜 ‘내면이 아름답다’고 표현합니다. 고운 심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지만, 뇌과학 입장에서 보면 이는 비유가 아닙니다. 글자 그 자체의 뜻대로, 내적으로 보유한 정보를 활용해 아름다움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일련의 과정인 것이죠.

그럼 우리는 거대한 착각 속에 사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다행히도, 유명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의 부사장이자 분자생물학자인 다니엘 야로시 박사는 우리의 이러한 고민을 덜어 줍니다. 그는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믿는, 혹은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일수록 ‘자기 시그널링 행동(self-signaling actions)’을 통해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진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아름답다”는 확고한 내면의 믿음이 실제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힘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내적 정보를 조합해 스스로 아름답다고 믿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에게도 아름답게 보인다면 이거야말로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어쩌면 외모를 가꾸기 위한 노력 가운데 가장 간단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피부 관리나 다이어트 등 ‘셀프케어’ 계획에 하나 더 추가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나의 아름다움을 믿기, 자신감 갖기, 긍정적으로 바라보기와 같은 것들을 말입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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