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성격
상처받지 않기 위한 몸부림 - 나르시시스틱 인저리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6.12 05:29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젊은 환자를 진료하면 '나르시시스틱 인저리'라는 용어가 머리를 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대한 프로이드(S. Freued)의 표현을 빌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자기 자신에 리비도가 쏠려 있는 상태, 즉 자기 자신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태어나면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라 생각하고 자기 위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합니다. 자라면서 리비도는 외부 대상으로 향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리비도는 다시 자신을 향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처럼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너무 어려운가요?

저는 '나르시시즘'을 언급할 때 항상 두 가지를 강조하는데요. 바로 ‘자기중심성’과 '상처받기 싫은 마음’입니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보는 나르시시스트들은 이런 사람입니다.

자신의 재능, 업적을 지나치게 자랑하죠. 그중 외모를 지나치게 내세우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공주병', '왕자병'이라 부릅니다.

자신의 업적을 부풀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런 나르시시스트들은 주변 사람을 '자신의 업적을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나의 대단함을 우러러보는 존재'로 여깁니다. 상대방의 감정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사진_픽셀

 

사실 이런 분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은 숨겨져 있는 나르시시스트입니다.

그들은 겉으로 잘난 척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줍어하는 분들이 많죠. 다른 사람의 반응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면서 주변을 살핍니다. 그들의 관심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해 주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작은 일에 상처를 입습니다. 그리고 상처를 준 사람을 자신에게 굴욕감을 안겨준 대상으로 생각하죠.

문제는 이들이 상처를 입는 것이 두려워 때때로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입니다.

 

남자 A는 올해 서른다섯이 되었습니다. 그는 중고등학교를 모범적으로 보냈고 이른바 명문대라고 하는 학교에 진학을 했습니다. 학창 시절 그는 주변 사람들과 갈등 없이 잘 지냈습니다.

문제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였습니다. A는 대기업 몇 군데 지원을 했지만 모두 떨어졌습니다. 이후로 A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며 더 이상 취업 원서를 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피합니다. 이렇게 지낸 기간이 7년이 넘었습니다. 부모님은 답답합니다.

 

숨겨져 있는 나르시시스트, 이들은 자존감에 손상을 입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못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쉽사리 용납하지 못합니다. 창피를 당할 위험이 있는 것들은 더 이상 시도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보통 어린 시절 큰 문제가 없었기에 부모님 입장에선 너무 황당합니다.

‘히키코모리’처럼 사회생활을 극도로 회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사회생활을 하진 않습니다.

그들의 내면을 살펴보면 자신이 바라는 사회적 위치에 더 이상 도달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은 하고 있기에 애써 이 사실을 외면하면서 살아갑니다.

사진_픽셀

 

A 군이 이렇게 살 수 있는 데는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있는 부모가 있습니다.

아이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키웠습니다. 아이 기가 죽을까 걱정되어 브랜드 옷에 넉넉한 용돈, 어학연수 비용까지 A 군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A 군은 여전히 고3에 머물러 있습니다.

중독 학회에서 한 교수님이 웃으며 한 이야기입니다.

"도박중독인 아들 뒤에는 항상 돈을 대 주는 어머니가 있어요. 진료실에도 따라 들어와 뒤편에서 아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죠."

 

아이가 상처를 입더라도 한 발 뒤에 물러서 있는 부모가 현명한 부모입니다.

아이에게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현실에선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 잠이 오지 않아 찾아온 A 군에게 살며시 직장을 가져 볼 것을 권유합니다.

“좋은 직장을 가지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라도 해보는 게 어때요?”

A 군은 웃으며 요즘 허리가 좋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부모를 재촉해 보았지만, 그래도 자식의 기를 죽이긴 싫다는 어머니의 말에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집니다.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4
전체보기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박소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18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