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격의 문제와 관련해, 앞서 글을 통해 말씀드린 적이 있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더불어 경계성 성격장애(인격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접합니다. 많은 경우는 경계성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 - 잦은 기분 변화, 대인 관계에서의 변동성, 자해 또는 자살 시도 등 - 에만 주목하여 '연인으로 지내면 힘든 사람' 정도로 묘사하는 데 그칩니다. 글을 통해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관해 조금 더 이해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27세 여성 E 씨는 인간관계에서의 불안정함을 호소하여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습니다. E 씨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없다고 느끼며 외로움에 힘들어합니다. 가까운 친구들의 마음이 자신과 다르다고 느낄 때면 E 씨는 관계에 불안감을 느끼며 한없이 예민해집니다.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친구들을 비난해서 결국 친구들이 자신의 마음과 같이 움직여 주어야 안정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친구들은 점점 지치고 E 씨와 거리를 둡니다. E 씨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로, 갑작스럽게 버림받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이렇게 죽을 것 같은 마음의 고통을 느낄 때면 E 씨는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 씨는 남자 친구와의 이별 후에 두 차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너를 증오하지만, 나를 떠나지 말아 줘. 네가 떠난다면 나는 (마음이) 죽어 버릴지도 몰라."

경계성 인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위와 같을 것입니다. 이들은 한편에 증오와 분노,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애정에 대한 끝없는 목마름이라는 양극단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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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관계학파 정신분석가들은 이러한 성격적 문제의 원인을 발달 초기에서 찾습니다. 쉽게 이야기해, 사람은 인간관계의 기초 단계를 엄마와의 초기 단계에서 배웁니다. 다른 사람과 기본적인 신뢰를 형성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디엔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점차 불안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됩니다. 엄마를 필요로 할 때면 즉시는 아니더라도 빠르게 나타나 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타인과 자신의 마음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동시에 이러한 차이에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초기 양육 환경이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거나 아기의 기질이 남달랐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발달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성장한 사람들에게 인간관계는 늘 위태롭습니다. 기본적인 심리적 안정성이 부족한 이들에게, 가까운 이들과의 이별은 누그러뜨릴 수 없는 불안감, 죽을 것 같은 심리적인 고통을 안겨줍니다. 경계성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연인과 갈등이 있거나 이별을 할 때 자살 시도를 하는 것은 이러한 마음의 고통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이렇듯 경계선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속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과 분노로 찢어져 있습니다.

* 인간관계의 기초 형성과 관련해 일차 양육자(primary caretaker)라는 조금은 딱딱한 용어 대신, 직관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엄마'를 사용했음을 말씀드립니다.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으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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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 덕분에 제 마음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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