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시형 정신의학신문 고문]

 

아이가 갖고 있는 많은 재능 중에서 최고의 것을 찾아내야 한다. 많은 기회를 주고, 그리고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아이가 어떤 일에 관심을 보이는지, 어떤 일에 아이의 눈이 가장 빛나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간섭하거나 떠밀지 말고 그냥 기다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사진 하워드 가드너 오른쪽 wikimedia

미국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사람마다 언어지능, 신체운동지능 등 강점지능과 약점지능이 있다는 다중지능이론을 창시했다. 지능이나 재능의 종류가 다양하고 많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그리고 모든 아이는 저마다 독자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 천재적 수준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특정 분야에 대한 강점지능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마다의 독자적인 재능을 찾아내 이를 개발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재능이 그 분양에서 일류가 될 수 있을 것인가는 다음 문제다.

 

우선 엄마들이 해야 할 일은 현대사회가 무척이나 다원적이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계속 새로운 분야가 생겨나고 있으므로 그 많은 분야마다 몇 사람의 수재는 태어나기 마련이다.

 

피아노, 무용, 그림 등 가능성 있는 문은 일단 두드려 봐야 한다. 해보지 않고는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발견되지 않거든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는 것이다. 권위자가 별건가. 무엇이든 그 분야를 처음 하는 사람이 권위자요, 전문가다.

 

다만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재능 중에서 최고의 것을 찾아내야 한다. 물론 이건 쉽지 않다. 어쩌면 영영 못 찾아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많은 기회를 주고, 그리고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아이가 어떤 일에 관심을 보이는지, 호기심을 보이는지 그리고 어떤 일에 아이의 눈이 가장 빛나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보라. 혹은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모래판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드는 아이가 있다. 꽃을 관찰하는 아이, 나무에 올라 매미 잡기를 좋아하는 아이, 그냥 조용히 그늘에 앉아 동화를 읽는 아이도 있다. 길가는 사람과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아이, 간판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아이도 있다.

사진 vimeo

있는 그대로 지켜보라. 일체의 선입견을 버리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절대로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이러니저러니 하지 말라. 재능이란 남과 비교될 수 없는 그만의 독자성 속에서 빛이 나는 것이다. 부모들은 거의 습관적으로 다른 아이와, 혹은 형제들과 비교한다. 이것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그 비교를 부모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부모의 이상이나 기대대로 성장하지 않으면 실망한다.

 

한국 부모의 관심은 주로 지적 능력에 있다. 세 살배기가 말을 못하면 장애아는 아닌가. 다섯 살배기가 글을 못 쓰면 저능아는 아닌가 의심한다. 형들은 저 나이에 영어도 했는데... 이렇게 비교를 하다보면 멀쩡한 아이에게 이상한 딱지가 붙는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두 살배기가 혼자 한글을 몇 자 읽는다고 그만 부모가 흥분한다. 숫자를 읽는다고 흥분한다. 아이가 새로운 걸 터득할 적마다 부모의 흥분은 점점 확신으로 굳어져 간다. 그리곤 아이를 데리고 조기 영재 교육 학원으로 간다. 물론 이게 천재성의 싹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집착이 천재적인 아이를 오히려 망치는 경우가 많다.

 

실망도 말 것이며 처음부터 과잉 흥분도 금물이다. 천재성은 때가 되면 되게 마련이다. 그렇게 부모가 흥분해서 소동을 벌일 일이 아니다. 일찍부터 TV에서 천재라고 떠들썩했던 아이의 후일담을 들은 기억은 별로 없다.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 저능아란 딱지도, 천재라는 딱지도 금물이다. 어른의 선입견이 작용하면 아이의 예민한 천재성이 개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 영재 클리닉의 맥포크 박사는 천재성을 꺾는 부모 유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첫째, 비판 과잉형 부모다. 부모의 기대나 상이 너무 커서 기다리지 못하고 비판만 하는 경우다. 이래서는 천재성이 피어날 수가 없다.

 

둘째, 지배 과잉형 부모다. ‘잘 알아둬. 너를 사랑하는 건 재능이 있기 때문이야.’ 따라서 아이는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바둥거려야 하고 그것이 실패 공포증으로 발전한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함께 관심을 갖고 아이의 상상력이나 창의성이 동원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만화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겐 ‘너라면 어떻게 그리겠냐?’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선에서 끝나야 한다. 간섭하거나 떠밀지 말고 그냥 기다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고문
경북대학교 의학 학사
예일대학교 대학원 신경정신과학 박사
세로토닌 문화 원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
정신의학신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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