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창의적 인재 육성,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미래 세대를 이끌어 갈 인재상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창의적 인재상’입니다. ‘창의미술교육’, ‘창의성 영재교육’ 등 교육 트렌드에 민감한 학원가도 앞다투어 창의력을 길러 주겠다며 ‘창의’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웁니다. ‘창조경영’, ‘창의적인 인재 모집!’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대 시장에서 살아남고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창의적 역량을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창의적 인재를 모셔 와야 합니다. 남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결코 차별화될 수 없고, 나만의 존재감을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슬프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창의성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특성’입니다. 여기에 더해 흔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법을 통한 문제 해결’ 정도의 정의가 내려집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학이라는 입시 관문을 향해 질주하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정해진 프레임에 갇힌 아이들에게 어떻게 창의성을 길러 줄 수 있을지 도무지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창의적인 사람이 된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필수 요인인지도 딱히 모르겠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처럼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남다른 아이디어나 방식을 제안해서 눈에 보이는 성과로 증명해 내지 못하면 그저 별난 사람 취급 받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괜한 짓’으로 행동에 옮기는 순간, 부모님으로부터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 “왜 이렇게 엉뚱하게 구느냐!”며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의 작은 돌출 행동에도 습관적으로 꾸지람하는 부모님들도 자녀들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고, 창의성을 길러 줘야 한다며 각종 예체능을 섭렵할 것을 종용합니다. 그러나 미술이나 음악, 운동과 같이 예체능 능력을 키우고 기술을 연마한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창의성이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창의성’이라든가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천재적인 음악가 모차르트나 만능 예술가의 전형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천재 예술가들을 떠올립니다. 사실 이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창의성은 너무도 뛰어나서 보통 사람들은 범접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확실한 것은,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에 몰두하며, 그들의 창작열을 불태우는 데 있어서 창의성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들의 창의적 수준을 기준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 창의성은 굉장히 개인 내의 고차원적인 정신 활동으로, 개인의 기질과 재능, 예리한 감각과 감수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입니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어찌해서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천재적인 예술가에 상응하는 창의성을 키우는 것은 우리의 관심 한참이나 뛰어넘는 부분입니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도 꾸준히 노력하면 창의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또 오늘보다는 내일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한 뼘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다면 창의성,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1.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우리는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며 많은 자극들에 노출되어 쉽게 주의가 산만해지곤 합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 자극에 방해받지 않고, 무엇에든 골몰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생각과 개념들에 대해 사색하고, 질문하며, 탐색할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2.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지지해 줄 네트워크를 형성하라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자신의 관심을 공유하고 지지해 주는 동지나 선배들과 연대해 나가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연구 분야를 넓혀 가고 깊이를 더하면서 새로운 심리학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 관심 분야에 골몰하는 시간만큼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전문가 입장에서 조언해 주고, 심리적으로도 지지해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거나 창조적인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3. 개방성을 무기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축적하라
창의력의 원천은 많은 부분 자기 내면에 축적된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 직감과 감성입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많이 경험하고, 많이 읽고, 많이 느껴 보는 것이 창의력의 자양분을 축적하는 방법입니다. 새로운 경험이나 도전 앞에서 두려움에 직면하고 자신을 기꺼이 열어젖히는 개방성을 기르십시오.
4.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던 길로 가 보기 - 관습을 탈피하라
1918년, 마하트마 간디는 인도의 아마다바드라는 산업 도시에서 생긴 미묘한 노동 분쟁을 중재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이 사건을 맡은 간디는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당한 임금에 시달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노동자들은 변호사였던 간디를 통해 35퍼센트의 임금 임상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회사 측은 20퍼센트의 임금 임상만이 최선이라며 물러설 기미가 없었죠.
몇 번의 중재가 실패로 돌아가자, 간디는 노동자들에게 몇 가지 모범적인 방식으로 행동할 것을 요청합니다. 무력시위는 절대로 금할 것과 동맹 파업 동안 다른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거나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 것 등 그동안 해 왔던 방식과는 사뭇 다른 접근 방법을 취했던 것이죠. 이후 간디는 양쪽이 동의할 만한 해결책으로 협상할 때까지 단식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결국 절충안인 27.5퍼센트 인상으로 양자의 동의를 얻은 끝에 파업도 끝이 납니다.
간디는 그동안 노동자들이 해 왔던 폭력 시위나 파괴적인 방식의 저항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렇듯 그간 해 오던 똑같은 방식이나 매일 지나가던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던 길로 가 보는 것은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고, 시야를 넓혀 줄 수 있습니다.
5. 감수성을 키우고, 직감을 믿어라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인 히사이시 조는 자신의 창작 스타일에 대해 “이 세상에 ‘확실한 나’는 없으며, 여기저기서 수많은 영향을 받으며 창작하는 가운데 ‘나다움’으로 떠오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영화음악을 만들 때도 영화의 무대는 한국, 겨울 장면임에도 일부러 일본에서 가장 따뜻한 오키나와 음계를 사용해 봤다고 밝혔는데요, 신비한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한 직감적인 선택이었지만 자신이 녹음했던 지역이 오키나와였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우리의 오감은 매 순간 수많은 시각 및 청각, 후각적 자극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자극을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어떠한 영감을 받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꾸준히 감수성을 기르는 훈련이 도움이 됩니다. 또 순간적인 자신의 느낌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때 뜻밖의 세상과 조우할 수 있게 됩니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매일 같은 방식으로 요리하던 레시피를 살짝 바꾼다든지, 직장 상사의 불친절한 행동에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며 가능한 시나리오를 꾸며 본다든지, 늘 해 오던 일의 방식을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마감을 정해 놓고 문제의 정답을 찾기보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답이 떠오를 때까지 지우고 쓰고를 반복하다 보면, 무의식에서 잠자고 있던 우리의 창의성도 깨어나 조금씩 수면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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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것만으로 왠지 위로가 됐어요. 뭐라도 말씀드리고 싶어서 댓글로 남겨요. "
"게을렀던 과거보다는 앞으로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네요. "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