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우울, 불안 등으로 정신과를 다니고 있는 10대 학생이에요. 그런데 요새 궁금한 게 있어요.

제가 여자고 제가 다니는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도 여자이신대요. 아무래도 진료 때 힘든 이야기나 우울한 감정 등에 대해 말하다 보니까 제가 의사 선생님께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선생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예를 들어서 자꾸 상상으로 진료 때처럼 선생님한테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선생님이 답해주시는 걸 상상해요. 뭔가 감시당하는 느낌이어서 안 하고 싶은데 자꾸 하게 되네요.

왜 그런 걸까요? 이런 것도 망상인가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 같은 게 짙어져서(약간 엄마에 대한 사랑 같은 느낌?) 진료 때도 불편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이른 나이에 우울, 불안을 겪으셔서 안타깝지만, 치료를 잘 받고 계신 듯해서 다행입니다. 질문하신 사항은 상담 치료가 진행되다 보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상담치료를 하다 보면, 상담 의사가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사람처럼 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예를 들어서 아버지가 두려운 존재였고 앞에 있는 의사가 그 아버지처럼 느껴진다면, 진료시간에 혼이 날 것 같고, 말을 조심해야 할 것 같으며 작은 실수에도 크게 사과하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역시 이렇게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남자 선생님도 두려워하며, 직장상사도 두려워합니다. 모두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착각하는 거죠. 그리고 종종 이런 착각이 인간관계의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괜히 내가 겁을 먹으면 상대방과의 관계가 좋아질 리가 없으니까요.

 

질문자 분이 의사 선생님을 어머니처럼 여긴다는 것을 담당 선생님께 말하면서 치료는 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종의 오류를 확인할 수 있고, 수정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 치료는 좋은 말로 치료를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관계 그 자체로 치료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관계로 치료한다는 말이 지금 질문자분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며, 그 변화를 담당 선생님께 얘기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있으니, 꼭 말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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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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