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청년입니다. 그리고 저는 현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저는 사람들을 다 의심하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의심을 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 왕따와 학교폭력으로 그리고 친척에게 성희롱도 당하고, 직장에서 상사에게 사생활 침해까지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정말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서 자살시도도 하고 삶의 이유를 못 찾고 있었습니다.

진료는 직장 상사에게 사생활 침해를 당하면서 제가 출근길에 목을 조이는듯한 상태로 정신은 혼미하고 너무 어지러워서 출근길에 중간에 다른 승강장에서 내리게 되면서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숨이 막히고 방문을 닫으면 가족들이 내 욕을 하는 것 같이 느껴지고 너무 괴로워서 병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코로나가 심해서 병원을 못 가다가 얼마 전에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의사 선생님도 못 믿어서 저번 진료 때 많은 이야기를 못 했어요. 왜 의사 선생님 앞에만 가면 백지장이 되고, 가족들과 회사 동료들을 의심하게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한 번씩 기분 조절이 안 돼서 약을 이번에 처방받아 오기는 했지만, 많은 이야기를 의사 선생님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사람은 다 의심해도 의사 선생님은 믿고 싶은데 왜 안 되는 걸까요? 뭐가 문제일까요? 너무 힘드네요. 아직도 안 잊히는 트라우마들이 저를 괴롭히는 게 너무 괴롭고 힘드네요. 도와주세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스스로도 원치 않는 의심을 하는 것은 보통 인생을 스릴러로 바꿔버립니다. 그리고 본인은 스릴러의 주인공이 되어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넘기 어려운 정신건강의학과 문턱을 넘어 약물치료를 시작하신 듯합니다. 

 

잘 알고 계신 것처럼,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계기가 있습니다. 보통 타인에게 피해를 받은 경험에서 시작하게 되죠. 경제적인 피해, 육체적인 피해, 정신적인 피해 등 피해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신적인 피해입니다. 특히,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 주는 정신적인 피해보다, 내 근처에 있는 가까운 사람이 가하는 정신적인 고통이 더 큰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학교폭력, 친척으로부터의 성희롱, 직장 상사의 사생활 침해 모두 가까운 사람에게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받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라는 생각이 뿌리를 깊게 내렸고, 이후 이 생각이 다양한 상황에서 의심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에게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은 사람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네, 괜찮아?"라는 상사의 말이 배려로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 직장 상사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사생활 침해를 했었다면, 같은 상사의 말을 듣고 "또 내 사생활을 훔쳐보고 저렇게 말하나?"라는 생각이 들며 폭력으로 느껴질 테죠.

따라서 오랜 기간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야 불필요한 의심이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계시고, 또 주치의 선생님을 믿으려 노력하고 있으시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은 사람으로 회복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데,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주치의가 가장 안전한 대상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주치의에게 자신의 아픔에 대해 얘기를 해도, 위로받고 적어도 공격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할수록 사람에 대한 불필요한 의심도 서서히 줄어들 것입니다. 

마음이 아팠던 기간이 긴 만큼 앞으로 가야 할 길도 길어 보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동행이 있어 보이기에 안심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진료받으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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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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