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제 고민은 작은 일에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싸우는 겁니다. 남한테 한소리 세게 해야 직성이 풀리고 아니면 집에서 혼자라도 소리치거나 욕을 하네요.

주로 이런 일들에 화가 납니다.

• 제 앞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지나가는 차 → 가다가 차가 뒤집어져서 다 죽었으면 합니다.

• 한줄서기 안내를 안내를 못 봐서 다른 줄로 갔다가 다시 뒤로 가는 경우 → 매장 직원에게 한소리 해야 합니다. 매장 안내가 잘 되어있지 않긴 했지만 그렇게 싸울 일은 아닌 거 같아요.

• 개 목줄을 안 하고 다니는 아줌마 → 개 목줄을 할 때까지 싸웁니다.

• 현금만 결제받는 매장 → 매장 관리자와 싸웁니다. 아니면 고객센터에 신고합니다.

• 저한테 무언가 지적하는 사람 → 당연히 싸웁니다.

• 불친절한 매장 계산원, 직원 → 째려봅니다. 불친절 신고합니다.

• 일이 제 계획대로 안될 때 → 주변의 모든 사람을 탓합니다. 네가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된 거야.

그냥 별일 아닌데 왜 그렇게 극도로 화가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냥 이유 없이 짜증 납니다. 이러고 있는 게 한심하네요. 그냥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 건가요? 원래도 무난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요즘은 화가 나서 미칠 거 같습니다. 정신과 상담이 필요할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난 늘 분노해 있어.'

유명 영화 속 등장인물의 대사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 우리도 꽤 많은 시간 분노를 마음속에 담아 놓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분노가 있는 것을 모르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분노가 해소되어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라 노력하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가 없습니다. 

 

질문자 분은 스스로가 원래 무난한 성격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문맥을 보면 아마 분노를 원래 느끼는 분이신가 하고 추측합니다. 최근 이런 변화를 유발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언급해주지 않으셔서 모르겠네요. 그래서 일반적인 경우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분노를 불필요하게 과하게 하시며, 그 분노를 받을만한 사람에게만 분노하시는 것이 아니라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도 분노를 하시고 있으십니다. 이미 마음속에 많은 분노가 차 있어 보이시고요. 예를 들면 컵 속에 물이 가득 차 있어 물이 한 방울만 떨어져도 컵 밖 사방으로 물이 튀고 있는 것 같은 상황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컵 속에 물이 가득 차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물 한 방울 같은 분노들은 피할 수가 없는데, 그 한 방울 한 방울이 모두 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컵 속에 물을 비워야만 합니다. 

 

다행히 분노의 근원을 아는 것만으로도 컵 속의 물을 비울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근원은 '실제로 분노할 것에 분노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고객에게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따라서 고객에 대한 분노가 쌓이지만 그 당사자에게 분노를 표현할 수 없죠. 그 분노를 마음에 담아 놓는 분들은 우울증에 빠지고, 외부로 풀어버리는 분들은 화가 많아지게 되곤 합니다. 

근원의 다른 가능성은 '자기 자신이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 별로라고 믿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별로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늘 걱정하며 예민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기 자신이 열등감을 느끼게 되면, 상대방이 그런 의도로 공격했다고 확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오게 되죠.

또 다른 가능성은 '분노로 다른 중요한 것을 잊을 수 있을 때'입니다. 화를 냄으로써 현실적인 걱정들을 잊을 수 있기에 화를 찾아다니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술 등 걱정을 잊을 수 있는 다른 수단들을 함께 사용하곤 합니다. 

 

분노는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굉장한 행동을 하게 만들어 주죠. 그래서 종종 분노를 연료 삼아 업무를 수행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분노도 한 가지 목표를 위한 에너지로 사용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분노를 에너지로 쓰기 위해서는 분노의 근원이 명확해야만 하죠. 

지금 질문자 분은 분노의 근원을 알 수가 없으며, 분노라는 에너지를 목표 없이 가지고 계십니다. 이런 분노는 결국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잠시 시간을 내셔서 분노의 근원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혼자 고민이 어려우시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셔서 전문의와 함께 고민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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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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