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외모에 대해 자신감이 많이 없는 편입니다. 체형에 대해서도 그렇고, 얼굴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특히 피부가 나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피부과 치료를 받아볼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피부 때문에 첫인상이 지저분하게 보이지는 않을지 늘 걱정이고, 거울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정말 객관적으로 제 외모가 나빠서 드는 감정인지, 제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흔히들 자존감을 높이라고 말하잖아요. 정말로 자존감을 높이면 제 단점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되나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가끔은 그런 말들이 다 허울 좋은 허상이나 가식처럼 느껴져요. 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사랑하고 말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한테, 저랑 조건이 바뀌어도 똑같이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어 지기도 해요.

자존감이 나를 사랑하는 감정이라지만, 결국 일정 부분은 타인에게 기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백날천날 말해본들 아무도 절 사랑하지 않으면 그 감정이 얼마나 오래갈까 싶어요. 사람이 혼자 살 수는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나는 내 외모가 괜찮아 보인다고 아무리 자기최면을 걸어본들 타인이 그렇게 보지 않으면 별로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자존감이 높아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외모가 아니라, 그냥 객관적으로 괜찮은 외모가 갖고 싶은 것 같아요. 요즘 이런 말 하면 질타를 받을까 봐 어디 가서 말하지도 못해서 여기다 적어봅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자존감이 높다면 조금 더 활기찬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하죠. 따라서 자존감이란 단어는 요즘 만병통치약처럼 쓰이곤 합니다. 그래서 질문자 분의 경우처럼, 결국 자존감 높이기는 자기 최면을 거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존감을 좀 나눠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먼저 내 장점을 장점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존감을 올릴 수 있겠죠. 내가 가지고 있는 건강, 따뜻함, 지혜 같은 것들의 가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내가 과하게 나를 비난하는 면을 알아차리고 중단하는 것 역시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입니다. 괜찮게 발표를 했는데 자신만 알고 있는 실수로 발표 전체를 평가절하하고 스스로도 비난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중단하는 것이죠.

보통은 여기까지를 자존감이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위 얘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중요한 점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장점을 장점 대로, 또 나의 단점을 단점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죠. 내가 가진 지혜를 과도하게 평가한다면 그것은 자존감이 아니라 자만이 되고, 내가 한 실수를 실제보다 더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만이 됩니다. 결국 장점과 단점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올바른 자존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은 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릅니다. 어떤 분은 장점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스스로에게 칭찬을 할 수 없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단점에 대한 기준이 너무 낮아서 전부 다 단점이라고 생각하시죠. 예로 든 이런 기준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결국 자존감이 낮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에 대한 기준과 자존감은 서로 연관이 있습니다.

문제는 기준과 자존감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분들은 주변에 그 기준에 대해 마음을 터 놓고 물어볼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내 시계가 시간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면 다른 사람의 시계를 보고 내 시계를 맞춰야 하는데, 믿을 만한 다른 사람이 없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치료를 권합니다. 조금 더 건강한 기준을 만들어 자존감을 다시 구성하여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삶에서 외모는 중요합니다.

외모를 개선해서 자존감이 바뀌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외모를 개선해도 자신의 다른 단점을 찾아내 자존감이 더 낮아지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질문자 분의 기준과 자존감의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외모와는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는 직접 상담을 받아보셔야 명확한 답을 얻으실 수 있을 듯합니다. 어려운 일이시겠지만, 용기를 가지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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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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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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