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공황장애의 치료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옛날에는 불안을 사회적인 요인에서 찾았는데, 요즘에는 과학적인 연구로 접근하다 보니 불안이 뇌 질환이라는 게 밝혀졌어요. 그리고 공황장애는 특히 뇌 기질적인 부분이 많이 관여하는 질환이라고 해요.

앞서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있다고 했잖아요? 모든 불안장애의 가장 첫 번째 치료는 약물을 복용하는 거예요. 그 약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항우울제예요. 공황장애인데 왜 항우울제를 먹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항우울제가 뇌신경 물질을 안정시켜주는 데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해요. 특히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불안을 낮춰주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호르몬이라고 해요.

그리고 항우울제는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바로 끊는 게 아니라, 최소한 증상이 없어지고 6개월 정도 복용을 하라고 이야기해요. 왜냐면 공황장애가 없을 때는 건강한 정상의 뇌였죠. 그런데 공황장애를 오래 앓으면, 뇌가 불안한 뇌, 공황장애의 뇌로 바뀌어 버려요. 약을 통해서 증상이 가라앉는다고 해서 뇌가 완벽하게 회복된 건 아니거든요. 증상이 가라앉고 나서 안정적인 상태를 6개월 정도 유지해야 다시 건강한 뇌로 돌아올 수 있어요. 그래서 첫 번째는 항우울제 치료를 6개월 이상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항우울제가 조금 특이한 게, 다른 약이랑 작용하는 기전이 조금 달라요. 그래서 약을 먹으면 3~4주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거든요. 그런데 공황장애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오는 거라고 했잖아요? 죽을 것같이 불안한 사람에게 ‘이 약을 드시면 한 달 후에 효과가 나타납니다.’라고 하면 너무 힘들잖아요. 그래서 같이 처방을 해드리는 게 항불안제와 교감신경억제제 종류를 처방해드려요.

 

항불안제의 종류는 신경성에 많이 쓰이는 약물이거든요. 정신과 약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내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통증의학과에도 신경성 통증이나 복통이 있거나, 근골격계에 통증이 심할 때도 항불안제를 많이 써요.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정신과에서 이 약을 먹으면, 사람들이 정신과 약이라고 싫어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씀을 드리는 거고, 항불안제를 먹으면 처음에 증상을 조절하는 데는 가장 좋은 효과를 볼 거예요. 

그런데 민감한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므로, 처음에 먹고 너무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나에게 안 맞는 약이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약의 양을 줄여서 반으로 드시면 되거든요. 아니면 다른 약으로 바꿔도 되고요. 아무 효과가 없으면 그 양을 늘려서 먹으면 되는 거니까, 충분히 의사와 상의를 해서 조절하실 수 있어요.

 

세 번째로 교감신경억제제가 있어요. 지난번 말씀드렸는데, 자율신경을 조절하는데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가 있다고 했잖아요? 불안할 때 교감신경계가 증진되어 있어요. 보통 6:4 정도로 유지가 될 때 가장 편안한 상태라고 이야기하는데, 불안한 사람들은 8:2, 9:1 정도로 상승하여 있거든요. 교감신경을 적당히 맞춰 주면 가슴 두근거림 같은 것들이 조금 편해져요. 그러면서 병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기거든요.

이렇게 공황장애의 첫 번째 치료는 약물치료예요. 항우울제, 항불안제, 교감신경억제제, 의사마다 각자 추가되는 약들이 있을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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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약물치료 외에 가장 공인된 치료법은 인지 치료예요. 인지 치료는 심리치료의 일종인데, 많은 사람이 정신과에 방문하면 ‘심리치료를 해봤자 뭐하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심리치료를 해봤자 그때 잠깐 위안을 얻지, 그다음부터 처한 상황은 똑같고 바뀌는 게 없으므로 똑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요즘에는 그 부분에서도 심리치료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가 밝혀지고 있거든요.

인지 치료라는 건 어떤 거냐면, 이 사람의 지금 시점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치료예요.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게 어떤 의미가 있냐면, 제가 건강한 뇌에서 불안한 뇌, 공황장애에 걸린 뇌가 됐다고 했잖아요? 공황장애에 걸린 뇌가 불안한 뇌가 됐다는 건 불안을 시도 때도 없이 계속 반복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서 야구선수가 공 던지는 연습을 하잖아요. 공 1만개를 던지는 야구선수보다 100만 개를 던지는 야구선수가 머리에서부터 팔 끝까지 이어지는 신경계 통로가 더 굵고 단단할 거예요. 불안한 생각을 계속하는 사람은 불안 반응이 엄청 빨리 일어나거든요. 처음에는 솥뚜껑을 2초는 봐야 놀랐는데, 계속 반복되면 0.1초만 봐도 화들짝 놀라게 되는 거예요. 이 불안 반응이 일어나는 뇌 회로를 인지 치료를 통해서 불안한 생각과 행동을 덜 하게 되면, 불안했던 뇌가 건강한 뇌로 바뀌게 되는 거예요. 심리치료도 효과가 있다는 거죠. 

인지 치료를 통해서 바른 생각, 그 상황에 맞는 생각, 불안할 때는 불안함을 느껴야 한다고 했잖아요? 불안할 때 불안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잘못된 거예요. 그 상황에 적절한 생각을 할 수 있고 적절한 행동을 의사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그런 행동이 자꾸 쌓이다 보면 불안한 뇌에서 건강한 뇌로 바뀌게 되면서 치료가 되는 거거든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 치료가 가장 공인되고 제일 도움이 되는 치료예요.

 

Q. 그렇다면 치료를 받으면 공황장애 완치가 가능할까요?

그런 질문을 상당히 많이 듣는데, 저는 불안장애, 공황장애의 완치 개념에 대해서 환자분들에게 조금 다르게 설명해 드리거든요. 앞에서도 계속 이야기했지만, 불안할 때 불안함을 느끼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공황발작을 한번 경험하고 난 사람들은 작은 불안조차도 완전히 없어져야지만 다 나았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아시겠지만 모든 사람은 불안해해요. 기본적으로 실존적인 불안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데, 공황장애를 앓기 전까지는 불안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느끼지도 못했는데, 공황장애를 느끼면 아주 작은 불안 하나까지 느끼면서 이걸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증상에 집착하시는 분들은 공황장애를 벗어나지 못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면, 완치의 개념이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나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불안하지만, 나는 불안을 적절히 잘 다룰 수 있고, 불안이 있어도 내 삶을 만족스럽게 살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마음을 가지는 게 공황장애의 완치라고 이야기를 해 드려요 불안이 있어도 잘 다룰 수 있고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기 시작하면, 가끔 일어나는 공황발작이 있어도 잘살게 되거든요. 병원에 오지 않으셔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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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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