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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코로나 이후 생긴 위생에 대한 강박증상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5.14 00:50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코로나 19 발생 이후 언론 소식을 접하고 나면 행동이 달라져요. 정부의 자가 소독 지침 이후엔 날마다 방 소독을 하다가 이제는 택배가 온 날만 하는 걸로 바꾸고, 그래도 손 닿는 곳과 의심스러운 곳은 계속 소독해요. 물론 택배물품들은 꼭 소독 후에 그것도 시간이 경과해야 사용하고, 아니면 위생장갑이나 비닐봉지에 넣어서 사용해요. 퇴근 후에도 한 3주 전까지는 그냥 이전과 같이 행동했는데 신발도 소독을 해야 한다는 아는 분 연락을 받고는 비닐봉지를 끼워 화장실에 가서 씻고 나서야 맨발로 다녀요.

샤워 후에도 내가 씻으면서 떨어진 비누 잔해들이 염려돼서 다시 청소해요. 청소할 때도 계속 위생장갑을 바꿔서 사용해요. 한 물건 만지면 또 바꾸고 이런 식으로요. 세면대에서 손을 씻다가도 세면대에 손이 조금만 닿아도 다시 비누칠을 해서 손을 씻어요. 씻을 때 비누에 바이러스가 다 죽는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또 묻을 것만 같아요. 조심을 하니 더 자꾸 손이 닿는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 불면증도 심해져서 잠을 잘 못 자고 몸무게가 6kg 정도 빠졌어요. 밥도 많이 안 먹고 간식은 거의 안 먹어요.

특히 심한 건 퇴근 후 휴대폰 사용이에요. 코로나 이후에도 알콜스왑으로 닦아서 일상적으로 사용했는데 사용 후 손을 씻어야 한다는 기사를 접한 후로는 그냥 사용이 안돼요. 비닐봉지에 넣어서 사용해요. 빼고 사용하면 꼭 다시 손을 씻고요. 노출시켜도 보았는데 다시 또 그렇게 돼요. 폰이야 저 혼자 사용하지만 직원들이 올리는 결재서류나 이런 걸 만지고 휴대폰을 사용하니 신경이 쓰여요. 직원들은 젊어서 그런 건지 손도 잘 안 씻고 그러니 직원들 서류 결재를 할 때면 등 근육이 움찔거려요. 요즘은 한 번씩 손 씻을 때나 불안할 때 등 근육이 움찔거려요ㅠㅠ

전에는 없던 증상이에요. 이러니 집에서도 조금만 뭘 만지려면 위생장갑을 사용하게 되고 정말 미치겠어요. 제가 과하다는 것도 알고 강박증상인 것 같은데 잘 안 고쳐지니 너무 힘드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도와주세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입니다.

코로나 19 이후로 위생 강박 때문에 힘들어하고 계시군요. 요즘 텔레비전에서도 워낙에 손씻기 위생을 강조하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흉흉한 소문들이 돌고 있으니, 정말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평소보다 조금 더 위생과 사회적 거리 두기 등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임도 분명하고요.

하지만 과도한 불안과 걱정 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정도라면 코로나에 대한 일반적인 걱정 이외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자님께서 자세히 말씀해주신 모습들은 분명 강박장애에 준할 수 있는 정도의 증상들이라고 보입니다. 질문자님 스스로도 과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상생활에 장애가 될 정도의 생각과 행동들 때문에 괴로움을 받고 계시니 말입니다.

강박장애는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강박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그 생각에 관련된 행동이 반복되고, 그것 때문에 사회적, 직업적 기능의 저하를 일으킬 정도로 문제가 심해진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강박 사고란 "~~해야만 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으로 자꾸 '침투'하는 증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님의 경우에는 "손을 씻어야만 해" "소독을 해야만 해" "바이러스에 닿지 않아야만 해"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머릿속에 ‘침투’한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 생각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고, 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자꾸만 그 생각이 의식으로 끼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박 행동은 보통 이러한 강박사고의 침투를 해결하기 위한 2차적인 해결방안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괴로운 강박사고를 끊어내기 위해 손을 씻는다든가, 청소를 한다든가, 소독을 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강박행동은 결국 강박사고를 오히려 강화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소독을 해야 해"라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 실제로 소독을 열심히 하고 나면 잠시간은 강박사고에서 벗어난 것 같은 후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결과적으로 다시 강박사고가 침투해올 때마다 그 생각이 시키는 대로 굴복하고 마는 방향의 습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행동의 회로가 습관으로 이어지며 더 많은 강박사고를 불러일으키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고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손을 씻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 손을 씻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말로는 쉽지만 막상 하기엔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걸 알지만 막상 그게 안되니 힘들어하고 있는 게 강박장애의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강박장애로 인한 우울과 불안을 해결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강박을 일으키는 뇌의 회로 자체에 직접 영향을 주어 강박 완화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할 경우 더욱 큰 호전을 보일 수 있으니, 지금과 같이 심각한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보시는 것을 꼭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치료에 앞서 이 글을 통해 질문자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강박증상의 핵심을 "사고"와 "행동"으로 나누어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머릿속을 자꾸 침투하는 그 강박 사고는 단지 '생각'에 불과할 뿐 나의 '행동'은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강박 앞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나의 머릿속에 강박사고가 침투해오는 것을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허락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고 않고를 조절할 수 없습니다. '소독을 해야 해'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해서 '그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소독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소독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이며, 우리의 뇌는 반복하여 생각하는 주제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소독을 해야 해'라고 머릿속에 침투해오는 강박사고 자체는 나의 의지로 조절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것 자체가 괴롭고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제발 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어떤 생각을 스위치 끄듯 꺼버리는 손쉬운 방법은 없습니다. 조금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는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대신 행동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습관'이 생기기 전에, 그것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강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점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강박사고가 머릿속을 침투하는 것 자체를 조절하려 헛되이 애쓰기보다는, '소독을 해야 해'라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에 '아 강박사고가 또 찾아왔구나'하는 것을 알아차린 뒤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강박사고에서 벗어나고 싶어!’라며 괴로워하기보다는 지금 이 생각이 나를 어떻게 자극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느껴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근육이 움찔거린다고 말씀하셨다면, 그 생각이 나의 몸 어디에서 느껴지는지, 등에서 느껴진다면 어떤 감각인지 같은 부분에 집중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호흡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나의 감각에 집중하고 있다 보면, 실제로 소독을 하는 '강박행동' 없이도 강박사고가 시간에 따라 조금씩 흩어져 가는 것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한번 찾아온 강박사고가 24시간 내내 한시도 쉬지 않고 자극하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침투해온 강박사고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옅어지고, 다른 생각들에 자리를 내어줍니다.

물론 흩어졌던 생각이 다시 강렬하게 침투해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강박사고는 파도와 같이 고저를 반복하며 리듬을 보입니다. 강박에 맞서기 위해서는 바로 이 리듬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이 리듬을 타며 움직이는 것을 바라볼 수 있을 때에, 다음번 파도가 몰려오더라도 강박행동 없이 이 리듬을 보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코로나로 인해 전 국민이 심리적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질문자님께서도 강박증상들에서 조금이라도 편안함과 안락함을 되찾으실 수 있기를 응원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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