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대학생입니다. 저는 현재 강박증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계속 저를 힘들게 하는 생각이나 행동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주로 뭔가 생각 한 가지에 꽂히면 아닌 걸 알고 있는데도 계속 끼어드는 생각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거나 매우 괴롭습니다. 예를 들면, '너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라는 얘기를 지인에게 듣고 나서 제가 느끼는 감정, 판단, 생각 등에 모두 끼워 맞추듯이 그 말이 생각난다는 겁니다. 모든 생각이나 판단을 의심하고, 불안해하라고 얘기한 게 아닌 걸 알고 있는데도 오류 가능성을 갖다 붙이고 끼워 맞추면서 자꾸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괴롭게 합니다.

자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커지고 그 생각들이 계속 끼어들어 찝찝하고 저의 생각을 확인하고 확인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내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면서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글자 강박입니다. 글을 읽어야 하는데도 글자의 사소한 부분에 집착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글자의 모서리나 끝부분처럼요. 한 글자, 한 글자의 모서리나 끝부분이 완벽하게 쓰여 있는지 확인한달까요?

그리고 어쩌다가 무슨 생각을 했을 때 글이 잘 읽혔다면 글을 읽을 때마다 그 생각을 하는 강박이 생겼어요. 책 읽을 일이 너무나도 많은데 정말이지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시간도 많이 낭비하게 되고 남들보다 효율도 떨어지는 거 같아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사연에서 언급해주신 것처럼 강박증으로 고생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다행인 점은 치료를 시작하고 계신 부분이고요. 강박증은 약물로 치료하면서 다양한 생각이나 감정들을 다뤄보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치료자와 그러한 부분들을 평가해 보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어떤 생각에 집중하지 않고, 이에 반응을 덜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물론 떠오르는 생각을 강제로 억제하거나,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생각을 통제하려는 노력 자체가 실제로 그 생각이 떠오르는 빈도나 그 생각에 할당된 중요성을 증가시키며, 그와 관련된 불편감이 증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박증과 관련하여 이와 관련되어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예시는 흰곰 같은 이국적인 동물과 관련된 상황입니다. 머릿속에 흰곰을 떠올려 본 후에, 더 이상 그 동물에 대해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과정을 수행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이상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떠오르는 생각의 존재를 수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수용한다는 것은 아무런 평가나 판단 없이 내버려 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평가를 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떠오르는 생각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려고 노력하면서, 이미 하고 있던 일들을 지속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생각을 억제하려는 과정이 오히려 상황을 나쁘게 만들고, 그렇기 때문에 불편감이 습관화될 때까지 견디는 게 낫다는 것을 스스로 느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이 힘들다면 불편감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어들 때까지 다른 과제를 하거나 주의분산을 위한 행동을 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강박증의 증상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생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편함을 유발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과정에서 생각이 떠오르는 것에 대해 혹은 그 내용에 대해 어떻게 해석을 하고 의미를 두는지 평가를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때 떠오르는 생각에 대해 의미를 왜곡하여 해석하는 경우에 정서적인 불편감이나 강박적인 행동에 대한 충동이 유발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생각을 치료자와 평가해 보는 과정도 치료과정에서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현재 치료자분과 어떤 치료를 유지 중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서 언급해드린 대로 약물치료를 유지하면서 상담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평가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강박증의 치료 선택지는 여러 가지 기법들이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치료자분과 잘 상의해서 증상을 극복해 나가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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