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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삶이 힘든데 죽으면 편해질 수 있을까요?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5.05 08:44

[정신의학신문 :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올해 대학생이 된 여자입니다.

많은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겹쳐서 고등학생 때부터 우울증을 앓아왔고, 자살 충동도 심하게 들어 자살시도도 여러 번 해봤습니다. 게다가 자살시도 후 부모님한테 많이 혼나니 다음에는 더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더군요. 시도하고 나서 대부분 후회한다지만 정말 후회되는 마음은 하나도 들지 않았어요. 

치료하기 위해 상담을 받아보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얘기를 낯선 남한테 이야기하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결국 그만두었습니다.

아직도 자살 충동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익명 질문 앱으로 성폭행을 당하다 보니, 처음에는 뭐야 하고 넘겼었는데, 계속되고 저를 아는 사람인 것 같은 질문이어서 점점 무서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증상이 더 악화된 것 같습니다. 또 요즘에도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으면 조금씩 모으고 있습니다.

그래도 학교 다닐 때는 기댈 수 있는 선생님이 있기라도 했는데, 제가 자살시도를 처음 한 순간부터는 스스로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생각에 더 이상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사라져서 더 힘듭니다. 

정말 믿고 신뢰하고 진심으로 좋아하던 사람을 잃어버리니 마음이 더 많이 힘들더군요. 그리고 제가 진심으로 믿고 기대던 사람에게 제가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워요.

그냥 항상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밤이나 무슨 일이 생기면 충동이 심해지고요. 

그냥 죽으면 편해지지 않을까요? 저 정말 어떡해야 할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신과 전문의 김정연입니다. 

어린 나이에 벌써 다양한 슬픈 경험을 하신 듯하네요. 정리해 보면, 고등학생 때부터 우울증을 앓았고, 이후 자살시도를 하셨네요. 그리고 익명 질문 어플을 통해서 성폭력을 경험하셨으며, 좋아하던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잃어버리셨죠. 지금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시고요. 

 

물론 거의 모든 부모님이 자살시도를 한 자녀를 어느 정도 혼내기는 하지만, 자살시도 후 부모님에게 많이 혼났고 다음에 더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는, 그만큼 부모님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지 못했다는 얘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또 낯선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하신 것을 보면, 가족과 따뜻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도 드네요. 따라서 어린 시절 우울증이 왜 생겼는지는 알려주시지 않았지만,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셨다는 점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문제는 성인이 된 이후 생기는 우울증과 미성년일 때 생기는 우울증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미성년일 때는 뇌 역시 성장하는 시기인데, 이때 우울증이 생기게 되면 뇌 자체가 병적인 상태로 변하게 됩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남들보다 더 우울증이 자주 잘 생기게 되고 치료도 쉽지 않게 됩니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익명으로 대화나 상담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분들도 이런 것들을 많이 활용하십니다. 정신과 병원이나 상담센터에 가서 상담하는 것보다 편하고, 저렴하거나 무료이며, 익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도 익명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범죄가 일어나기 쉽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성폭력을 겪은 분들이 해바라기 센터나 정신과 병의원 등 공식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 익명 상담 등을 받다가 개인 정보가 유출되거나 오프라인으로 상대방을 만나게 되고, 다시 성폭력을 겪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질문자분은 익명 질문 앱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셨는데, 내용을 보면 온라인으로만 접촉하신 것 같고, 그러면 성폭행이 아니라 성폭력을 당하신 듯합니다. 

 

미성년일 때 발생한 우울증으로 뇌 자체가 우울증에 취약하게 된 상태에서, 치료받지 않고, 성폭력에 노출됐기 때문에, 우울 증상 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또 스스로 회복하는 것도 어려워 보입니다.

발목이 삔 상태에서는 발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약을 먹어서 어느 정도 회복을 한 뒤, 스스로 재활을 해서 발목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태는 발목이 삔 상태 그대로 돌밭을 걸어 다니고 있기 때문에 점점 발목이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울증이 심할 때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만 보입니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하나도 찾을 수 없죠. 지금 이런 상태이시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글을 올려주신 것을 보면, 그래도 살고 싶은 마음이 아주 조금 있으신 듯합니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함께 있으신 거겠죠. 

 

조심스럽지만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입원치료를 잠시 하시며 치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폐쇄병동은 사람과 관계에서 상처 받으신 분들이 들어오면, 그 사람들과 만나지 않을 수 있고, 일상에서의 걱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며, 자살 충동이 들 때 도와줄 의료진이 상주하기 때문에, 현재 질문자분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성인이시기 때문에 혼자서 자의로 입원하신다면, 원하실 때 바로 퇴원하실 수 있습니다. 

 

전 죽어본 적이 없고, 죽었다가 살아온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어서 죽으면 편해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삶이 나름의 가치와 행복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울증은 그 가치와 행복을 숨기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울증을 치료하자고 말합니다. 제가 환자분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제가 병을 치료하면, 현실 속에 숨어있는 행복들을 발견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꼭 치료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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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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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구 2020-05-16 00:44:20

    현실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삭제

    • ddd 2020-05-09 12:29:0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삭제

      • 정정국 2020-05-06 04:43:01

        내가 믿던지 안믿던지 중요한것은 죽음이 끝이
        아닙니다. 절대 자살은 하지 마세요..힘들다구요..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께 나아가세요..그분만이 문제의 해결자 이십니다.. 사이비 말구요 ..성경의 말씀이신 예수님요..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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