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군인이에요. 제가 뭔지 모르겠어요. 꼭 군대라서가 아니라 제가 뭔지 모르겠어요. 극도의 우울감으로 휴가 때 병원을 갈 계획이긴 하지만 우울증인지 불안증인지 자가진단은 매일 결과가 같아요.

부모님께는 말씀도 못 드리고 무력하죠. 하루가 이 틈새에서 무력한 나는 그저 번거로울 존재일 뿐이기에 하루하루 포장지로 싸맨 모습만을 비추며 버티고 있어요. 

최근에는 그냥 편해지고 싶어요. 그냥 영영 편해지고 싶어서 자살이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제가 당장 군대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자다가 죽거나 누군가가 머리에 총을 쏴줘서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어요. 전 뭘 하면 좋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김재옥입니다. 

현재 극도의 우울감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계신 듯합니다. 우울감은 자신의 부정적인 면만 보이게 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현재 내 모습이 부정적이고, 미래에도 희망이 없기 때문에 자살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게 되죠. 

그래서 우울감이 있을 때 자살에 대한 생각이 드는 것은, 질문자 분이 자살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우울감이 자살을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군대가 모두 휴가 제한이 걸려 휴가를 나오실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말씀하셨듯이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입니다. 소속 군부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의무대에 정신과 군의관이 있는 경우라면 의무대 진료를 먼저 보시는 게 좋습니다. 의무대 정신과 진료는 할 수 있는 치료가 많지는 않지만, 군 밖으로 기록이 나갈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고, 또 추후 인사행정절차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병영생활 상담관 상담도 신청하시는 것도 우울증 치료나 인사행정절차에 도움이 됩니다. 

자살을 할 위험이 높다면, 군 병원 진료가 필요하며 이 때도 의무대 군의관의 소견서가 필요하니 어떤 경우에도 의무대 진료를 보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군 병원 진료 예약이 한 달 뒤에나 잡힌다면, 소속 부대 간부에게 진료목적의 청원휴가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휴가가 모두 제한이 걸렸기는 하지만, 진료목적의 청원휴가는 지휘관이 승인해 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구체적인 고민을 얘기하기 힘드실 것도 같습니다. 또 군 특수성을 잘 모르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호소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 병원 또는 의무대 정신과 진료를 활용하시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혼자서는 우울감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우울감은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를 막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치료를 받으러 오고 오랜 기간 고통받습니다. 

휴가 때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보다, 최대한 빨리 의무대나 군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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