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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웃기려는 강박증이 있어요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4.02 01:01

[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이제 고3 올라가는 학생입니다. 저는 반에서 평범하디 평범한 아이예요. 반에서 눈에 띄는 아이도 아니고, 평범하게 어울리는 무리가 있고 급식 메이트가 있는 정도?

그런데 고민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내가 한 말을 되돌아보다가 재미가 없는 것 같거나 상황에 조금 안 맞다 싶으면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그리고 분명 방학 전에는 편했던 친구들이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어색합니다. 제 이런 소심함 때문에 친구 관계가 더 깊어지지 않고 계속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땐 말이 없고 순하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아마도 말이 없으신 아빠 유전자를 받은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아주 아기였을 시절 아빠가 엄마에게 때리듯이 손을 올리는 모습을 자주 봐서 항상 행동을 조심조심하게 된 것 같고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답답해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저랑 놀기 싫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표현을 안 하면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고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재밌다는 소리도 듣고, 감정표현이 풍부하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주어다가 따라 하는 느낌이에요. 웃긴 말이 있으면 기억해두었다가 하는 건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아닌 거죠.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이 조금이라도 썩소를 짓는다거나 하면 상처를 받아요. 텐션이 떨어집니다. 또, '재미없는 말을 할 바에는 말을 하지 않겠다'라며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질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으니 활발해지고 재밌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나'라는 생각도 들고, 제가 자존심을 깎아먹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궁금증도 듭니다.

이런 불편함은 과연 고칠 수 있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찬영입니다.

성격적인 문제로 고민이 많네요. 제가 질문자 분의 사연을 다 알진 못하지만 말씀하신 부분에 대하여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성격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인 것 같아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평범하게 생활하네요.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변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리지만 깊이 친해지는 것은 어렵네요. 속으로는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고 불편감이 있지만, 반대로 밖으로는 웃기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활발하기도 하네요. 이런 불일치감에서 불편감을 경험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불일치감이 질문자 분만이 경험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자신의 현재의 모습과는 항상 불일치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간극은 어느 한 시기가 되면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따라다닙니다. 성인이 되고 나이가 먹으면 완벽한 모습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먹어도 자신의 부족한 점, 실수에 대하여 때로는 이불킥도 하고 반성을 합니다. 가끔씩은 스스로 생각해도 괜찮은 모습에 대하여는 자부심도 느끼면서 계속 성장해 나갑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이런 과정은 일평생을 통틀어서 일어납니다.

 

청소년기에 자신의 모습에 대한 생각을 하고 성격을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은 성장과정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의 좋지 못한 경험, 친구 사이에서 좋지 못한 경험이 있었던 것은 내면에서의 소심하고 주변을 의식하는 모습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극복하고자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재미있고 유쾌한 모습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식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과정은 질문자 분이 많은 노력을 해서 얻어낸 긍정적인 변화인 것 같습니다.

 

한편, 주변의 작은 반응에도 예민하게 반응을 하네요. 특히 좋지 못한 분위기에 매우 예민한 것 같아요. 주변 분위기를 나쁘지 않게 유지하려고 웃기려 하는 것 같아요. 질문자 분은 주변 사람들이 웃고 분위기가 밝아져야만 마음이 편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이면에는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마음이 숨어있네요.

우리가 주변을 대할 때 내가 느끼는 상황과 실제 상황은 다를 수가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별 상관없이 툭 던진 한마디의 말, 표정에 내 마음에는 큰 소용돌이가 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이 실제적인 현실은 아닙니다. 그냥 썩소 한번 지었다고 나를 미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썩소를 짓는 이유는 상황이 좋지 않아서, 아니면 다른 사람 때문에, 스스로 생각해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인지에 대하여 계속해서 생각을 해나가고 인지적인 개선을 해나가야 합니다. 하루의 일을 생각해 보고 일기 등을 쓰면서 내가 느낀 상황과 실제적인 상황을 비교해 나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쉽지만은 않지만 장기간 시도해 간다면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느껴지는 부분은 질문자 분은 평범해지려고만 노력하는 것 같아요. 평범하게, 중간 정도만 하려고 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고 잘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고 큰 노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때로는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지 고민해 보는 것도 청소년기, 고등학교 시기에 중요한 일입니다. 공부를 하는 것은 당연히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하루에 잠깐씩 시간을 내어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은 크게 부담되는 일이 아닙니다. 하루 30분가량의 시간을 스스로를 위해서 사용해 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전체의 하나로서 평범한 모습도 중요하지만 내 개성 있는 특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하나, 유쾌하고 밝은 모습이 꼭 긍정적인 변화일까요? 일반적으로 밝은 모습이 조금 더 선호되고 좋은 성격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진중하고 조금 더 단단한 성격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호감 가는 성격 일 수 있어요.

저는 질문자 분이 자신의 내적인 경향과 주변의 환경을 맞추어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해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모습도 좋지만 이런 간극을 조정해 나간다면 앞으로 더욱 멋진 모습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짧은 글이지만 도움되었길 바랍니다.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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