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어느 순간부터 남자 친구에게 심한 집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도 집착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주변에 친구도 없고, 부모님도 없고, 혼자 타지에 와서 생활하고 있는 제 옆엔 남자 친구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제 눈엔 남자 친구가 잘 생겼습니다. 그런데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 점점 집착을 심하게 하게 된 거 같습니다. 길을 걸으면 다른 여자들이 남자 친구를 멍하니 쳐다보고, 심지어 어떤 여자가 제 남자 친구를 보면서 걷다가 저랑 부딪힌 적도 있고요... 이런 스토리는 정말 많습니다. 남들이 쳐다보는 남자가 제 옆에 있고 저를 많이 사랑해 주기에 여태껏 집착이나 질투 같은 걸 많이 표출할 일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문제는 남자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나서입니다. 거기에 일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 여성입니다. 솔직히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었습니다. 결국 그곳에서 일하는 몇몇 여성분이 제 남자친구에게 여자 친구가 있음을 알고도 계속 말 걸고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난 너뿐이다. 걱정 말라. 다 여자로 안 보인다.”라고 계속 남자 친구가 안심을 시켜줬지만, 저는 혼자 불안해하고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되고 말 한마디에 심한 집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자 친구가 저 때문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합니다. 제 이런 집착도 정신과 상담받으면 나아지나요? 이렇게 집착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애인에게 집착을 하는 분들은 꽤 있습니다. 두 사람만의 일이라 그리 티가 나지 않을 뿐이죠. 각각 애인들의 장점이 다양한 만큼, 집착의 이유도 다양합니다. 질문자 분처럼 집착을 하는 분들 모두가 집착을 하는 나 자신이 이상하고 말씀하시죠.

하지만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애인이 가진 장점과, 애인 주변에 있는 사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내가 집착을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의 대부분은 애인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집착을 하는 자기 자신이 문제라고는 별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심지어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애인에게 집착했었다면, 자기 자신의 문제가 하나의 큰 가능성인데도 말이죠.

다행히 질문자 분은 집착의 주된 원인이 자신에게 있을 수 있다고 어느 정도 생각하고 계신 듯해요. 정말 다행이고, 또 이런 부분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을지 눈에 보여 가슴이 아프네요.

 

집착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로 믿을 수 없는 애인과,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나 자신이죠. 주변 사람은 결코 핵심이 아니에요. 늘 주변 사람 중에 꼬리 치는 사람이 존재했다고 믿고 계시겠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두 가지 요소 때문에 그냥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죠.

주변에 아무리 꼬리 치는 사람이 많아도, 애인을 믿을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죠. 애인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불안하고,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애인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질문자 분의 부모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 특히 바람 같은 부적절한 일이 있었던 적이 있었고, 그것을 질문자 분이 알았고, 실제로 삶에 영향을 줬었다면, 애인을 믿기 힘드실 수 있죠. 상처가 있는 부분은 늘 흉터가 남으니까요.

또는, '나 같이 별로인 사람을 애인이 만나주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신다면, 애인을 믿을 수 없으실 거예요. 지금 애인이 나를 만나는 것이, 뭔가 착각해서, 아니면 아직 내 단점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이렇죠. 결국 애인의 마음이 쉽게 변할 것이라고 여기게 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이 애인 근처에 있는 것 자체를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게 되죠.

가끔은, 실제로 믿을 수 없는 사람만 골라서 사귀는 경우도 있어요.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 여자’에게만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에요. 이 경우는 상대방이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실제로 하고, 그 행동 때문에 내가 상대를 믿을 수 없게 된 것인데, 오히려 내가 집착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죠. 물론 건강한 애인을 만나면 집착을 하지 않게 되지만, 문제는 본인이 이런 사람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않아요.

만약 애인에게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집착을 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조금 달라요. 이런 경우는 자기 자신이 혼자서 살아갈 능력 자체가 없다고 믿는 경우예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간절히 옆에 누군가 있기를 원하는 거죠. 주변에 친구가 없는 경우라면, 애인에게 간절히 매달릴 수 있어요.

 

생각보다 집착의 종류가 다양하죠? 아쉽게도 지금은 집착이 생기는 다양한 가능성만을 말할 수밖에 없네요. 상담을 해야만, 질문자 분이 가지신 집착이 어떤 집착인지 알 수 있어요. 질문자 분의 집착이 어떤 집착인지 알아야, 그 집착을 약화시켜 더 편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죠.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으면 더 자세한 답변도 받을 수 있고, 도움도 더 많이 될 거예요. 그러니 좋은 주치의 선생님 만나셔서, 함께 치료를 진행하시길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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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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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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