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정신과의사협동조합에서 많은 글을 읽으며 도움받고 있습니다. 덕분에 힘을 얻고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만, 불안한 상태는 여전해 질문드려봅니다.


1. 공황장애, 과연 나을 수 있는 건가요? 점점 지쳐갑니다.

공황 불안이 전보다 크진 않지만 잔잔히 유지하고 있으니 점점 더 지쳐가고 있어요. 전에 읽었던 글에서 나름대로 공황의 7단계 중 6단계 정도 왔다고 저 혼자 생각하는데(참고 : 공황장애 알아보기 - 공황장애의 7단계) 밖에 나가면 주변 상황이 제어가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너무 커요. 그래서 멀리 나가는 외출이 무섭습니다. 꺼려지게 돼서 점차 잘 안 가게 돼요. 조금씩 짧은 외출로 부딪혀 나가고 있다 생각하지만 멀리 나가는 외출이 힘들어 생활하기에 지쳐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공황장애는 과연 나을 수 있는 걸까요?


2. 현재 꾸준히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습니다. 공황장애 약을 반년 가까이 먹어도 되는 건가요?

처음엔 항우울제, 항불안제를 먹었지만, 약을 먹으니 과호흡이 자꾸 와서 항우울제를 먹지 못하고 현재까지 알프람(항불안제)만 복용 중입니다. 아무래도 알프람이 신경안정제 약물이어서 그런가 항시 먹으면서 의존과 중독에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복용량은 하루 3번 알프람 0.25mg+인데놀 10mg입니다. 약을 먹으면 당장 증상은 가라앉는데 너무 약에 기대는 건 아닐까 싶고, 약이 없으면 금세 불안해지기도 하거든요. 

이상 두 가지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저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린 것 같아 참 다행입니다.  질문자님께서 하신 질문은 공황장애 치료를 받는 대부분 사람이 가지는 생각이지요. 공황장애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병입니다. 실제로 공황장애라는 병의 성질과 경과, 치료 과정에 대한 오해는 병의 경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겪고 있는 병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1. 공황장애는 분명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완치'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셔야 해요. 정신과 질환들은 손등에 난 종기처럼 제거하면 사라지는 성질의 병은 아닙니다. 오히려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현재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다 해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에 가까워요. 완치에 대한 강박관념은 오히려 신체 증상들에 더 예민하게 만듭니다. 공황장애가 성공적으로 치료되었다 해도 사소한 불안, 신체적 긴장은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용하지 못하고 완치가 되지 않는 자신을 탓하거나 좌절감을 느낀다면 공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지요.

추측건대 질문자님께서 지쳐가는 이유는 '내 병이 언제 완전히 없어질 수 있을까', ‘영원히 이런 고통을 안고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여기에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치료의 끈을 놓지 않고 잘 관리하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다면, 질문자님께서 경험하셨듯 이따금씩 올라오는 불안도 그저 흘러갈 뿐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고 현재의 삶에 집중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병에 대한 막연한 불안, 두려움이 커지면 생활 반경도 좁아집니다. 멀리 나가는 외출이 힘들다면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활동 반경을 넓혀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멀리 나가는 외출에 대한 자신의 재앙적 생각도 잘 살펴보고 왜곡된 부분이 있으면 이를 조금씩 바꾸어나가야 합니다. 

2. 알프람을 비롯한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는 데 있어 정해진 사용 기간은 없습니다.

물론 벤조디아제핀 계통의 약물은 증상이 사라지면 점진적으로 감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증상이 지속된다면 얼마간은 유지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개인의 약물에 대한 감수성과 내성이 다 다르긴 하지만, 알프람 0.25mg을 3번 복용하는 정도라면 그리 높은 용량은 아닙니다. 내성과 의존은 대개 오랜 기간 동안 고용량의 약물을 사용하며, 그 빈도나 용량이 점차 증가하는 경우 발생합니다. 질문자님의 경우에는 해당되는 않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벤조디아제핀과 항우울제를 함께 사용하다 증상이 호전되면서 벤조디아제핀 약물을 서서히 감량합니다. 항우울제(SSRI)가 잘 맞지 않았다면, 다른 계통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이 부분은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보심이 좋겠습니다.

약물을 복용함에도 과호흡이 계속된다면, 혹시 불안을 조장할 수 있는 요인들, 그러니까 심리적 스트레스, 술, 담배, 카페인 등이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생활 습관도 규칙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고요. 이완 훈련(relaxation training)을 함께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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