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스스로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발전을 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편입니다. 자존감은 높은 것 같은데 자신감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쓸데없는 걱정, 생각이 많은 편인데 스스로도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걱정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무슨 일을 할 때도 내가 한 일에 대해 인정을 받거나 수긍을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고나 해야 될까요?

제가 한 일에 대해 상대방이 시큰둥하거나 무신경하면 내가 일을 잘못한 것은 아닌지, 무엇이 잘못된 건 아닌지 걱정을 하는 편입니다. 저한테 상대방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거나 이야기를 할 때도 내가 뭔가 잘못했나, 나에게 서운한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생각과 걱정이 항상 앞섭니다. 그러지 않겠지 하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합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평소 가지고 계시던 고민 솔직히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행동, 상황 등에서 '혹시 내가 뭔가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자꾸 떠올라 걱정을 하게 되는 일이 잦으시군요. 노심초사하며 보내오신 시간들이 여간 피로하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질문자님께서 서두에 말씀해주셨다시피,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문제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태도가 정말로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 나은 '나'를 향해 갈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일 테고 말입니다. 어쩌면 질문자님께서도 그러한 노력들을 되돌이켜볼 수 있을만한 보람 있는 순간들을 많이 거쳐오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자존감이 높은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하지만 말씀하신 그런 태도가 정말 문제가 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항상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한 생각이 항상 나를 지배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더 노력해야겠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라는 발전적인 생각으로만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때로는 나를 절망과 우울로 끌어내리기도 하게 마련이지요. 질문자님께서도 그런 '걱정'과 '불안'에 항상 신경이 곤두서 계셨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라고 물어봐주셨지만, 사실 궁극적으로 질문자님께서 왜 그런 불안들로 계속 고민하고 계신지, 언제부터 그런 고민들 때문에 불안해하기 시작하셨는지를 이 질문글에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짧은 글에서는 질문자님의 성장 과정, 마음속 깊은 곳, 불안의 근원 이러한 복잡한 이야기들을 모두 추정해낼 수 없습니다. 그럴 수 있다 한다 한들 그저 '추측'일뿐인 소설에 불과하겠지요. 그래서 어쩌면 질문자님께서 직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깊고 오랜 상담을 통해 정말로 '왜' 그런 불안에 떨고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해결책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불안의 뿌리를 찾아내고 그 뿌리를 질문자님 본인 스스로가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다시 끌어안을 수 있다면 불안은 서서히 녹아내리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답을 지금 제가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 또한 질문자님과 마찬가지로 질문자님께서 그토록 과도하게 걱정하고 계신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질문자님께서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내가 뭔가를 잘못하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을 때때로 [과도하고] [부적절하게] 하고 계신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아주 희망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질문자님께서는 이미 스스로 불안의 그 [과도함]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계신 것 같다는 것입니다. 나 자신이 스스로의 '부적절하고 과도한 걱정'을 아는 것. '나는 그런 걱정이나 불필요한 지레짐작을 과도하게 한다'는 자신의 습관을 안다는 것. 사실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자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시큰둥한 모습이나 무신경한 모습. 상대방의 평소와 다른 행동이나 이야기. 이러한 표면적인 상황은 기본적으로 '나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애인과 다투었을 수도 있고, 전날 밤을 새워서 졸린 탓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어떤 개인적인 사정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말로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질문자님은 '나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해석하고 결론지어 버리는 [습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과도하게 불안하게 만드는, 괜스레 걱정하게 만드는 습관 말이지요. 그 습관이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굳어져 온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순간에 고치거나 없애버릴 수가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꾸 그렇게 하게 되는 것이 습관이지요. 하지만 그 습관이 나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한다면 분명 고쳐보려, 거기에서 벗어나 보려 하는 노력을 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처음에는 걱정되고 불안한 상황이 있을 때에 그것을 종이에 적어서 다시 한번 분석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을 수 있습니다. 걱정스럽고 불안한 상황이 있었다면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그때에는 어떤 생각이 들고 또 어떤 감정이 들었었는지, 그런 이유는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타당한지 적어보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다르게 생각해볼 여지는 없을지', '지금 이렇게 생각하는 것의 결과가 어떠할지'를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습관]처럼 해오던 생각의 흐름을 좀 더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고 다시 한번 감시해보는 것이지요. 그렇게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그 불안들이 조금씩 가라앉고 생각을 정리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입니다. 사실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알려주면서 말이지요.

나를 힘들게 하는 습관을 고친다는 것은 물론, 여기 짧은 글로 전달해드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앞서 말씀드렸듯, 자꾸 그런 습관에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내 마음속 깊은 곳의 무언가가 있다고 한다면, 그 뿌리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못할 문제일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러나 질문자님 스스로 그 습관과 불안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계신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 고민을 계기로, 스스로에게 새로운 발돋움을 위한 기회를 줘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모쪼록 좀 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되찾으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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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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