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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40대, 중년, 가장의 고민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1.07 08:18

[정신의학신문 :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전 40대 초반 남성이자, 우리 식구의 남편이자 아빠입니다. 전 3형제 중 둘째인데,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어머닌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며 평생을 사셨습니다. 저도 어릴 땐 동생이랑 자주 싸우고 장애가 있는 동생을 미워하기도 했지만, 성인이 되고선 장애를 안고 사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고 최선을 다해서 동생 마음을 이해하고 도와주려 했습니다. 동생은 사회생활에 적응하려 했지만, 힘들어했고 심한 불안장애가 생겨 10여 년이 넘게 정신과 약을 먹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어머니의 극진한 노력으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어머니가 항상 동생과 형을 먼저 위하셔서, 사실 제 어릴 적 꿈은 휠체어를 타고 입원해서 사랑을 받는 것이었죠. 아버진 무능하셨고 어머니랑 너무 자주 싸우셔서 얘기하고 싶지가 않네요.

이제 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쌍둥이 동생이 정신질환으로 힘들어하는 걸 지켜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운동도 열심히 하려 했고 나쁜 생각은 되도록 안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사회 초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생활이 힘들어... 공황장애로 약 1년 좀 넘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잘 지냈는데, 40대가 넘으니... ‘아, 내가 어릴 적에 너무 행복하지 못했구나... 나도 정말 피해자였어... 사랑도 못 받고...’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또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공허함과 외로움도 많이 느꼈습니다. 옆에 와이프가 있어도 전 가족들의 밝은 모습에 잘 적응을 못 했고요. 그래서 공황이 다시 우울과 함께 찾아와서... 지금 다시 1년 정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 나빠졌다 를 반복하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쉬기가 힘들 땐 약을 먹고 밤에 잠을 잘 못 자도 약을 먹었습니다.

전 직장이나 사회에서  친구도 거의 없고, 거의 혼자 생활을 하고, 사람들과 사귀는 방법을 잘 모르겠고 항상 그게 어려웠습니다. 근데 요즘은 좋지 않은 생각이 요즘 자주 듭니다. 여러 가지로요. 전 멋지게 나이를 먹어가고 싶은데, 제 자신은 반대로 가네요. 이런 저, 잘 살 수 있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중년이란 참 모호합니다. 젊다고 하기에도, 그렇다고 늙었다고 하기에도 애매하죠. 이런 모호함 때문에 의외로 많은 중년들이 고민을 하고 있고, 그중 일부는 상담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특별한 정신질환 없이도 말이죠. 

결혼을 한 뒤 어린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을 하게 된 이후에 중년 남성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억눌러 놨던 것들을 하나둘씩 깨닫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감정이죠.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연히 느낄 수밖에 없지만, 이런 감정을 다 느껴가면서 가장의 의무를 다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중년이 돼가면서, 가장의 의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여유도 생기면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감정들이 느껴지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사랑과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들도 많아지죠. 언제나 가족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던 위치에서, 이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바로 이 시기입니다. 그래서 친구나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되지만 지금까지 가장의 역할만 하며 지내왔기에, 지금 당장 원하는 만큼의 인간관계가 있을 리는 만무하죠. 이런 이유로, 중년이 돼서는 과거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정리하게 되고, 이것을 토대로 미래에는 어떻게 살아갈지를 계획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쉽지 않은 분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기출문제를 이미 한 번 봤는데, 나만 기출문제를 안 봤다면, 시험지를 봤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죠. 종종 기출문제를 보긴 했는데, 이상한 기출문제를 보고 시험장에 들어온 경우도 있지요.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나만 당황한 기색이라면 더 당황하게 될 겁니다.

중년의 고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다시 계획하는 것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출문제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바로 아버지죠. 아버지가 중년기 때 하셨던 행동의 변화들이 기억이 나며 그 이유를 깨닫게 되고, 자기 자신도 그런 아버지의 행동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만의 중년의 해법을 찾아가게 됩니다.

질문자 분의 평탄치 않은 가정사가 이런 어려움을 더 힘들게 만든 듯합니다. 사실, 단지 아버지 문제뿐만이 아니긴 합니다. 형제만의 고민, 둘째라는 애매한 위치에서의 고민, 형제 중 한 명이 아파 어머니에게서 소외된 것으로 오는 고통,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어떻게 그 어려움들을 극복하셨는지, 그 점을 생각해 보시면 본인도 모르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건강한 아내 분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셨고, 그 덕에 지금 '나도 피해자구나.'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게 됐죠. 행복과 사랑을 이제 경험하시고,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이 되신 거예요. 이런 것도 현재 질문자 분이 가지고 있는 좋은 자원이죠.

남들보다 어려운 위치에서 시작하시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어려움과 행복을 모두 겪어보신 것은 장점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나는 정말 피해자였어.'라는 생각을 반대로 말하면, '지금은 나는 정말 행복해졌구나.'일 테니까요. 행복을 더 소중히 여기실 수 있겠죠. 이런 부분은 질문자 분이 가지신 또 다른 강점입니다. 

우울이나 공황은 이미 잘 치료를 받고 있으신 듯 하니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런 치료와는 별개로 중년의 고민에 대해서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을 한다면, 더 쉽게 멋지게 나이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기출문제를 못 봤으니, 약간의 과외를 받는 것이 사치는 아니겠죠. 응원하겠습니다. 

** 도움이 될 듯하여, 링크 붙입니다.

- 중년의 당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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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pdco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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