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세계적인 한류 확산과 함께 한국 드라마, K-pop, 한식 등이 인기를 끌며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올라갔습니다.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인지도나 해외시장 점유율 역시 상당하고, 해외에 나갈 때면 중국 사람인지 혹은 일본 사람인지 묻곤 하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먼저 건네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국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곤 합니다. 특히 한국전쟁부터 60~70년대
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 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자신이 롤모델로 삼으며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한 배우나 가수 등이 자살할 경우, 유사한 방식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사람들은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자살이나 자해, 유명인들의 자살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와 성인의 중간 단계로 많은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은 주위의 환경에 더더욱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TV, 영화 등에서 자살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자살 사건에 대한 소식이 빈번하게 들려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인사부터 한 집안의 가장, 학생, 학교 선생님까지... 많이 슬프고 안타깝고 심란합니다.주변에 조금 관심을 기울여 살펴본다면, 우리 가까이에도 자살을 생각할 만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각자 사는 게 바빠서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고, 몇 차례 신호가 있었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을 수도 있을 겁니다.주변인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
정신의학신문 |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올해 서울 전 지역에 첫 폭염특보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빨라졌습니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발효됩니다. 많은 학자들이 지구 전역에 걸쳐 기후 변화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요. 전 세계가 점점 더워지는 날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름, 더위는 정신건강과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오늘은 더위와 정신건강 문제의 연관성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고온의 날씨는 일사병, 열사병 등 신체적 온열 질환을 유발하는데요, 심리적 질병과 자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생에서 찾아오는 다양한 고비와 위협 앞에 우리는 때때로 지치고 힘들다고 느낍니다. 노력해도 상황이 달라지지도, 나아지지도 않을 것 같은 무기력감과 끝이 없는 터널 속을 헤매는 듯한 막막함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이 계속되고 심각해질 때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데 이르기도 합니다. 통계청의 ‘2021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2021년 우리나라 10~30대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으며, 같은 해 하루 평균 37명이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신의 몸을 스스로 다치게 하는 것. 이를 우리는 ‘자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디지털 자해(Digital self-harm)’라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합니다. ‘셀프 사이버불링(Self-cyberbullying)’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가짜 SNS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본래 계정에 악성 댓글을 달거나 자신에 대한 모욕적인 글을 게시하는 것을 뜻합니다. 신체가 아닌 ‘정신적으로’ 자신을 해하는 것이지요.플로리다국제대학 범죄학 부교수인 라이언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환자가 음원 발매 소식을 알려왔다. 취미로 음악을 즐기고 장래에 싱어송라이터를 꿈꾼다는 것은 알았지만 벌써 정식 가수가 될 만큼의 실력자인지는 미처 몰랐다. 진료받는 동안 조금씩 준비한 음원을 드디어 등록했다는 그의 미소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축하해요. 쑥스러울 수도 있으니 혼자 있을 때 꼭 들어볼게요.” 진료실 문이 닫히자마자 즐겨 듣는 음악 어플에 검색을 해 보니 대번에 연관검색어와 함께 음악이 나온다. 평소 면담 때의 다소 차분한 음성이 아니라 한층 톤이 높지만, 흠칫할 만큼
[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저는 조울증이 있는데요. 약이 잘 들어서 요새 3년간 감정기복이 없었어요. 화도 나지 않고 죽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가족과 언성을 높인 일이 있었어요. 제 언행에 실망했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모조리 식으면서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감정이 우울한 것도 아니고 가슴이 아프지도 않은데, 눈물이 나고 목이 메었어요. 그리고 독극물을 먹고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밥 잘 먹고 운동 매일 하고 지인들과 대화도 잘하는데요. 이런 와중에 자
[정신의학신문 : 경희대학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반건호] 아이슬란드는 지질학적으로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며, 두 대륙판 사이를 잇는 다리도 있다. 다리로 연결된 두 대륙 모두 지구의 일부이지만, 북아메리카와 아시아, 유럽이라는 전혀 다른 지역임을 알고 있다.자살과 자해도 마치 이들 대륙판의 관계처럼 작은 틈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이 둘 사이의 틈새 아래 무엇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자해는 자살의 사전 조짐인가? 전혀 서로 다른 행위인가? 수년 전 봄, 소아청소년정신과 외래에 손목
[정신의학신문 : 홍대 서울 숲 정신과, 염태성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15년 가까이 만성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20대입니다. 비정형우울증, 기분부전장애, 감정표현불능증, 쾌락불감증, PTSD의 증상이 혼재합니다. 병이라기보다 저의 성격이 되었습니다. '무성애자', '로봇 같다', '낙이 없어 보인다', '세상 다 산 사람 같다' 등의 얘기를 대학교 때까지 주변 친구들에게 자주 들었습니다.현재는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나 약, 상담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았고 저의 경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생입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고 싶은데 부모님한테 절대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이곳에라도 글 남겨봐요. 저는 초5 때 친구랑 자살시도를 하려 했으나 실패한 후 계속해서 자살사고가 이어진 것 같아요. 중3 때부터 고1 때까지 엄마가 죽겠다는 말을 하고, 매일 울고 하는 모습들을 지켜봤어요. 제가 집에서는 눈치 없는 척, 긍정적인 척해서 엄마가 저한테 자기 힘든 거 털어놨었거든요.원래의 저는 비관적이고 평균 텐션이 낮은 사람이에요. 예전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40대 초반 두 아이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에요.어릴 때 아버지는 돈 버는 일엔 관심이 없고 엄마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자식들에게도 강요했어요. 가난한 가정이었지만 날라리라 부르는 아이들과는 어울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공부는 잘하지 못했고 고등학교는 겨우겨우 상고를 다녔는데 운 좋게 좋은 회사에 취업이 됐고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어요.그런데 취업한 고3부터 지금까지 계속 빚만 갚고 있어요. 부모님이 만든 빚부터 어찌어찌 결혼은 했는데 돈 한 푼 없이 결혼해서 집을 옮기며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어디서 뛰어내려야지, 차도에 뛰어들어볼까?' 정도였는데 지금은 어느 날짜 몇 시에 뭐를 먹고(약이나 화학약품 같은 거...) 정 안되면 어디에서 뛰어내리자 옥상은 어느 건물이 열려있고 등... 뭔가 계속 늘어나고 약도 30개 정도 모았다가 이거로 죽기는 택도 없다 싶어서 먹으면 죽는 거 막 알아보고 그러는데 사람이랑 말하고 있거나 일상생활할 때는 전혀 티를 안 내서 주변에서는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줄 모를 거고...병원은 다니고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목요일 점심 저는 말기 암환자인 누나의 임종이 다가온다는 회진 결과를 듣고 검은 정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상담선생님이 다급한 목소리로 저를 찾습니다. 자살시도 중에 구조된 학생에 대한 도움을 부탁하십니다. 이 학생은 자살시도를 망설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던 중에도 그 불안한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하던 학생들이 위험한 순간을 막아내고 도움을 청한 모양입니다. 낯선 타인을 공들여 관찰하고 사고를 막아낸 학생들은 생명을 구한 의인입니다.
[정신의학신문 : 서울 숲 정신과, 염태성 전문의] 사연) 저는 요즘 들어 계속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죽을 만큼 힘들고, 그만큼 절망적이라는 생각까지는 아닌데, 삶의 의미를 못 찾겠고. 삶을 지속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요.제가 생각해도 전 행복한 사람이에요. 가족들은 사이가 좋고 집안도 유복한 편입니다. 절 사랑해주는 남자 친구도 있고 친한 친구들도 많아요. 어딜 가도 사랑받고, 행복하게 잘 지내왔어요.전공을 바꿔 대학원을 진학했고, 최근 졸업했는데 취업을 아직 못했습니다. 지금은 그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주변
[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자살에 대한 욕구 - 죽어도 되는 사람과 살아야만 하는 사람: 신현림의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최근 한 언론 보도를 접한 뒤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동안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봤습니다.“죽을 만큼 힘들다. 집세도 안 나온다.”“밥을 굶고 산다.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60년 동안 장사했는데 이런 건 처음이다. 죽지 못해 산다.”“내일이면 죽을 것 같다. 정신적 공황상태다.”서울의 남대문시장, 광장시장, 통인시장 등 재래시장을 둘러본 기자가 상인들을 인터뷰한 글이었습니다. 시장에
[정신의학신문 : 연세 채움 정신과, 윤혜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희 아이가 예전에 급식사고로 식중독이 와서 입원한 적이 있어요. 그 후로 2개월마다 아파서 입원했고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저희 아이가 꾀병이라고 하면서 왕따를 당했어요.전 그냥 무시하라고 했지만, 아이는 많이 힘들었나 봐요 ㅠㅠ 중학생 때부터 다른 아이가 자해를 가르쳐주어서 조금씩 했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화가 많아지고 환청을 듣고 해서 정신과에 입원했어요.처음에는 5개월 입원했어요. 조금씩 괜찮아지나 싶더니만 이기적인 아이가 되면서 저에게 함부로 하더라고
[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혹시나 지금 이 순간, 끝없는 좌절과 실패로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들을 위해 3가지 조언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당신은 게으르거나 무능하지 않습니다.시험이나 면접에 여러 번 떨어졌을 때, 사업에 계속 실패할 때 자존감은 바닥을 칩니다. 주변에서는 그 사람이 남들보다 게으르거나 진심으로 노력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핑계 대지마", "더 이 악물고 노력해라"라는 식의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하지만 아무리 노력하려고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이오시프 이바노비치.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있어도 언뜻 그의 작품이 뭔지 떠올리기 쉽지 않다. 루마니아 군악대장 출신이라고 하면 더 아리송하다.하지만 그가 작곡한 대표적 왈츠 ‘도나우강의 잔물결’을 들으면 누구나 “아, 저 음악을 만든 사람이구나.” 하며 무릎을 칠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너무도 친숙한 멜로디인 까닭이다. 전주곡 부분은 간결하고 경쾌하다. 영어로 다뉴브, 체코어로 두나이, 루마니아어로 두너레아로 불리는 도나우강은 약 2,850킬로미터에 달하는 긴 강이다. 알프스 북부 슈바르츠발트 산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