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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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자살 사건에 대한 소식이 빈번하게 들려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인사부터 한 집안의 가장, 학생, 학교 선생님까지... 많이 슬프고 안타깝고 심란합니다.

주변에 조금 관심을 기울여 살펴본다면, 우리 가까이에도 자살을 생각할 만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각자 사는 게 바빠서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고, 몇 차례 신호가 있었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을 수도 있을 겁니다.

주변인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 자살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인의 도움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죽고 싶다’라는 말을 한다면 ‘남들도 다 너처럼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는데, 왜 그렇게 유난이니. 좀 참아봐.’ 또는 ‘죽지도 않을 거면서 만날 죽고 싶다는 말 좀 그만해. 듣는 나도 지친다.’와 같은 비난과 조롱 섞인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주위에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의 존재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자살 충동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부정적 감정들을 어떠한 판단이나 평가 없이 포용해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살 충동을 주변인에게 쉽게 언급하지 못하는 이유는, 본인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생각과 감정들이기에 주변에서 당연히 온전히 받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적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별것이 아니라고 치부해 버리는 상황이 예견되기 때문에 지레 포기해 버리는 거죠.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오늘 하루 어땠어?’와 같은 안부를 묻는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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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과 같이 정신질환에 기초한 자살 충동을 보인다면 주변인의 위로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정신의학과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자살 충동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아니며,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목적감을 느끼고 원동력을 되찾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자살 충동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다시 살기로 선언하자마자 아주 아름다운 삶이 펼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인생에는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과 마주하기 끔찍한 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자살을 내려놓는 임의적 선택이 아니라 생각 자체를 바꾸는 것이며,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가져왔던 생각과 마음가짐이 한 번의 다짐으로 바로 바뀌기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별 차이 없을 거라고 단정짓지 말고 ‘지금 내 모습, 지금의 처지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길 바라겠습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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