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신의 MBTI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MBTI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단 16개의 성격 유형으로 구분하고, 해당 유형에 본인을 끼워 맞추는 것에는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하였고, 자신과 다른 유형의 사람들을 이해해주는 경우도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내향인에 해당하는 I 유형의 사람들에게 과거에는 대인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외향형의 사람과 달리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E/I는 심리학자 칼 융이 제시한 개념으로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인에 비해 자극의 정도와 각성에 관여하는 신경계 중 하나인 망상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 RAS)의 활동치가 높습니다. 그렇기에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쉽게 각성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므로 내향인들은 망상 활성계가 과도하게 각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 자극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하기에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필요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향인들은 스스로를 사회 부적응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내향적인 기질은 타고 태어난 것이며 뇌의 구조와 신경의 영역이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적응을 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직장을 다니거나 학교를 다니는 등의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내향인들이 있다면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본인의 기질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찾아보거나 들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내향인의 기질에 대한 설명을 담은 책이나 유튜브 영상 등을 찾아보면서 각자의 성향이 가지는 장/단점 등을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의 성격을 다차원에서 이해하고 정리하는 시간 또한 필요합니다. 이는 상대에게 자신의 모습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고 알려주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주변인들에게 본인이 왜 이러한 행동을 취하는지에 대해 일종의 매뉴얼을 정리해서 알려주듯이 전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잘 반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상대의 말에 어떠한 방법으로 일일이 리액션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사회적 관계에서 눈치도 많이 보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독 피로감과 불암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을 수 있는데 이런 부담감을 내려놓기만 해도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각자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게 되죠. 외향인이라고 무조건 사회생활을 잘하고 직장에 잘 적응하며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며, 내향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소심하고 직장 내에서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이상적인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해당 부분에서의 능력을 향상시켜 인정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냥 각자 생긴 대로 살아.’라는 말처럼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참고문헌] 박제일, & 임승환. (2004). 대인관계 중심의 성격특성과 성격유형과의 상관관계 연구. 상담학연구, 5(1), 1-16.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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