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생리학적 특성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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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PR의 시대, 폭넓은 인맥과 친사회적 기술, 대인관계 역량이 높이 평가되는 현대사회는 한 걸음 물러나 유유자적한 시간을 즐기며 홀로 충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 내향인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것만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내향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외향인만큼이나 내향인 또한 많이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나대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모습으로, 학교 교실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해서 ‘존재감 없는 아이’로 불리기도 하고, 가정에서는 유독 다른 형제들에 비해 ‘부끄러움과 수줍음을 많이 타는 자녀’로 그 특성을 드러내곤 하죠.

내향인이라는 말은, ‘내향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 ‘인트로버티어트(introvertiert)’, 즉 ‘안’을 뜻하는 라틴어 ‘인트로(intro)’와 ‘향하다’를 뜻하는 ‘베르테레(vertere)’가 합쳐진 단어로, ‘안쪽으로 향해 있다’는 뜻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신적인 에너지가 외부보다는 자기 내면으로 좀 더 많이 향해 있고, 여러 사람보다는 소수의 사람과 또 그보다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내향인’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내향인과 외향인은 정말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걸까요?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각종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내향성과 외향성은 40~50% 유전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성향과 기질이 타고나는 정도가 약 50% 내외라면, 나머지 부분은 다른 개인적인 요인 및 이력, 환경과의 상호작용 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성장 환경이나 배경, 즉 가정에서 어떻게 양육되고, 어떤 상호작용이나 피드백을 주로 받아 왔는지,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받고 어떤 대인관계 패턴을 형성 및 발전시켜 왔는지,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적응해 왔는지 등등 개인의 특정 행동과 그에 대한 반응에 의해서 나머지 50% 정도가 결정된다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 개인을 ‘내향인’ 혹은 ‘외향인’으로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심리학적 요인이 있으며, 이때 개개인마다 타고난 유전과 후천적 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만큼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향인은 타고나기를 외향인에 비해 자극에 더 민감하고 반응하는 뇌의 속도 역시 빨라서 더 쉽게 지치고, 그로 인해 스스로 많은 자극을 차단하고 혼자 에너지를 충전하는 휴식 시간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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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간에 내향성과 외향성은 50% 정도 내외로 타고나는 천성의 비중이 큰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내향인과 외향인은 생리학적 특징에 있어서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우선, 내향인과 외향인의 뇌파를 MRI 촬영한 결과, 내향인은 휴식을 취할 때 외향인에 비해 뇌가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뇌 속 혈류 양도 외향인에 비해 더 많은 것으로 측정됐죠. 이는 내향인이 똑같은 자극에도 외향인에 비해 더 큰 반응과 감정 변화를 보이는 이유를 일부 설명해 줍니다.

뇌 속의 혈류 경로 역시 내향인이 외향인에 비해 더 길고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때 내향인의 경우 혈액이 뇌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전두엽과 언어, 사고 등을 제어하는 브로카 영역(Broca’s area)에, 외향인은 뇌간 주변에 있는 감각 표현 및 감정 인지를 관장하는 부위에 집중적으로 공급되는 측면에서 차이점을 보입니다.

다음으로, 내향인은 ‘제4형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D4DR)’가 외향인에 비해 짧은 편이라서 호기심이나 의욕을 높여 주는 도파민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 도파민은 자극을 받으면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에 의해 생성되는데, 도파민에 민감한 내향인은 비교적 작은 자극에도 쉽게 피로해지거나 압도당하는 데 반해, 도파민에 덜 민감한 외향인은 내향인에 비해 더 많은 도파민의 양, 즉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도파민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내향인의 경우 도파민보다는 오히려 아세틸콜릴(acetylcholine)이 분비되었을 때 행복감과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아세틸콜린은 집중력이나 논리적 사고, 기억력 등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로 인지 기능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향인과 외향인은 신경계의 발달에 있어서도 차이점이 두드러집니다. 외향인의 경우에는 자율신경계 중 행동을 자극하고 도파민에 의해 활성화되는 교감신경이 더 발달된 반면, 내향인의 경우 행동을 억제하고 에너지를 보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부교감신경이 더욱 발달되어 있죠.   

이처럼 내향인들은 생리학적으로도 타고나기를 외향인에 비해 자극에 좀 더 민감하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더 빨리 지치는 특성이 있지만, 특유의 차분함과 섬세함 그리고 신중함으로 사람들을 더 잘 배려하고, 분위기 파악에 능숙하며,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따라서 쉽게 지치고 방전되는 에너지를 잘 관리하고 충전하면서 내향인에게 다소 취약한 외부 세계와의 소통 채널을 조금씩 늘려 가고 실행력을 좀 더 키워 간다면, 내향인의 강점이 더 부각되지 않을까요.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의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 역시 내향인 특유의 준비성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으로 새로운 분야를 창시한 선구자였습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외부의 평가나 판단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를 좇으며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내향인.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역시 내향인이라면, 내향인의 타고난 특성을 잘 이해하셔서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십분 발휘해서 바야흐로 ‘내향인 전성시대’를 활짝 열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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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rvin Zuckerman, “Biological bases of personality”, In T. Millon & M. J. Lerner (Eds.), Handbook of Psychology, 5.

2) David Lester & Diane Berry, “Autonomic Nervous System Balance and Introversion”, Perceptual and Motor Skills, 87.

3) W. D. Furneaux, “Neuroticism, Extraversion, and Suggestibility: A Comment”, International Journal of Clinical and Experimental Hypnosis, 11.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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