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말연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초대되기도 하는데요, 여러분들은 이러한 모임에 참여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크리스마스 파티, 동호회, 결혼식, 가족 모임과 같은 자리가 모두에게 즐거운 것은 아니지요. 시끌벅적한 모임에서 소진감을 느끼는 여러분들을 위해 소셜 배터리(Social Battery)를 관리하는 팁을 준비했습니다.
한 기업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김씨는 새해에 고등학교 동창들이 마련한 모임에 초대되었습니다. 김씨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가 되는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모임 장소에 들어서는 순간 에너지 배터리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한 친구가 인사를 할 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미소와 함께 반복해서 설명할 때, 술잔을 들고 서로에게 덕담을 하는 시간이 주어질 때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책 <내향적 힘(Introvert Power)>의 저자인 로리 헬고(Laurie Helgoe)는 내향성을 '내적 지향성'이라고 설명합니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조용한 곳에서 성찰과 고독을 통해 에너지와 힘을 얻고 성취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내면 안에 숨겨진 힘이 있다는 설명으로, 외향인을 선호하는 문화에 도전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로리 헬고의 설명에 따르면, 외향적인 사람은 외부 피드백을 즐기고 좋아하는 반면, 내성적인 사람은 외부 자극을 덜 받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외향성은 전형적으로 높은 주장력, 활동 수준, 지배력, 쾌활함, 사교성, 즐거움으로 설명되는 반면, 내향성은 이러한 항목들에 부합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지요.
소셜 배터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경우, 사회적인 상황에서 불편함이나 수치심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즐거운 분위기를 저해하거나 조용히 있고 싶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걱정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소셜 배터리의 수준을 잘 알고 이를 잘 유지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게 되면 중요한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내성적인 사람들이 소셜배터리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모임의 기술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 모임 전에 준비의 시간을 가져 보세요.
모임에서 주로 어떤 것에 부담을 느끼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덜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은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고 간헐적으로 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모임에서 소진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둘째,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의 정보를 미리 파악해 보세요.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을 통해 모임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는지 미리 파악을 하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낮추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미리 알거나, 함께 참여하게 되는 사람 중 비교적 친밀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파악해 둔다면 모임에 대한 긴장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요.
셋째, 모임이 시작되기 전 휴식의 시간을 가져 보세요.
하루 종일 전화를 받고 문서를 작성하는 등의 일을 한 뒤에는 모임이 조금 더 피로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 참여할 예정이라면, 그 앞의 일정을 비워 높고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차를 마시거나 쇼파에 잠시 누워서 낮잠을 자는 등의 리츄얼을 가진다면 모임 이후에도 소셜배터리가 조금 더 천천히 닳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넷째, 많은 사람과 대화하기보다는 1:1의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내성적인 사람에게 모든 대화가 소모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때로 내성적인 사람들은 마음이 잘 맞는 상태와 깊은 대화를 할 때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모임에 참여한 누군가와 관심사, 아이디어가 잘 맞는다고 느끼면 그 사람과 적극적으로 1:1 대화를 하는 시간을 늘려보세요. 경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누는 시간은 오히려 충전이 될 수도 있겠지요.
다섯째, 너무 힘들다면 잠시 그 자리를 탈출해 보세요.
여러분이 시끌벅적한 틈을 타 잠시 사라진다 해도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잠시 자리를 떠나 조용한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를 하거나, 화장실에서 핸드폰을 보는 시간으로 10여분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탈출해서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여러분의 소셜 배터리를 조금 더 길게 유지시켜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조금 더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가지고 계신가요? 책 ‘콰이어트 인플루언서(Quiet Influence)’의 저자 제니퍼 칸와일러(Jennifer Kahnweiler)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외향적인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대신, 변화를 만들기 위해 그들의 타고난 강점을 사용할 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러분들이 자신의 내향성을 활용하면서도 강점을 발휘해 보다 의미 있는 시간으로 한 해를 시작하시길 응원합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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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살피려는 노력을 하기, 그리고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의식적으로’ 목표에 대해 보상하기. 중요한 내용을 많이 배워갑니다!"
"근육을 키운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실천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