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요즘 들어 자주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맛있는 음식은 우리에게 만족감과 함께 미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음식이란, 인간의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인 에너지의 원천이죠.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의 음식 문화는 쌀과 보리, 김치나 국 등의 한식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한식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미각과 후각을 즐겁게 하는 음식의 종류가 더욱더 풍성해진 것이죠. 이른바 ‘미식의 시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외식 및 배달 문화가 확산되면서 우리의 식생활은 양질의 영양가를 고루 섭취할 수 있는 슬로우 푸드보다 빠르고 간편한 패스트푸드나 건강에 해로운 식품첨가물이 함유된 인스턴트식품 등의 소비 또한 증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양이 부족하거나 불균형한 식단, 각종 패스트푸드 및 인스턴트식품 등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맛이 당기는 중독적인 맛과 편리성 등의 이유로 이런 식문화가 대중화되어 가는 현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클 수밖에 없는데요, 더욱 심각한 것은, 영양이 결핍된 식단과 유해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비단 신체의 건강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바로 정신건강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많은 연구 결과와 실험들이 속속들이 보고되고 있어 이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패스트푸드에는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한 합성보존료 같은 식품첨가물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햄버거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의 대표 격으로, 지방과 정제된 설탕, 나트륨 등이 주원료인 만큼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또한 햄버거의 주된 재료인 패티에 함유된 동물 단백질을 다량으로 섭취할 시 체내 칼슘이 소변으로 배출되며, 햄버거와 함께 곁들이는 탄산음료도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죠.

§나쁜 식습관은 우리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이렇게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은 결핍되고, 해로운 식품첨가물을 섭취하는 생활이 지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먼저, 칼슘이 부족해지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초조감과 우울감,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햄버거에 들어간 식품첨가물이 아이들의 과잉행동장애나 주의력 결핍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들도 보고되고 있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범죄심리학 교수인 쉰들러 박사는 미국의 교화시설에 수용되어 이는 비행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음식과 폭력성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 왔습니다. 그가 30년 가까이 폭력 문제를 일으킨 청소년들을 추적한 결과, 이들은 대체로 탄산음료나 카페인, 설탕 등을 많이 섭취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또한 쉰들러 박사는 미국에서 가장 폭력성이 강한 메릴랜드 주립 청소년 교화단체의 식단을 바꿔 식단과 폭력성의 관련성을 알아보았는데요, 그 결과는 무척이나 놀라웠습니다. 식단을 바꾼 지 3개월 만에 131건에 달하던 폭력 건수가 11건으로 대폭 줄어들었던 겁니다.

일본의 아와테 대학의 명예교수인 오사와 히로시 교수도 교내에서 폭력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식습관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폭력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에 비해 아침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점심과 저녁 식사조차 거의 인스턴트식품으로 때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혈액검사를 실시하자,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자나 탄산음료에 과량으로 함유된 당 성분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갑자기 혈당이 올라가고, 우리 몸은 다시 당을 내리기 위해 호르몬을 분비시켜 혈당을 급격히 떨어뜨립니다. 이때 떨어진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방출되는데, 아드레날린이 과다해지면 공격성이 증가됩니다. 폭력범들을 조사했을 때 대부분 저혈당증이 많이 관찰된 것만 보더라도 식습관, 특히 과도한 당분 섭취와 폭력성 간에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음을 짐작케 합니다.

미국의 한 의학전문지에서는 철분이 부족하게 되면, 도파민에 기능 이상을 일으켜 ADHD를 촉진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철분이 결핍되면 세포에 공급되어야 할 산소가 부족해지고, 그렇게 되면 피로감은 증가하는 대신 기억력과 집중력, 주의력 등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것이죠. 또한 마그네슘 결핍도 피로감이나 식욕 저하, 불면증과 무력감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답은 정해진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혀끝을 유혹하는 자극적인 음식은 줄여 나가고, 건강한 식단으로 식습관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영양소

① 질 좋은 당분 섭취

우리 두뇌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 중 하나가 당분입니다. 그런데 이 당분은 질 좋은 형태로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정제되지 않은 곡물, 콩이나 현미, 견과류, 과일과 채소 같은 자연식품에서 취하기를 추천드립니다.   

② 비타민과 미네랄

비타민과 미네랄은 우리 몸과 뇌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인데요, 특히 미네랄 공급에 도움을 주는 엽산은 뇌세포 사이의 연결을 활발하게 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엽산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브로콜리나 상추 같은 녹황색 채소 및 키위나 참외에도 풍부하다고 하네요.

③ 필수지방산

필수지방산은 기억력과 집중력은 높여 주고, 불안감은 낮춰 주는 데 관여하며, 치매 예방에 필요한 영양소이기도 합니다. 이런 필수지방산은 특히 등푸른 생선에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굴이나 새우 같은 해산물이나 호두, 아몬드 등의 견과류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죠.

④ 필수아미노산

필수아미노산은 우리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요, 달걀이나 육류를 통해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⑤ 유산균과 식이섬유

장내 미생물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는 ‘장-뇌 축(gut-brain axis)’이란 위장관과 중추신경 간의 생화학 신호전달 축을 통해 장 건강이 곧 뇌 건강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요, 장내 미생물 환경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유산균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산균은 김치나 요구르트와 같은 발효 식품을 통해 섭취가 가능하며, 식이섬유는 보리나 현미, 복숭아나 토마토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죠.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제철 음식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죠. 그만큼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몸에 해로운 음식은 멀리하고 양질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우리의 일상 속에 파고든 식문화 때문에 무심코 몸에 ‘나쁜 음식’들을 소비하고 있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좋은 식습관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챙기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