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배고픔 수준을 완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얻기 위해 이미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먹게 된다면 ‘음식중독(food addiction)’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음식중독은 아직까지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에서 공식적인 진단 체계 중 하나로 범주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최근 비만율의 지속적 상승, 풍부한 양의 음식, 자극적인 가공 식품, 고열량 식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그 위험성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Randolph라는 학자가 처음 제시한 용어인 ‘음식중독’은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음식 중 한 개 이상의 음식에 신체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섭식중독(eating addiction)’이라고도 불립니다. 알코올, 도박, 주식 중독 등과 발달 과정이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해당 질병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유난히 중독성이 높은 음식을 끊임없이 찾습니다. 예를 들어,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감자칩, 피자같이 건강에는 좋지 않지만 자극적인 인스턴트 식품을 찾게 됩니다.
미시간 대학교 연구팀은 중독성이 강한 식품 35가지에 대한 목록을 정리했었는데, 여기에는 초콜릿, 감자칩, 쿠키, 아이스크림, 감자튀김, 치즈버거, 탄산음료, 케이크, 치즈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우리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간식거리로서 즐겨먹는 것들이 이에 속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이들은 주로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주성분으로 하고, 섭취했을 때 기분을 좋게 하는 화학물질이 뇌에 분비되게 만들어 중독에 빠지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식중독 증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는 배달음식 및 간편식 이용 빈도 증가, 영양보다는 맛을 중시하는 구입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튜브, TV 등 다양한 매체에서 먹방과 관련된 콘텐츠가 주로 이루게 되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겠습니다.
해당 질병을 가지게 되는 경우 비만과 같은 신체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회적 단절이나 역할 불이행과 같은 2차 문제를 일으키거나 고칼로리 인스턴트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못 버티는 강박적인 섭식장애(compulsive eating disorder)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초기 빠른 개입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중독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본인이 음식 섭취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닌 의학적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심각도의 수준이 높은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마치 우리가 술이나 약물 중독을 치료하듯이 음식중독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되면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나 감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음식을 섭취하는 것으로 이를 해소하려는 습관 또한 바꿔야 합니다. 대신, 운동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음식으로 얻을 수 있는 감정적 보상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첫 입 그리고 배부르기 직전까지는 기분이 좋아질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먹다 보면 배가 너무 불러 불편해지는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식단일기를 쓰며 자신이 하루 동안 섭취한 음식에 대해 직관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음식을 많이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줄이려고 할 때, 고열량/고지방 음식부터 서서히 줄여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제된 설탕이나 탄수화물,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인스턴트나 즉석 식품을 섭취하기 보다는 과일이나 채소, 닭가슴살, 두부, 생선 등 양질의 섬유소와 단백질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참고문헌] 이주원, & 현명호. (2022). 음식중독의 진단 분류에 대한 연구현황과 과제. 스트레스硏究, 30(4), 187-195. 류지현. (2021). 배고프지 않은데 계속 먹는 ‘음식 중독’… 혹시 나도?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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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살피려는 노력을 하기, 그리고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의식적으로’ 목표에 대해 보상하기. 중요한 내용을 많이 배워갑니다!"
"근육을 키운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실천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