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불면증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수면제를 처방받는 사람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면제는 대부분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를 억제하여 수면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으로 의사 처방을 받아야 구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과 약국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있습니다.
전문의약품은 다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오용 및 남용 시 인체에 위험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된 항정신성의약품에 속하는 약물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항정신성의약품에 속하고, 독세핀/멜라토닌의 경우 속하지 않습니다.
수면제는 지나치게 남용할 경우 중독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를 수면제 중독(Hypnotic Poisoning)이라고 하며, 대부분은 자살을 목적으로 대량 복용해 이에 해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사용되고 있는 수면제의 경우 과다 복용 시 사망 위험성이 높지 않아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무조건 수면제를 복용하여 중독 상태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면제만 복용하면 잠이 오지 않는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잠이 오지 않게 만드는 근본적 원인에 대해 해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따라서 수면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잠에 들것이라고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장기간 복용하면 불면증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내성이 생기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인의 수면제 복용에 관해 다룬 한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수면제 복용이 골절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단기간 혹은 장기간으로 벤조디아제핀계를 복용한 환자의 고관절골절 상대위험도가 복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1.1배, 1.7배 높았으며, 미국의 65세 이상 메디케이드 가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벤조디아제핀뿐 아니라 졸피뎀 역시 골절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결과를 발견하였습니다.
국내에서 진행된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 이용 행태에 대한 자료인 HIRA-AP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역시 수면제 처방 이력이 있는 노인 환자가 그렇지 않은자에 비해 골절을 경험할 가능성이 1.3배 높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추가적으로 투약하는 수면제의 용량이 증가할수록 골절의 위험도가 증가하는지에 대해 확인한 결과, 수면제를 1개 처방받은 경우 골절 위험도는 비처방군에 비해 1.255배 증가하는데 비해, 3개 처방받은 경우에는 1.72배 까지 증가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를 통해 수면제 복용이 가지는 위험성이 점차 발견되고 있습니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다른 방법을 통해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먼저, 지나치게 늦은 시간 카페인 섭취, 밤늦은 시간의 운동, 야근, 술자리 등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활동을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한 생활 리듬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보시고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의와 상담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참고 문헌] 장윤욱, 한은아, 최재우, & 강혜영. (2022). 우리나라 노인의 수면제 복용과 골절 발생의 상관성 분석.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지 제, 10(1), 31-36.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