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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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면 문제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불면증이란 무엇인지, 진료실에서 가장 흔하게 받는 질문들을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제가 잠을 잘 못 자는데 이 정도면 저도 불면증인가요?

내가 잠을 얼마나 잘 못 자는 건지 궁금해서. 또는 불면증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지 걱정이 돼서 질문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국제적인 진단기준에 따르면, 수면의 양 또는 질이 불만족스러운 날의 빈도가 1주일에 3번이상이고 그 기간이 3개월이 넘어가면 불면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시간 이하로 자면 불면증이다' 와 같은 절대적인 시간은 진단기준에 없는 것이죠. 

 

2. 해외여행을 가면 잠을 잘 못자는 편인데, 이것도 불면증이라고 할 수 있나요?

불면증 진단에 중요한 전제가 있는데 잠을 잘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환경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못 자는 경우에만 불면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이나 야간근무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못 자는 분들을 불면증이라고 진단하지 않습니다. 

3.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진단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게 신기합니다. 하루에 잠을 7~8시간은 자야 하고 그보다 수면 시간이 적으면 수명도 짧아지고 여러 질환이 동반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수면 부족은 심혈관 질환, 당뇨병, 대사 증후군 및 정신과적 질환과 관련이 있고 이런 질환들로 인해 수명이 단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에게 적절한 수면시간이란 그 사람의 나이, 유전적인 특성, 생활양식 등 여러 요소에 따라서 다를 수 있습니다. 

보통 성인의 경우에는 하루 7~9시간 정도 자는 것이 권장되는데요, 부지런하기로 제일가는 우리 국민들은 OECD 국가 중에 가장 수면 시간이 짧은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직장인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을 겨우 넘긴 수준으로 너무나도 짧습니다. 국가 통계를 봐도 수면장애를 진단받는 분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4. 저는 잠이 드는 것보다 일찍 깨는게 문제인데 불면증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나요?

불면증의 양상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불면증으로 병원에 오신 분들의 증상을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 잠을 자야 할 시간인데 잠을 못 자는 경우입니다. 몸은 굉장히 피곤하고 내일도 출근할 생각을 하면 빨리 자고 싶은데 잠이 빨리 안 와서 괴로우시죠. 또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는데 2-3시간만에 깨서 다시 잠들기가 어려운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결국 총 수면 시간이 모자라게 되고 그로 인해 다음 날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일하는 데 지장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잠을 자면 안 되는 시간인데 너무 졸린 경우입니다. 잠을 어느 정도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거나, 낮동안에 수업, 회의 등 정적인 활동 중에 쉽게 졸음에 빠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분들은 총 수면시간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아 다음 날의 활동에 지장이 생긴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잠을 자는 동안에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는 동안에 걸어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몽유병이나 밤중에 누군가와 싸우는 꿈을 꾸면서 실제로 침실벽이나 옆에서 자는 사람을 때리는 렘수면행동장애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런 분들은 밤동안의 사건으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간혹 심한 부상을 입기도 해서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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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면증은 어떤 이유로 생기는 병인가요?

불면 증상만 가지고 진단을 내리는 것보다 불면증은 하나의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원인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몸에 열이 나면 병원에 가서 무슨 원인 때문에 열이 나는지 찾죠? 코로나에 걸려서 열이 날 수도 있고, 결핵이 원인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발견되지 않은 암이 발열의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면증도 정신질환, 신체적 질환, 물질중독,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잠을 잘 못자기 시작했을 때는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6. 불면증을 일으키는 병은 어떤 게 있나요?

불면증인 줄 알고 병원에 방문하셨다가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을 진단받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불면증은 우울증에서 가장 흔한 증상으로 많게는 우울증 환자의 90 %가 불면 증상을 겪는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은 치료 초기부터 우울증과 불면증을 동시에 치료해야 나을 수 있습니다. 중년 이상에서는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처럼 수면을 심하게 방해하는 다른 질환이 불면증의 원인일 때가 많은데 이런 경우 일반적인 수면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외에 과도한 카페인 섭취, 잠을 방해하는 약물 복용, 지나친 음주 등이 불면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생활습관에 대한 철저한 확인도 필요합니다.

 

7. 불면증은 어떻게 진단이 되나요?

우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통해 불면증의 원인이 될만한 후보를 잘 추려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병원에서 잠을 자면서 호흡, 근긴장도, 이상행동 등을 모니터링 하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고 큰 병원에서 혈액검사나 영상의학적 검사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불면증을 일으킬 만한 다른 질환이 없고, 수면시간이 충분히 주어졌음에도 1주일에 3일 이상 잠을 못자고 그로 인해 상당한 고통과 지장을 받는 것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정신생리성 불면증, 또는 불면장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8. 불면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불면증상을 발생시킨 원인과 심각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신체적 또는 정신과적 질환이 불면증을 일으킨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그 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으셔야합니다. 만약, 약물이나 카페인, 알코올 같은 물질이 원인이라면 갑자기 끊기보다는 의사와 상의하여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야 됩니다. 다른 원인이 없는 1차성 불면증이라면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불면증 치료법으로 약물치료보다는 인지행동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불면증을 일으키거나 지속하게 만드는 생각이나, 환경, 행동적인 요인을 찾아서 교정하는 것이죠. 다만, 개인의 특성이나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불면증 치료에 쓰이는 약물의 종류는 무수히 많으며 나의 건강 상태와 특징적인 수면 패턴, 약물 상호작용 등을 고려해서 적절한 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9. 불면증을 예방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평소에 실천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나요?

불면증이 있으신 분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일어나는 시간, 식사시간, 운동하는 시간을 정해서 최대한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어쩌다 피곤해서 낮잠을 자더라도 30분은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퇴근 후에 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적어도 취침 2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치시고 신체적, 정신적 흥분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은 삼가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 중하나는 침대는 잠만 자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졸릴 때만 침실에 가야 하고 침대에서 스마트폰, TV 시청, 독서, 업무, 다음 날 계획 세우기 등을 하시면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침대 근처에 시계가 있다면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치우십시오. 알람을 맞춰야 할 경우는 알람시계 또는 스마트폰을 침대 밑에 두고 주무시면 도움이 됩니다.

 

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준배 원장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졸업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임의
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부교수
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마음건강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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