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셨나요? 보신각 타종행사에 참여하신 분도 있을 테고, 일출 명소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거나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과 함께 집이나 추억의 장소에서 새해를 맞으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새해가 되는 것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어제와 같은 하루, 연속적인 시간 속에 살아간다고 느끼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각자 새해를 맞는 법이나 마음가짐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에게 새해가 새로운 각오와 다짐의 시기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 해가 끝나고 지나간 달력을 모두 뜯어내고 새 달력의 첫 장을 넘기다 보면 왠지 새로운 희망과 변화를 위한 동기가 샘솟는 기분입니다. 지난해 안 좋았던 일이나 실패했던 일들은 모두 과거로 묻고, 더 좋은 일들이 가득한 한 해, 달라질 나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러면서 새해 결심을 하는 것이지요.
금연, 다이어트, 운동, 건강한 식습관 갖기, 새로운 취미 만들기,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 보내기, 어학 공부, 자격증 따기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중에는 예전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일도 있고, 새롭게 시도해 보고자 하는 일도 있습니다. 다짐의 목록들을 다이어리에 적거나 책상 위에 붙여 놓고 올해는 꼭 성공하리라 자신과 약속합니다.
그러나 호기롭게 도전했던 새해 결심이 한 달, 두 달이 지나다 보면 어느새 흐지부지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새로운 책을 읽을 때 맨 앞부분만 읽고 덮어 놓듯이 말이지요. 그리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남은 한 해를 흘려보냅니다. 그러면서 ‘어차피 그 일은 나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어.’ 또는 ‘지금이 아니어도 다음에 다시 시도하면 되지.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편하게 살자.’라는 식으로 합리화하면서 인지부조화를 해결합니다.
이렇게 작심삼일로 끝난 새해 결심들은 읽다 만 책처럼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 책장 어딘가에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대개 그 책은 영영 잊히거나 운이 좋으면 앞의 몇 장 정도만 다시 읽히다가 똑같이 다시 덮이기 일쑤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실현 가능한 다짐들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우선순위 정하기
새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한 가지일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여러 가지 목표를 한 번에 이루려고 욕심내기보다 가장 중요한 것, 시급한 것,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보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관리와 재정관리 중 현재 나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먼저 해결해야 하는 영역이 어느 부분인지 따져 보고, 해당 영역에서의 변화를 먼저 시작하는 것입니다. 만약 재정관리가 더 급하다면 건강한 소비 습관과 안정적인 소득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후 재정 관련 새로운 습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새로운 운동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길 수 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하기보다는 한 마리 토끼라도 먼저 확실하게 잡고 다음 목표에 도전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2. 구체적인 목표 설정
막연하고 애매한 목표가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표가 구체화될 수 있도록 기간, 수치를 포함하는 것도 팁입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결심했다고 한다면 단순히 “살을 빼겠다.”가 아닌, “3개월 동안 5kg을 감량하겠다.”, “2개월간 매일 한 시간씩 조깅하겠다.”와 같이 실천 가능한 행동 목표를 정하는 것입니다.
3. 단계별 목표 설정
건강한 습관이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한 번에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큰 하나의 목표를 세부 단위로 쪼개어 단계별 실천 전략을 만들 때 목표 달성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라톤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마라톤에 도전하려고 할 때, 처음에는 하루 30분이나 한 시간 정도 가벼운 조깅으로 시작해서 단계별로 3km, 5km, 10km로 거리를 늘리는 것입니다. 자신의 속도에 맞게 목표를 단계별로 조절하며 하나씩 달성하다 보면 성취감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또, 멀게만 보였던 최종 목표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4. 실패나 변수를 계획에 포함하기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때로는 실패하거나 흔들릴 수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변수나 장애물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한 번도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아무런 난관도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입니다. 그보다는 처음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부터 중간중간 실패하거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방법을 찾아놓는 것이 더 현명한 대비책입니다.
목표를 이루는 데 중요한 심리적 변인 중 하나가 바로 ‘자기조절력(self-regulation)’입니다. 예상되는 실패나 어려움 앞에서 인지적, 행동적, 정서적으로 어떻게 스스로를 관리하고 꾸준히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5. 주변 사람들에게 목표 알리기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주변에 알리는 것이 쑥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이야기했다가 혹시 실패하면 어쩌나 걱정되기도 하고 괜히 자랑하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새해 결심을 모두 공유할 필요는 없지만, 내 결심을 지지해 주고 응원해 줄 사람들에게는 목표를 알리는 것은 좋습니다. 의지나 동기가 약해졌을 때 주변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을 수도 있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목표에 함께 도전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6. 앱, 동호회 등 가용한 외부의 자원 활용하기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목표 행동을 하기 위해 다양한 앱이나 동호회 등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만보기, 수면 관리, 가계부, 식단관리 등 본인의 목표에 부합하는 모바일 앱이나 관련 사이트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혼자 운동하는 것이 어렵다면 러닝, 테니스 동호회 등에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지키지 못하리라 생각하면서도 우리가 매년 새해 결심을 다지는 이유는 그만큼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나의 모습을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설령 그 다짐이 작심삼일이 된다 해도 괜찮습니다. 또다시 작심삼일 하면 되니까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실망하고 포기하기보다는, 작은 변화라도 꾸준히 지속하면서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어나가시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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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조언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