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셔터스톡, 픽사베이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가 되면 우리는 설렘과 들뜨는 기분에 잠깁니다. 뭔가 로맨틱하고 즐거운 일들이 가득한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과 함께 화이트 크리스마스, 연말을 맞아 화려하게 장식된 거리의 조명들, 리본이 잔뜩 달린 선물 등을 떠올리면서 말입니다. 아늑하고 편안한 레스토랑에서 지인들과 우아하게 식사하는 모습, 아기자기하게 장식한 집에서 친구들과 즐기는 홈파티 등도 연상됩니다. 새해 소원을 빌며 다가오는 한 해에는 더 좋은 일들만 가득할 거라고, 이루지 못했던 많은 일에 새롭게 도전하리라 다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연말연시는 우리에게 한 해를 돌아보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이 시기가 오히려 평소보다 더 외롭고 울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행복한 사람들 틈에서 집에 혼자 있는 내 모습,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바쁘게 일하느라 연말연시를 챙길 겨를도 없는 삶, 타지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함께할 사람이 없을 때 등 다양한 상황과 이유로 우리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누군가는 함께할 연인이나 배우자가 없다는 사실에 허전함을 느끼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한 해 동안 이뤄 놓은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은 생각에 허무함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분은 비단 연말연시에만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명절, 휴일처럼 특별하게 보내야 할 것 같은 시기마다 많은 사람이 이런 기분에 잠깁니다. 연말연시, 명절, 휴일은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우리를 외롭게 울적하게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연말연시의 이런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1. 연말연시에 대한 고정관념 바꾸기

연말연시를 반드시 화려한 파티나 사교 모임, 선물 교환, 연인이나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해에는 파티, 모임, 가족 모임을 가지며 연말연시를 보낼 수도 있지만, 매년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혼자 연말연시를 보내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특별하지 않은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2. 지나친 SNS 사용, 타인과의 비교 멈추기

혼자 있다 보면 SNS를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기 쉽습니다. SNS를 통해 화려한 모임이나 색다른 곳에서의 여행을 즐기는 지인들을 보면 자신이 더 초라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SNS에서의 모습은 우리 삶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며, 화려함 이면에 각자 모두 삶의 고민이나 외로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SNS가 행복감이나 만족감을 떨어뜨리고, 타인과 내 삶을 비교하게 만든다면 SNS 사용을 줄이거나 멈추는 것도 좋습니다. 남과의 비교보다는 내 삶에 더 집중하며 나만의 시간을 더 풍성하게 채워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요?

 

3. 지인들에게 안부 전하기

내가 혼자 외로워하고 있는 동안 누군가도 나와 같은 마음을 느끼고 있을 수 있습니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혼자 사는 지인,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해 보세요. 자주 연락하며 만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것입니다. 문자나 전화로 간단하게 안부를 전할 수도 있고, 오랜만에 얼굴을 보며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다 보면 외로움이 줄어들고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4.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좋아하는 활동하기

혼자 있는 것도 괜찮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고독함을 친구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독서, 음악 감상, 꽃꽂이, 운동, 영화 감상 등 무엇이든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연말연시를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많은 사람과 함께할 때 반드시 몸과 마음이 충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소모적인 만남과 모임으로 사람들 틈에서도 외로움과 허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에게 가장 좋은 쉼은 무엇인지 돌아보며 이 시기를 나를 더 잘 돌보는 데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5. 한 해 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보상해 주기

올 한 해도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작은 선물을 해 주며 다독여 주세요. 꼭 비싼 물건이 아니더라도 작은 꽃다발이나 내가 좋아하는 향, 따뜻한 샤워, 읽고 싶던 책, 가고 싶었던 곳 등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물건이나 행동, 장소 등을 찾아 나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6. 봉사활동, 남을 돕는 일하기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추운 날씨에 머물 곳이 없는 사람들, 난방이나 식량과 같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웃들도 있습니다. 연말연시 화려한 불빛 아래 그림자 속에 가려진 이들에게 눈길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부, 봉사활동 등을 통해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눌 때 자부심, 감사를 느끼며, 내가 속한 사회, 세상과 더욱 깊이 연결되는 경험을 통해 외로움이 감소할 것입니다. 

 

7. 감사하는 마음 갖기

연말연시의 내 모습이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를지라도, 현재의 삶에서 감사할 것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감사했던 일들을 기록하고 삶의 긍정적인 면을 돌아보며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주변 사람들과 일상의 작은 부분들로부터 생각지 못한 감사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난히 매서운 한파와 폭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전쟁 등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연말연시가 우리의 바람대로 따뜻하고 화려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고 나와 주변 사람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녹여 줄 수 있는 따뜻한 손난로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의 연말연시가 더욱 따뜻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수면센터
대한민국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미래전략 이사, 사무총장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자문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감사자문위원회 위원
교육청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 위원
생명존중정책민관협의회 위원, 산림청 산림치유포럼 이사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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