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6/13자에 기고된 ‘[Doctor’s Mail] 외로움이 너무 두려워서 이별을 견딜 수가 없어요’를 보고 문의 드립니다.

저도 최근에 이별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글에서 나오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연락이 안 되면 의심이 생기고, 이 때문에 집착하고 의심을 추궁하면서 상대를 코너로 몰아붙이게 되고 결국 제가 먼저 이별을 통보하고 후회하는, 항상 반복적인 형태로 이별을 겪어 왔습니다.

그 사람도 사회생활을 하고 다양한 사람, 이성들을 만나야 하는데, 그 사람이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기라도 하면 질투가 생기고 나에게 이제 애정이 식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혹은 그런 것들이 단순히 저의 의심이 아니고 모두 사실일까 봐 너무 두렵고 불안할 때도 많았습니다.

기사를 보니 저도 ‘버림받음의 덫’에 빠진 것 같은데, 이를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이라도 있을까요?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사진_픽사베이

 

A) 반갑습니다. 제가 올렸던 글을 보시고 글을 올려 주셨군요.

먼저, 버림받음의 덫으로 세상을 본다는 말은 일회성 경험이 아닙니다. 버림받음의 덫은, 만남과 관계의 모든 순간에 나타나지요.

관계를 대하는 태도가 상대에게서 오는 편안함과 사랑, 고마움 같은 긍정적인 형태가 아닌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두려움, 불안, 그리고 고립감과 같은 감정들이 매 순간 나타납니다.

관계에서 이러한 감정들은 독이지요.

결국 상대에 대한 과한 집착만 남발하다 관계를 망가뜨리는 것, 그리고 이런 행동이 자신이 겪는 모든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버림받음의 덫입니다.

 

버림받음의 덫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덫의 뿌리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별 순간에 왜 항상 자신이 비참하게 매달리게 되는지, 왜 버림받는 것이 두려운지에 대한 과거의 잔재들을 돌아보도록 합시다.

덮어두고만 싶었던 성장 과정의 경험들, 타인과의 관계에서 받아왔던 느낌들을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받았던, 아직 남아있는 상처들에 대한 위로와 통렬한 통찰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현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 변화할 수 있는 첫걸음이니까요.

 

자신에 대한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변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매일의 감정 일기를 쓰는 것도 좋습니다. 감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 순간에 자신의 행동은 어떠했는지, 버림받음의 덫이 그 순간 작동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기록을 하는 겁니다.

감정 변화와 행동, 생각들에 대해 꾸준히 복기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감정이 변하는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훨씬 많아지지요.

과거에는 외로운 감정 - 버림받음의 덫의 활성화 - 매달리는 행동으로 이어졌던 무의식적인 경로에서, 이제는 외로운 감정을 느끼는 순간 친한 친구에게 연락을 하거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음악을 듣는 등의 건강한 행동을 선택하는 겁니다.

 

사진_픽셀

 

정리하자면, 자신에 대한 공감적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금씩 자신이 행동을 건강하게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덫(schema)의 관점에서 치료를 하는 것은 Jeffery E. Young이 만든 스키마 치료의 접근방식입니다.

혼자 힘으로 실천하기 힘들다면, 치료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습니다. 참고할 만한 서적은 ‘새로운 나를 여는 열쇠’입니다.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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