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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우울증? - 사춘기 자녀의 부모라면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7.02 02:05

[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청소년기가 격동의 시기이고 부모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다 힘든 시기잖아요? 그런데 우울증이 많이 생기는 시기이기도 하다면서요?

A. 워낙 이 시기가 힘든 시기이다 보니 그냥 다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인데요. 청소년기 가장 심각한 병이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10~20대의 가장 많은 사망 이유가 자살이고요, 그 자살에 심각하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이 우울증이지요.

 

Q. 생각보다 심각하네요. 그런데 우울증이 이 시기에 특히 문제가 되는 게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A. 청소년기는 워낙 불안정한 시기입니다. 몸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요. 이 시기의 변화가 가장 빠르고 강하지요. 이후에는 완만하게 변화합니다.

몸의 변화는 정신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자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변화가 오더라도 그것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있는데요. 청소년기는 그런 힘이 생기기 전에 몸의 변화가 급격하게 오기 때문에 대처하기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아의 힘을 강력하게 해줄 다른 원천을 찾게 됩니다. 또래 관계, 취미, 아이돌 스타에 대한 관심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자신의 자존감을 채워줄 존재가 사라지거나 잘 만들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굉장히 불안정해지죠.

사진_픽셀

대개 부모님들은 아이의 학업에 관심을 많이 쏟으시는데요, 저는 교유 관계에 신경을 더 쓰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별 것 아닌 친구와의 관계도 이 시기에는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것이 되기도 하거든요.

컬럼바인 고교의 총기 사고를 일으킨 범인 중 한 사람인 딜런은 우울증이 의심되는 상태였습니다. 가족들이나 지인, 심지어 범죄자 재교육 프로그램 중에서 시행한 임상 심리 검사에서도 정상이었죠. 하지만 딜런의 일기장과 범행 중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는 사과 장애가 의심되는 우울증이었던 것이 밝혀졌죠.

문제는 딜런의 우울증이 교묘하게 감춰졌고 이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몇 가지의 단서는 있었는데 절친들이 애인이 생기고 나서 급격하게 행동이 변했다는 거죠. 그리고 그 절친이 애인이 생긴 것에 대해서 자신을 배신한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Q. 친구들이 애인이 생겼다고 자신을 배신한 거라고 여겼다는 거네요.

A. 우울증의 특징의 하나가 생각의 왜곡이 일어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생각이 우울증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되니까요.

인지 치료를 개발한 Aron Beck은 우울증의 가장 기본적인 병리가 왜곡된 인지라고 생각하고 이를 교정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아직 사고의 논리가 확립되지 못한 청소년기에는 이런 인지적 왜곡이 더 쉽게 일어나죠.

청소년과 깊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울증이 있는 아이들은 반항적인 면에서 비슷하다 하더라도 논리 전개의 측면에서 이상 소견이 드러납니다.

 

Q. 그런데 문제는 청소년들이 부모와는 대화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이런 걸 알아채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A. 맞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에게서 독립하려고 하죠. 그러다 보니 부모와 깊이 있는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딜런의 경우처럼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화가 나거든요. 그래서 피하는 거죠.

사진_픽셀

하지만 아이의 일관된 행동의 변화는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부모와는 대화를 안 하려고 해도 다른 부모와는 이야기를 해요. 청소년 환자들이 저를 찾아와도 제가 부모와 나이가 비슷하지만 잘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전문가라서가 아니라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고 싶은 심정은 다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상대가 자기의 말을 경청하는 것 같으면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문제는 부모에게는 하기 싫다는 거죠. 부모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 줄 수 있는 시기가 지난 겁니다. 그래서 부모도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친구들이 놀러 오면 자연스럽게 물어보고 학교 선생님의 말도 듣고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의 공부뿐 아니라 태도나 정서적 상태에 대해서도 들어야 합니다.

제가 안타까운 건 부모님들이 자신이 본 것과 다른 이야기를 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춘기라 하더라도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거든요. 그래서 부모에게 감추려고 합니다.

 

Q. 그러니까 아이가 내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 특히 위험 사인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겠군요.

A. 네, 사실 이게 쉬운 건 아닙니다. 아이가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털어놓고 내 앞에서는 남 같은 태도를 보인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이게 발달의 순리이고요,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이걸 인정하면 아이의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에 대해서 보다 주의 깊게 볼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죠.

그리고 아이에게 무언가 변화가 생기는 것이 감지되었다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기는 다른 시기보다 우울증이나 정신적 어려움이 있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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