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지금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죠. 실제로 어마어마한 부담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전쟁과 파멸 혹은 평화와 번영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일을 맡고 있는 당사자들인 정치 지도자들은 정말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견딜까요?

 

A. 맞아요. 저는 일이 주는 부담이 너무 커서 천만금을 줘도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의 표정을 보면 어떤 게 보이세요? 정말 하기 싫어 죽겠는데 억지로 하는 것 같나요, 아니면 여유 있게 즐기면서 하는 것 같아 보이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하기 싫어 죽겠다는 분들은 적었던 것 같아요.)

대개 많은 지도자들이 중요한 상황에서 지치고 힘들어 보여도 막상 그 일을 그만두라고 하면 한 번만 나에게 맡겨달라고 하죠. 2차 세계대전의 지도자들만 해도 자기가 그만두겠다고 한 사람보다는 한 번만 더 맡겨달라고 한 사람이 많았죠. 처칠이나 루스벨트가 그런 경우죠. 히틀러나 스탈린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사진_픽사베이

 

Q. 그렇다면 그런 분들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일까요? 아니면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판단하는 자리에 대한 욕망, 즉, 권력욕이 강했던 사람일까요?

A. 그 개개인이 모두 권력욕이 강하다고 볼 수 있기도 하죠. 이렇게 개개인의 특성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권력을 갖게 되면 뇌의 기능이 변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주목할만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권력을 갖게 되면, 즉,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에 가게 되면 자신도 그 이전과는 조금 달라지게 되고, 이 자리에 오래 있게 되면 영구적인 뇌의 변화, 즉, 성격의 변화도 일어난다는 것이죠.

 

Q.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하나요? 어떤 실험을 통해 밝혀졌는지도 궁금하네요.

A. 먼저 캐나다의 윌프리드로리어 대학과 토론토 대학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연구진은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누어서 한쪽은 자신이 리더가 된 경험을 줄곧 회상하게 하고, 다른 한쪽은 명령에 따라야만 했던 기억을 회상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한 실험군은 리더의 경험을 줄곧 회상하게 했고, 반대 대조군은 복종하는 경험을 회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타인이 고무공을 쥐는 영상을 보여줬어요.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행동을 따라 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남의 행동을 흉내내기도 하고 따라 하기도 하죠. 이런 상상은 모방과 학습, 공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거울 뉴런이라는 것이 활성화되어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런데 리더의 역할을 회상했던 실험군에서는 거울 뉴런이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면 리더였던 경험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공감 능력이 명확하게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Q. 선거를 통해 리더를 선출하는 민주 국가에서 선거를 통한 지도자들의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일 수 있겠네요.

A. 그렇죠 하지만 이게 꼭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긍정적인 면에서 살펴보자면 정치적인 판단은 항상 누군가의 희생을 불러옵니다. 모두에게 좋은 일도 있지만 세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누군가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하고 누군가를 희생시킬 수도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공감능력이 과도하면 상황에 적절한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없겠죠. 그래서 리더가 냉정했던 그룹이 더 잘 생존했고 이것이 진화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습니다.

 

Q. 리더가 된다는 건 어쩌면 위험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사람이 변한다는 건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A. 맞습니다. 이안 로버트슨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교수는 "성공하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맞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권력 자체가 매우 강력한 약물이라 마약에 중독된 상태처럼 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로버트슨 교수에 따르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성별에 상관없이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그 결과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나오게 합니다.

이렇게 해서 많은 스트레스를 견디고 긍정적으로 되고 힘든 일을 견뎌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과도하면 마치 중독자처럼 됩니다. 중독자들은 과도한 도파민 분비를 쫓아서 뇌가 손상된 경우로 볼 수 있거든요.

미국 UC버클리의 대처 켈트너 교수는 '권력에 빠진 사람의 행동은 뇌의 안와 전두엽이 손상된 환자와 비슷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안구 바로 뒤에 있는 안와 전두엽이 손상되면 충동적이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 하는데, 권력을 쥔 사람도 이처럼 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권력은 항상 견제되어야 합니다.

 

Q.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무관할 수도 있는 일이에요?

A. 그렇지 않아요. 잘 생각해 보면 우리도 어느 정도의 권력은 누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후배들에게, 직장 후임자에게 우리는 모두 권력자입니다. 그리고 권력을 쥐고 있을 때 뇌의 변화는 모두 동일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스스로의 행동과 말을 조심하고 견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아픔에 무관심하면서 자신의 힘만 과시하는 괴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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