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안녕하세요. 최근에 힘든 생각이 많이 들어 질문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우울한 감정도 많이 들고, 너무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너무 많이 힘들지만, 또 이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우울하고 불안할 때도 있는데 저 혼자만 유난을 떠는 건 아닌 건지, 별 것도 아닌 일에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면 의사 선생님께서 비웃으실 것 같기도 하고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설사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더라도 제 이야기를 하면 믿어주시질 않을 것 같아 선뜻 이야기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엄마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자니,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 같고. 그래서 혼자서만 삭히다가 이렇게 답답한 마음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서 의사 선생님께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A) 안녕하세요. 우울한 감정, 불안함,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힘이 들어서 질문을 남겨주신 것 같습니다.
질문을 남겨주실 때에는 얼마나 답답한 마음에 그러셨을까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남겨주신 내용만으로는 진단이 무엇이다라고 명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우울함, 불안감, 부정적 생각 등의 증상은 여러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고, 어떤 질환이냐에 따라 접근방법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질문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든 생각과 감정은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공유를 할 수 있게 되면 그 힘든 생각과 감정의 정도와 깊이는 옅어지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내용을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과 나누게 되면, 그것 자체가 또 부정적인 피드백을 나아서 관계가 틀어지고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가족과 친구에게는 너무나 많은 '정신적인 역동'이 얽혀 있고, 이는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해줄 수 있는 힘을 잃게 만듭니다.
그래서 글쓴이 분처럼 힘든 생각과 감정이 반복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시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과 그 내용을 나누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의사 선생님께 얘기를 하면 믿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신다고 하셨는데, 아마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또 다른 인간관계에서 나에게 있는 여러 가지 반복된 패턴들을 알 수도 있는 중요한 주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 자체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힘들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에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가까운 가족보다는 '제삼자'의 입장으로 자신을 바라봐줄 수 있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가 보시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용기 내셔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시고, 의사 선생님과 힘든 점을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하루가 되시기를 늘 바라겠습니다.
